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금지
2026년 2월 22일 일요일
드디어 1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대구 마리톤으로 돌아왔다.
요즘 대회를 완주하는 것 보다 등록이 더 어려운 시대에 국제마라톤은 접수자체를 할수가 없을 정도다. 메이저 대회는 모조리 접수를 실패하고 그나마 러너들이 꺼리는 대구 마라톤. 대구에 살고있으니 교통비, 숙박비를 아낄수있고 고향에서 뭔가 기록을 내고싶은 욕심이 있다.
비교적 수월하게 풀코스 접수를 했고 작년에 비해 좀더 나은 기록과 PB를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겨울 열심히, 꾸준히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기상. 집에서 간단히 몸을 풀며 오늘
하루를 기대한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에 놀랐다. 직년에는 너무 추워서
문제였는데 올해는 정말 날씨가 좋았다(최고기온 22도까지 오르는 무더위였다곤 하지만 체감상 전혀 덥게 껴지지는 않았다).
적당히 몸을 풀고 대기선에서 출발 준비.
요행도 행운도 바라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준비한만큼만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출발. 굉장히 몸이 가볍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호흡은 차지만 견딜만하고 몸은 적당히 무거운 느낌이다. 계획한 만큼 순조롭게 페이스를 유지해 나갔다.
28km 쯤 지나고 몸에 이상신호가 온다.
허벅지에 근육경련이 일어난다. 너무 피로하다. 달릴수가 없다. 30km 마지막 에너지젤을 먹으며 버텨보려했지만 이미 끝났음을 직감한다.
급격히 늘어난 좀비행렬. 의지가 꺽인다. 걸을수 밖에
없다. 깊은 갈증과 극도의 허기짐. 뭔가 문제가 있긴 있나보다.
38km지점. 이미 피니시를 통과했어야 할 시간. 아직도 걷고 있다. 길고긴 오르막을 좀비마냥 걸어올라간다. 태양은 왜그리 뜨거운지 몸이 바짝 타들어간다.
급수대는 보이지 않고 달릴 기운이 없다.
차라리 DNF하는게 나았을까. 처량하다. 아무런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크다. 그래도 끝을 내야 한다. 스스로 끝을 내야했다.
조용히 피니시를 통과하고 조용히 지하철로 걸어갔다.
1년의 준비가 이렇게 처참하게 끝이났다.
좌절감과 실망감이 너무 컸다.
노력을 쏟아부은 자만이 느끼는 좌절감.
노력이 부족했을수도
노력의 방향이 잘못 됐을수도
단지 운이 나빴을수도
혹은 모든게 잘 못됐을수도 있다.
조금더 마일리지를 늘렸으면 됐을까
페이스를 좀더 빨리 달렸으면
체중을 좀더 줄였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일어날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너무나 많고
통제 할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 세계는 선형적이지 않다. 노력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주지도 않는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그것의 이유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그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와
어떻게든 의미를 찾는 인간 사이의 충돌
세계와 인간 사이의 공간
그 공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 공간은 필연적으로 생긴다. 그렇지만 그 공간의 의미는 없다. 인과관계가 없다.
실력이 부족해서다. 이 날은 부족한 날이었다. 다음날은 될지도 모른다. 미래는 예측할수가 없다.
나는 그런 공간에 들어갔다. 나의 예상과 희망은 아무런쓸모가 없었다. 철저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깊은 좌절감에 고개을 들수가 없다.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는 실패. 거기에 너무 큰 의미나 이유를 찾지 않아기로 한다.
내가 통제할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좀더 실력을 끌어 올리고 자잘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평균’을 올릴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 열심히 노력한 것도 사실이고
최선을 다해서 달린것도 사실이다.
나의 노력의 방향이 잘 못됐을수는 있지만 노력을 부정하지는 말자.
다만 그날은 나의 날이 아니었을뿐이다. 그것뿐이다.
#달리기 #대구마라톤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