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가 그렇게 라떼 아트에 자신 있다며?
몽 피투에 취직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의 걱정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사장인 T가 내가 라떼 아트를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었기에, 내 라떼 아트 실력이 언제 뽀록날지에 대한 걱정이 그것이었다.
카페 매니저인 K와 처음 만난 날, 우락부락한 얼굴의 K가 느긋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T가 그러던데, 너가 그렇게 라떼 아트에 자신 있다며?”.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을 피하며 꿍얼거렸다. “아니, 사실, 그게, 그렇진 않은데, T한테 얘기해야 하는데, 내가 말을 못 했어, 시간이 없었어. 나 잘 못해. 그냥 일만 많이 한 거야.” K는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뭐 지금부터 배우면 되지”했다. 그때는 그걸 배우다가 울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T가 그렇게 착각하게 된 것도 그럴 만한 게, 나의 카페 경력은 자그마치 7년이 넘었다. 사장인 T가 “라떼 아트도 잘하겠고, 이력서에 거짓말은 없지?”라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라떼 아트를 잘하는 건 아닌데, 이력서에 거짓말은 없으니까. 문제는 내가 일했던 한국의 카페에서는 라떼 아트보다는 라떼 빨리 만들기가 훨씬 유용한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갖고 그림 그리는 것 보다야, 샷 빨리 뽑고 우유 빨리 부어서 빨리빨리 주문 빼는 게 일상인 카페들이었다. 그러나 T가 보기에 그런 나의 경력을 생각하면 라떼 아트도 잘하겠거니 착각한 것이다.
한동안은 함께 일할 때 T가 한마디 할까 봐 초조해서 불안에 떨었다. 내가 조금 배운 어설픈 라떼 아트를 하고 있으면 T가 와서 “거짓말이었나 보네?”하고 그 특유의 생글생글한 눈빛으로 쏘아볼까 봐 손을 말 그대로 벌벌 떨었다. 그런데 T는 지금까지 딱히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게 하지 않는 것인지, 그냥 넘어가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눈칫밥을 먹으며 잘리지 않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발 바쁘게 움직인다. “얘는 라떼 아트를 못하네?”가 아니라 “얘는 라떼 아트를 못해도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하니까 괜찮네”하는 말을 들으려고. 그래서 출근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퇴근 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하며 일을 한다. 사장인 T에게 잘 보여서 가게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서.
3개월 간 서버 겸 캐셔 겸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니, 여러 가지 보이는 게 있다. 사실 몽 피투는 정식 카페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스트로 가게가 카페 서비스를 부업으로 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료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수고를 들이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생경하다. 내가 한국에서 지금까지 배운 건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싶어서.
몽 피투에 면접을 보러 갔던 날, 사장인 T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게 일은 분명 어렵지. 그런데 어려운 만큼 배우는 것도 많을 거야.” 내 경험상 보통 그렇게 얘기하는 사장님들은 되지도 않는 방법으로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이 낸 구멍을 다른 사람 열정 페이로 막는 못된 인간상이 많았는데, 몽 피투는 예외였다.
아직 라떼 아트도 못하는 7년 차 바리스타입니다만,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