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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달과별 Aug 04. 2018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순수함 지키려는 여행

[리뷰] 영화 '열다섯의 순수' / 오가와 사라, 하기와라 리쿠 주연

영화 '열다섯의 순수' 포스터. 사진=디오시네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학생 긴(하기와라 리쿠)은 친구 나루미(오가와 사라)로부터 오랫동안 좋아해 왔다는 고백을 받는다.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영화 ‘열다섯의 순수’는 나루미가 긴에게 다리 밑에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긴에게 나루미의 고백은 무슨 의미였을까?    


나루미나 긴은 모두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각자의 집안 사정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긴은 어느 날 집에 와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가 뒤엉켜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어린 소년에게 이러한 모습의 목격은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기 충분했다.     


반면 발레를 배우다 집안 사정으로 그만둔 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루미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는 다른 남자와 어울리며 나루미에게 말한다. 고등학교 가 봤자 아무 필요없다고. 술집이나 나가서 일하라고. 그러면서 자신과 어울리는 남자가 10만엔에 나루미의 첫 경험을 사겠다고 말한다. 딸에게 칭찬이나 격려를 해 주지는 못할망정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부모의 억압과 세상의 어두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살 수 있게 한다.    

사진=디오시네마


나루미는 어머니의 육체적, 신체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쿄에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도쿄에 있는 아버지에게 간다면서 긴에게 ‘널 많이 좋아했어’라고 말하며 그 전날 다치고 자신에게 실망했을 긴을 위해 붕대, 약, 음료를 놓고 간다. 아무런 반응이 없던 긴은 갑작스럽게 나루미를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도시락을 싸서 갈까’라고 미소 짓는 나루미와 긴의 도피 여행은 부모님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는 곧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나루미와 긴은 어렵게 도쿄에 도착해 짧지만 잠시나마 도쿄를 돌아다니며 웃음을 짓는다.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그러나 나루미는 아버지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 딸을 책임질 능력과 자신이 없는 아버지는 나루미에게 돌아가라 하고, 나루미와 긴은 잘 곳이 없어 피씨방에서 밤을 지새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루미를 향해 어머니는 발길질을 시작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잠깐에 불과했던 일탈의 대가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가혹했다.  


  

사진=디오시네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성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도 아닌, 성장기를 겪고 있는 하나의 인생이다. 이러한 성장기라는 시점에 위치한 주인공이 나루미와 긴이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는 카이 히로카즈 감독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낸다면 현실의 가정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기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이유는 공유할 수 있는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고, 서로가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메꾸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하고 자야한다는 나루미를 구해내기 위해 엄청 맞고도 도와준 친구들에 힘입어 나루미를 구해내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긴. 긴과 나루미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진다. 과연 주인공들의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궁금함이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이다. 넘어지고 난 후 피를 흘리며 긴은 나루미에게 “너를 좋아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일본 도쿄까지 나루미를 따라갔었는지 이해되는 지점이다. 동시에 사랑하는 법을 모르던 긴이 자신과 남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쳤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두 사람에게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한 긴과 나루미의 모습은 우리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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