: 땅콩버터 파스타
땅콩버터 파스타 만드는 법
하나, 소금 넣은 물에 파스타 면을 삶는다.
둘, 면 삶은 물을 조금만 남겨두고 버린다.
셋, 스리라차 소스, 토마토소스, 설탕 그리고 땅콩버터를 넣는다.
넷, 휘휘 볶아 완성한다.
캐나다에 온 지 어언 3개월째, 나는 근무일이던 휴일이든 간에 땅콩버터 파스타를 매일 해 먹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그냥 맛있어서.
나는 음식이 쉽게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주구장창 먹곤 한다. 대학원을 다니던 당시에는 왜인지 감자에 꽂혀서 하루 종일 참깨소스를 뿌린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고, 논문을 쓰던 당시에는 왜인지 아이스크림에 꽂혀서 42개 들이 아이스크림을 이틀 간격으로 배송시켜 먹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때는 왜인지 시리얼에 꽂혀서 스페셜 K만 삼시 세 끼를 먹었다. 이 모든 식단은 그저 며칠 동안만 지속된 게 아니라 정말 몇 달 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지금, 땅콩버터 파스타를 3개월째 해 먹고 있다.
원체 요리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굳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가급적 의식주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은 매일 교복과 같이 일정한 루틴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뜻이다. 신경을 덜 써도 어쨌든 진행되고 있을 테니까. 내일 아침에 눈을 떠도 집은 그대로 있고, 밥은 그대로 맛있고, 옷은 그대로 편하면 됐다. 그렇게 아낀 나의 한 줌밖에 안 되는 정신머리는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쓰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땅콩버터 파스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조건을 충족한다. 일단 요리 시간이 20분을 넘기지 않아서 언제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재료들도 전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보존 식품이라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각 재료들의 가격 또한 비싼 편이 아니다. 주변 마트에 가면 전부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라 브랜드를 불문하고 손에 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적당히 맛있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매콤하며,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배가 찬다.
조금 질린다 싶으면 변화를 주기도 편하다. 치즈를 좀 넣어보면 훨씬 고소한 맛이 나고, 땅콩버터를 아예 빼버리면 으레 먹던 맛있는 토마토 파스타가 된다. 매콤한 맛을 원하면 스리라차를 더 넣으면 되고 혹은 반대로 아예 빼도 된다. 밥이나 빵이 있다면 면을 빼고 땅콩버터 파스타 소스만 만들어서 밥이랑 비벼 먹거나 빵을 찍어먹어도 좋다. 맛, 응용력, 가성비, 용이함, 난이도 등등 모든 난이도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파스타가 으레 그렇듯 양을 가늠하기가 힘들어서 곧잘 한 그릇 가득한 3인분을 만들긴 하지만 어쨌든 맛있어서 신나게 먹어치운다. 그렇게 다 먹고 나면 배가 볼록해져서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내가 몽 피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지더라. 사장인 T는 특히 그중에서 가장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는데, 내가 “내 애인은 맛있다고 하던데?”했더니, “네 애인이 너를 진짜 사랑하나 봐”했다. 용서하지 않는다,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