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 아야세 하루카와 켄타로
지금까지의 켄타로 영화 중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은 없었다. 각자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근데 이 영화는 켄타로의 매력에 더해 과연 오드리 헵번이 살아있었다면 과연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의 아야세 하루카의 매력이 있었다. 켄타로와 하루카의 순수한 사랑이 둘을 너무나 환상적인 커플로 만들어냈다. (영화평 요약)
‘영화’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다. 오랜 시간 회자될 만큼의 명작이 아닌 이상은 생명이 짧은 게 ‘영화’이다.
이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 켄지(사카구치 켄타로)는 밥 먹듯 영화관을 들락거리는 청년이고, 그 영화관의 주인인 혼다(에토모 아키라)는 종종 동전 몇 푼만 받고 그에게 빈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켄지(사카구치 켄타로)가 오랜 시간 동경해 왔던 흑백 고전 영화의 주인공 미유키(아야세 하루카) 공주와 현실에서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공주와 왕자의 사랑 얘기를 연상케 하면서도 현대의 모습에 적용해 만들어낸 순수한 사랑 얘기는 타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 필자가 찾고 있던 로맨스 영화란 이런 것이었다. 현대 시대를 시점으로 하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노인 켄지가 자신의 담당 간호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어 1960년대의 켄지, 그리고 현재의 켄지의 배경이 넘나들고, 이러한 형식은 영화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 두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 그리고 추억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영상미가 어우러졌다. 두 주인공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감이 밀려왔다. 웃긴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오고, 슬픈 부분에서는 슬프고,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흑백 영화 속 공주가 현실 세계로 나온다는 설정은 신선했고, 그래서 처음에 궁금했다. 과연 신선하고 좋은 스토리가 좋은 영화로 이어졌을지.
켄지가 찾아보는 미유키가 나오는 영화는 예전 영화다. 한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채워 즐겨봤던 영화였지만, 지금은 창고에 처 박혀 있는 아무도 보지 않는. 켄지는 그런 영화를 보며 웃고 슬퍼하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필름이 팔리기 하루 전, 미유키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에 영화 속 주인공인 미유키 공주는 현실 세계로 넘어온다. 비가 오고 번개가 치는 그 순간에.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에서 미유키는 현실 세계에서 영화 속에서처럼 흑백이고, 사람과 접촉해서도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도 없다. 어쩌면 저주에 가까운 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현실에 넘어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유키는 켄지에게 영화 속 세상이 따분해서 왔다고 말한다. 허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유키는 켄지를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한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영화를 봐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켄지를 스크린 속에서 바라보며 고마웠다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추억, 행복, 사랑을 잘 드러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점을 하나 더 꼽자면 빼 놓을 수 없는 점은 ‘향수’이다. 영화 스크린 속에서 1960년대로 넘어왔지만 매번 바뀌는 미유키 공주의 단아한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헤어스타일부터 액세서리, 의상, 양산, 하이힐까지 그 시대를 너무나 잘, 그리고 예쁘게 재현했다. 아야세 하루카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시공간을 초월한 감성 로맨스에 감탄하게 만든다. 또한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영사기, 손으로 직접 그린 영화 포스터, 공중전화 등의 소품들은 누군가에게는 생소함을, 세월을 관통해온 누군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기억 속의, 한 때의 꿈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색채를 사용하는데, 그래서 영화가 더 아름답고 강렬하다. 장미, 우체통, 단풍잎, 루비 반지 등은 모두 미유키가 현실 세계로 와서 본 첫 색깔인 ‘빨간색’을 담고 있는 사물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하는 데 일조한다.
사카구치 켄타로의 스타성에 의존한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러 인물들을 적절히 잘 조화롭게 사용해 켄지와 미유키의 사랑을 잘 부각시켰다고 본다. 영화를 보며 영화 속의 아야세 하루카는 마치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오드리 햅번을 연상시켰다. 오드리 햅번이 살아있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이 말을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영화에 딱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 감히 말하건대 아야세 하루카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예쁘지 않았을까. 인생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로맨스라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내 품 속에 넣어놓고 여러 번 꺼내보고 싶은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평점 88점 이상.
PS. 이 영화에서 가장 설레는 장면은 공중전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키스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