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 별명이 레인쿠버랜다
캐나다는 눈 많이 온다던데, 완전 거짓말이었다. 밴쿠버 별명이 레인(Rain)쿠버랜다. 그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거짓말 없이 일주일에 4일씩은 꼭 비가 내린다. 새벽에 출근하는 것도 서럽고 추워 죽겠는데 비까지 오면 진짜 다 때려치우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진다.
밴쿠버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우산을 쓰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작은 방울이라도 우산을 펴기 바쁜 한국 사람들에 비해 캐나다 사람들은 비가 억수로 내리지 않는 이상 오거나 말거나 맞고 다닌다. 대충 그 까리한 아크테릭스 같은 거 대강 걸치고 물 웅덩이를 밟고 다니는 밴쿠버 사람들을 보면 괜히 멋져 보이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건 이 사람들, 추위에 약하다. 나는 패딩도 더워서 점퍼를 입고 다니는데 아직도 길거리에는 패딩 입고, 목도리 두르고, 귀마개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다. 사장인 T와 같이 눈을 치우던 날, 긴 팔이 더워서 팔을 걷고 있는 나를 보며 패딩을 입고 있던 T가 “너 안 춥냐?”하고 묻길래 웃으면서 “난 서울에서 와서 안 추워”했다. 나약한 밴쿠버 사람들 같으니, 나는 시베리아보다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났던 코리안이다. 매니저인 K가 “어휴, 가게가 춥다”하면서 벌벌 떨 때면 나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더워죽겠는데 뭔 소릴 하는 거지’했다.
30년 넘게 살아온 한국을 떠나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세 달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밴쿠버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룸메이트 S가 밴쿠버의 여름이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얘기했다. “여기에서 여름 보내면, 글쎄요, 한국 가기 싫어질 걸요?”
“지금이 가장 안 좋은 시기예요?”
“지금은 밴쿠버가 제일 안 좋은 시기죠.”
그도 그럴게 내가 본 캐나다의 모습은 오직 겨울 밖에 없으니 여름이 어떨지 궁금하다. 어쨌든 지금은 비만 내리고 있다. 그래도 한동안은 눈만 내렸는데, 지금은 비가 내리니, 앞으로는 해가 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