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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달과별 Jul 22. 2018

전쟁 속에서 보낸 나의 청춘, '방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방화'


인생에서 꽃이 피는 시기, 우리는 그런 시기를 '청춘'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Youth', 우리말로는 '청춘'을 뜻하는 영화 제목 '방화(芳华)'는 단어 그대로 하면 '아름다운 꽃', 즉 '청춘 시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청춘은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0년대, 군예술단에서 활동하던 시기이다.


1970년대, 중국은 변동기를 겪는다. 누구는 당간부의 아들이고, 누구는 수감된 반역자의 딸이다. 그렇지만 국예술단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 주인공들의 청춘은 과연 어땠을까? 이 영화에는 여러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드러내고자 하는 주인공은 류펑(황헌)과 샤오핑(묘묘)인데, 같은 군예술단 소속의 전우이자 이들의 친구였던 샤오수즈(종초희)가 후일 작가가 되어 수즈의 시선으로 류펑과 샤오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의 유명한 여류작가인 옌거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방화>는 중국에서 작년 12월 개봉했다. 영화 개봉 첫 날, 20시간 만에 1억 위안, 우리 돈으로 165억을 벌어들인 이 어마무시한 영화는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류펑과 샤오핑의 이야기이자 군예술단 동지들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당시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잘 표현해냈다. 샤오핑이 군예술단에 오는 걸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1979년 중국-베트남전을 거쳐 1990년대, 2000년대 류펑과 샤오핑의 인생 끝까지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감독인 펑 샤오강은 문예공작대 예술단원[문공단(文工团)] 출신인데, 이 시절을 추억하면서 이러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소원을 이 영화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한 경험 덕분이었을까, 비교적 사실적으로 영화가 와 닿는 느낌이었다. 중국-베트남 전쟁이 영화 내에서 꽤 중요한 시기이자 소재로 다뤄지는데, 전쟁은 이들에게 와 닿은 현실이었고 춤과 음악으로 병사들을 위문하는 것이 의무였다. 인생 그 자체와도 같았던 군 예술단 단체 생활 속에서의 우정과 잊을 수 없는 추억, 그와 동시에 집단 속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집단 따돌림, 그리고 엇갈린 사랑과 전우애.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영화'라는 그 자체를 넘어서 하나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접하게 하고, 그 속에서 휴머니즘과 사랑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인생을 본다는 점에서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자신을 희생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모범 병사라 불리던 류펑이 하루 아침에 비열한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모습을 통해, 혹은 샤오핑의 아버지가 풀려나지 못하고 감옥에서 돌아가신 후 "너의 성장을 못 본게 아니라 괴롭힘 당할 때 도와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너만 괜찮으면 다음 세상에서 부녀로 다시 만나자"고. 혹은 전쟁 속에서 만난 누나가 3명 있는 16살의 화상병을 통해 주인공들은 점점 성숙해져간다. 류펑과 샤오핑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음에도 끝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데 그친다.  



전쟁이라는 소재에 깊이 집중하지 않아서 좋았다. 전쟁에 집중했다면 차분하고 담담해서 좋았던 지금의 영화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 터, 또한 청춘들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버텨나가는지, 세상을 왜 밝게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등의 부분들을 감성적으로 잘 그려내 호평할 만하다. 전쟁이라는 소재에 깊이 집중했다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겠지만 일대기 형식의 구성을 취함으로써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나가는지를 표현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따뜻한 영상미와 긴박한 전쟁의 모습을 같이 표현해 상반된 이미지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CG나 화려한 요소가 특별히 없음에도 진실된 이야기로 인간사를 여유롭게 풀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에게도 저런 '청춘'이 있었는가. '청춘'이라는 것은 현재도 진행형인가, 혹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과거형인가. 그런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평점 65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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