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정 없는 사람은 없다, '불량가족, 행복의 맛'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불량가족, 행복의 맛'
얼핏 보면 "무슨 이런 스토리가 있지"라 치부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영화 <불량가족, 행복의 맛> 얘기다.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생각보다 괜찮아서 한 번 놀라고, 괜찮은 걸 넘어서 영화가 꽤 좋아서 두 번 놀란다.
<불량가족, 행복의 맛>은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전하는 영화다.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직접 얘기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쉬운 영화이면서도, 나름대로 집중해서 봐야 각 인물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집안 행사는 따로 살았던 가족들과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몇 안 되는 행사이다. 이 영화는 그래서 '장례식'을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여름날 오후, 무료하게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던 '요시코(키시이 유키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갖게 된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은 문제가 많은 가족들이다. 이렇게 모인 친척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은 참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라 볼 수 있다. 요시코의 사촌(오카야마 아마네)은 히키코모리(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장기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나 그 상태)이고, 요시코의 아버지(미츠이시 켄)는 정리 해고로 인한 실업 상태, 큰아버지(이와마츠 료)는 술 때문에 이혼을 당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자신의 남편의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상태이고, 고모(미즈노 미키)는 워커홀릭이다. 이렇듯 다양한 속사정을 가지고 있는 문제 있는 가족의 모습을 요시코의 모습으로 바라본다.
사실 '문제 없는' 가족이란 있을 수 없다. 금전적인 문제이든, 학업 문제든 문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불가피하게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해결할 수 없거나 가능하더라도 쉽지 않다. 영화 속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요시코는 아무도 울지 않는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한평생 농사를 지으면서도 삼남매를 키우고 요시코가 어릴 적 방문할 때마다 용돈과 사탕을 챙겨주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렇게 한때에는 든든했던 존재가 눈물 하나 흘려줄 가족이 없었던 걸까. 자신이 성관계 도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스님에게 죄책감을 털어놓는 요시코에게 스님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을 수도 있고, 영화를 보고 웃거나 울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할 수도 있다고. 그게 인생이기 때문에 죄송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이란 단지 살아가는 것일뿐,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며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장례식 토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요시코의 말에는 참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인생을 통째로 담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친척들과 가족들이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와 닿을 것이다.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폭죽 터지는 하늘 아래, 가족들이 모여 전부 다 춤추며 한 줄로 걷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운 느낌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다고, 혹은 정상적인 인생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함축해 드러낸다.
돈을 잘 벌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고모는 아버지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고모는 이런 말을 한다. 시골에서 애를 키우고 대학까지 보내는 것이 대단한 건지는 잘 몰라도,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안다고.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고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놔두고 떠나지 못해 결국 책임지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인물이다. 이런 고모는 요시키와 담배를 피며 "넌 괜찮을거야"라고 말하며 원하는 게 생기면 손에 넣으라고 말한다. 자신이 결혼을 안 한 것은 돈이 충분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바쁘게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져 살다보니 어느 순간 결혼을 놓쳤다고,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 누구도 문제 없는 사람 없고,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없으리.
이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할머니의 절규 장면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지만 자신의 남편의 관이 화장대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할머니가 남편을 부르며 절규한다. 가족들도 깜짝 놀라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 슬픔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인데, 평생을 함께 해 온 사람이 떠나는 그 순간만큼은 슬픔에 공감하고 받아들였다는 뜻일테니. 누구든지 살아있을 때는 존재 의미와 고마움을 모르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죽은 뒤에서야 그 진심을 알게 된다는 게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평점은 60점 이상.
스님, 고백 하나 해도 될까요? 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고 있었어요. 그게 너무 나쁜 일인 것만 같아 할아버지에게 죄송해요. /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사람은 맛있는 것을 허겁지겁 먹을 수도 있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웃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나쁜 일이 아닙니다. 죄송해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