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달과별 Jul 21. 2018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유리고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요시타카 유리코/마츠자카 토리 주연

"내용, 연기 다 필요없고 그냥 그 자체로 멋졌다"


영화를 보고난 후 한 줄 평이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 같은 명작을 뽑자면 '유리고코로'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평점을 내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주고 싶다. 12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단 1초도 지루했던 적이 없었던 영화가 <유리고코로>로, 국내에서는 올해 9월 개봉 예정이다.


다소 특이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산장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료스케(마츠자카 토리 분)의 연인이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를 보러 간 료스케는 공책에 적힌 글을 읽는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어렸을 때부터 살인을 저지른 여인의 이야기. 소설인가 생각하며 읽지만, 인간의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지극히 슬픈 로맨스와 살인극을 절묘하게 엮은 영화다. 특이한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다소 당황스러운 이상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츠코(요시타카 유리코)는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은 인간으로서 불량품이라고. 미츠코는 태어났을 때 세상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해 공포에 질린 삶을 살았다. 말도 하지 않았던 미츠코는 한 인형을 갖게 되고, 그 인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금 열게 된다. 다소 특이하게 생각하고 희한한 사고방식을 가진 미츠코는 그 인형을 첫 번째 '유리고코로'로 삼는다. 미츠코는 끊임없이 유리고코로를 찾아다니는데, 그것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즐거움을 만들어 줄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비오는 날 친구 집에 갔다가 모자를 잃어버린 친구에게 안에 개구리를 넣어서 준다. 친구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호수에 빠져버렸고, 발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를 보며 생애 처음으로 웃는다. 이것은 시작이었을 뿐, 중학생 때는 미츠코는 길을 가다 한 여자애와 남자애를 보게 되는데, 여동생의 모자가 시궁창으로 빠져 곤경에 처한 남매였다. 한 남자가 그걸 도와주려 들어올렸고 남자애는 모자를 주우러 들어갔지만, 도와주러 다가온 줄 알았던 미츠코는 남자가 들고 있던 철판에 힘을 줘 아래로 내린다. 그래서 남자 아이는 철판에 깔려 죽는다. 물론 이것도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다.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니.



미츠코를 보며 마치 현대 사회의 폐혜를 고스란히 모아놓은 집합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참으로 복잡한 사연이 섞여 있지만, 그걸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영화의 캐릭터들 또한 각자의 사연이 있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각각의 내면들을 갖고 있다.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일까, 상처 받고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인가, 아무 잘못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가,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가 등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도 떠올려볼 수 있다. 나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한 채 살지만, 만약 나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나 자신 때문이라면? 다른 사람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미츠코는 어떻게 보면 죽음의 장면에서 사는 이유를 느끼는 범죄자이고 싸이코패스일지 모르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현대 사회의 표본이고,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는 후반부가 더 감동적이다. 그런 싸이코패스가 바뀌었으니. 애를 가지고 남편을 얻어 가족을 꾸린 미츠코는 죽음이 없어도 '가족'이라는 것 자체에서 생애 처음으로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일상을 사는 우리는 즐거움을 인지하지 못한채 살고 있는데, 주인공은 평생을 즐거움 없이 살아왔기에 더욱 소중했는지도 모른다. 감독은 그 부분을 참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감정에 복받치지 않고 보는 사람이 없게 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력도 완성도 있고 독특한 내용 속에서 빛을 발한다. 연기에 대해 표현하자면 "미쳤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더 나아가 '칼' 그 자체였지 않나 생각한다.

'료스케와 미츠코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답은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싸이코패스는 자식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희생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혹은 자신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인간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작가의 이전글 허접하지만 학교와 미스테리물을 좋아하다면 '빙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