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영화 '침묵이여 안녕'
일본에서는 모든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를 금지하는 '쾌락법'이 시행된다. 영화, 음악 등 모든 오락 문화가 금지되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소음'이라 불린다. 나사못 공장 노동자로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는 미즈토(요시무라 카이토 분)와 토키오(와카바 류야 분)는 어느 날 우연히 근절 대상인 수많은 음악이 보존되어 있는 폐허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곳에서는 음악을 지키려던 사람이 살해된 곳이다.
주인공 미즈토와 토키오는 처음 보는 악기와 앨범, CD, 테이프 등을 보고 신기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즐거움이 사라진 세상에서 둘은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경찰조차 음악 듣는 이들을 찾아 죽이는 것이 불법이 아닌 이 사회에서 둘은 점점 사회와 멀어져간다.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하지 말아야 된다'면서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과연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이는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침묵이여 안녕>은 너무나 좋은 소재를 갖고 있다. 줄거리를 들었을 때, "잘만 표현하면 엄청난 영화가 되겠구나"싶어 기대를 잔뜩 안고 본 이 영화는 온갖 비싼 재료를 가지고 요리해서 음식을 태워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일단 문제점을 꼽아보면 첫 번째는 너무나 갑작스런 전개와 억지스런 전개였다. 중간중간 갑자기 "응?"하는 전개가 나오는가 하면, 너무나 빠르고 억지스런 전개가 나와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릴 정도였다. 필자 본인도 당황스럽고 웃겨서 웃었으니. 어이가 없게 해 관객들로 하여금 웃게 하려던 의도였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며 몰입도가 떨어지는 효과와 동시에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를 하나 꼽자면, 영화 속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는 경찰 중 한 명은 두목이 사람 죽이는 것을 방관만 해 왔는데, 주인공들이 '선 오브 노이즈(Son Of Noise)'라는 음악하는 곳이 있는 걸 알고 장소를 찾으려 할 때, 뜬금없이 나타나 장소를 가르쳐 준 것이다.
두 번째는 심각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70%쯤 봤을 때, 평론가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30점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결말을 보고는 20점대로 추락해버렸다.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 수도 있고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됐다. 영화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세지가 얼마나 많았는데, 그 메세지들을 모두 두리뭉실하게 날려 보냈다. 보고 나서 '뭘 말하고 싶은 걸까'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시간 낭비를 했구나'라는 점을 알게 한 것이 중요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결말을 언급은 안 하지만, 허점들이 너무나 많아 영화의 장점들이 모두 그늘에 가려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여자 주인공을 보며 처음에는 '러블리즈의 멤버를 닮았네' 생각하며 봤는데, 남자 배우나 여자 배우나 나름 괜찮았던 연기의 배우를 허망하게 무너뜨렸다.
이 영화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우리가 꼭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점을 소재로 다룬 것이다. 물론 풀어내는 방식이 기가 막히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권력에 의해 문화가 억압받고 제약받는 것이란 과연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불과 30년 전, 여러 음악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검열받고 탄압받았으며, 그러한 일이 미래에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음악이 없다면, 세상은 살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절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담긴 음악과 영화가 있고, 영화와 음악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화가 없다면 그건 과연 인간이 살 수 있는 세상일까? 평점 25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