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게에서 나이키는 안돼
캐나다에 오기 전에 첼시부츠랑 워커까지 수제화를 2개나 맞춰가지고 있다. 캐나다에 가면 눈과 비가 많이 올 테니까 일반 운동화는 캐나다에서 전혀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몽 피투에서 일하면서부터는 일할 때 편한 뉴발란스 운동화만 주구장창 신고 있다. 한 번 일할 때 첼시 부츠를 신었다가 밑창이 미끄러워서인지 그대로 가게 바닥에서 슬라이딩할 뻔했다. 그러니 아마 다음 신발도 이번과 똑같은 운동화를 살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몽 피투에 면접이 잡힌 날, 사장인 T는 인상적인 문자를 내게 보내왔다.
“Dress in business casual attire. We have a strict dress code. If you don’t know what that means, please google it.”
대충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고 오지 않으면 혼날 거라는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면접에 가서도 사장인 T는 “후드티 입고 왔으면 내쫓았을 거다”라고 얘기했다. 면접에 가기 전 문자를 처음 받았을 땐 별 걸 다 요구한다 싶어 꿍얼거리다가 결국 근처 무어스(Moores)에 가서 세일하는 와이셔츠랑 치노 바지를 한벌씩 사서 입고 갔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을 할 때는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내가 “나는 사실 몽 피투가 팀홀튼(Tim Horton's)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인 줄 알았어”라고 했더니 자존심이 긁힌 듯 T가 웃으면서 “장난하냐”라고 쏘아붙였다. 내 영어실력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전에도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한국인이 있었는데 8개월이나 잘 일하고 가게 에이스가 되어서 한국에 돌아갔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가게 지하의 오피스에는 그때 일한 H가 적어놓고 떠난 편지가 걸려있다.
면접이 끝나갈 때쯤 T는 가게의 규칙에 대해 줄줄 얘기했다. 우리는 프렌치 시크(French chic)를 추구하기 때문에 가게에서는 와이셔츠나 폴로셔츠만 입어야 한다, 바지는 트레이닝 바지는 절대 안 되고 청바지까지는 허용한다, 옷이 없다면 우리 가게에서 빌려줄 테니까 그걸 입으면 된다, 신발도 보통은 구두를 신지만 운동화도 신을 수 있다 등등.
재미있는 건 사장인 T가 나에게 운동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Nike is not allowed in our store."
나이키 신발은 안된다는 거였는데, 자신을 스니커즈 수집가로 소개한 T에게 나이키란 어떤 의미인가 싶었다. 어쨌든 나이키는 프렌치 시크하지 않은 것일까. 아디다스, 아식스, 컨버스 같은 건 가능하다고 말하는 T에게 그럼 뉴발란스는 신어도 되냐고 물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적어도 신발을 새로 살 필요는 없었으니까.
가게에 새 오븐이 들어온다던 그날에 사장인 T는 가게 밖에서 한 시간 넘게 나를 인터뷰했다. 겨울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쌀쌀해진 날씨였고, 해도 금방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그럼에도 패딩 하나만 달랑 걸치고 어눌한 영어를 구사하는 나에게 한 시간이나 넘게 시간을 내줬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해서 면접이 끝날 때에는 이 가게에서 꼭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3개월이 지난 지금 생글생글 웃으면서 가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T를 보면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