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무엇을 지키고 싶었을까
경계. 어떠한 기준에 따라 분간되는 지점, 한계. 우리는 뭔가 명확하게 구분을 나누기를 원한다. 종결욕구의 일환일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걸 싫어한다. 세상을 딱 나누길를 원한다. 그래야 선택하기가 편하니까. 하지만 세상은 경계가 모호하다. 애초에 경계선들이 선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우리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통보를 받고 학교 기숙사를 나와 3일 동안 뉴욕을 방황하는 이야기이다. 홀든은 17세 청소년이다. 하지만 외모는 성인에 가깝게 겉늙었다. 소년과 성인의 중간에 서있다. 그런 홀든은 세상이 불만족스럽다. 시니컬한 태도와 나름의 자기만의 윤리와 고집이 있다. 학교 속에서도 그리고 학교밖을 나와 사회 속에서도 홀든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다. 홀든은 순수함을 찾는 이상주의 자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열이 너무 나도 크다. 그 사이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치열하게 방황을 한다. 홀든도 자기의 이상의 경계들이 모호함을 느끼는 거 같다. 명확하다고 생각했지만 겪을수록 그 경계들이 명확하지 않음을 스스로도 느끼게 된 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홀든의 이상의 결정체 라고 할 수 있는 여동생 피비.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홀든과 피비와의 대화 중 홀든의 생각이 담겨있는 대사다. 책의 제목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은 어린아이들을 통해서 세상의 거짓과 가식으로부터 순수함을 지켜 주고 싶어 했다. 그럼 홀든이 지키고자 했던 순수함은 무엇일까
홀든은 순수함을 무엇이라 생각했을까. 어린아이의 순수함? 그럼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무엇일까.
홀든은 자기만의 윤리가 있고 그것에 데한 고집이 있다. 그런데 그 자신도 그것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체계화 하지는 못 한 거 같다.
세상에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 진실하고 가식 없는 존재라고 생각 했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버린 것 일수도 있다.
순수하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수순함이란 게 옳고 그름, 선과 악처럼 나눠진 것이 아닌 거 같다. 가식이 없느, 목적이 없는 행위가 순수함과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 늘 무언가에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혹은 체면 때문에 상투적인 말, 위로 따위를 사회적인 역할이나 규범을 이유로 스스로 속여가며 남발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적절한 해답이 정해진 거 같은 구조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게 어쩌면 당연한 기분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우리는 계산되지 않은 진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 모르다. 그런 것들이 어린아이에게서 보이는 순수함이 아닐까.
홀든에게 피비(어린아이)의 존재는 질식할 거 같은 가식적인 세상에서 지키고 싶었던 유일한 순수함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다는 바람은 홀든이 생각하는 순수함(어린아이, 피비)을 지켜 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순수함)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내고 싶었던 바람도 있었을 거 같다.
홀든의 마지막 대사 중 "사람들이 그립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고백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싫었고 단절되고 싶었지만 연결을 갈망하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 했던 것이다. 파수꾼이 되기보다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홀든이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 느끼는 감정들은 홀든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어린아이를 구해주듯 자신을 구원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랐고 그도 그와 똑같이 절벽에 떨어지는 누군가를 구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던 거 같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홀든은 둘 사이의 공간을 메워줄 존재이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나는 다시 누군가를 지켜준다. 어른, 세상은 과거였고 어린아이, 피비는 미래라면 홀든은 현재다. 단순히 홀든의 반항적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목적 없는 진심이라고 하지만 정말 매 순간 목적 없는 진심이 가능하기는 할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얘기했었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해야 한다'라고. 늘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도 괜찮고 가식적인 태도를 보여 줄수도 있다. 하지만 무수한 선택의 순간 틈에서도 반짝이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 틈사이의 순수함을 기억하자. 순수함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감각되는 것이다. ㅇ진정한 순수란 삶 속에서 무심코 마주치는 찰나의 감동이며, 그것을 놓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가식적인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파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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