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달과별 Sep 15. 2018

미친놈들의 세상, 폭력은 전염된다 '디스트럭션 베이비'

[리뷰] 영화 '디스트럭션 베이비'

영화 '디스트럭션 베이비' 스틸컷.


‘디스트럭션 베이비’의 주인공 '타이라(야기라 유야)' 같이 답 없는 영화 캐릭터는 처음 봤다. 타이라는 아무 이유 없이 주변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디스트럭션 베이비>를 보고 하는 말이 '완전 폭력 영화'라고 하는데, 절대 틀린 말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이다. 근데 폭력의 정당한 이유나 필요성이 없다.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과 화를 밖으로,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하지 않는다. 누구를 때리면서 화를 풀거나 누구를 죽이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을 말 그대로 우리는 미친놈,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주인공 타이라가 사람들을 때리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대사도 별로 없는 타이라라는 캐릭터는 오직 눈빛과 행동만으로 연기를 펼친다. 그러한 폭력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키타하라 유야(스다 마사키)와 나나(고마츠 나나)에게도 전이된다. 타이라는 자신이 세운 규칙 속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면, 유야는 타이라의 폭력을 지켜보다 동조하게 되는 인물이다. 유야는 타이라의 폭력보다도 더 심하고 비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길 가던 여학생을 발로 차지를 않나, 물건을 사 가지고 가던 여자를 때리지 않나. 강자는 타이라에게 넘기고 자신은 약자만 괴롭히는 식이다. 



고마츠 나나가 출연하는 작품이라 보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고마츠 나나가 너무 많이 당해 차마 끝까지 보기 힘든 작품이기도 했다. 영화를 다 보니 나름대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다소 알겠지만, 그 부분을 영화 자체가 그렇게 잘 표현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고마츠 나나는 영화 속에서 '나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안 보이게끔 도둑질을 일삼는 인물이다. 마트에서도, 장신구 상점에서도. 술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인 나나는 중간에 유야에게 잡혀 트렁크에 갇혀 끌려다니게 된다. 유야는 타이라와 함께 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나나는 끌려다니며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 '디스트럭션 베이비' 중 고마츠 나나 스틸컷.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 나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끌려다니던 유야는 도중에 자신에 내재한 분노를 살인으로 표현한다. 유야가 때려서 한 농부를 눕혀 놓고 나나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한다. 나나는 실수로 차를 출발하면서 그 농부를 밟는다. 나나는 그 농부를 트렁크에 넣고, 아직 살아있던 농부를 손으로 목 졸라 죽인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던 인물이, 타이라나 유야보다도 더 높은 수위의 폭력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다. 폭력은 한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전파된다는 것을 이 부분은 보여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세 명의 인물이 차를 타고 도주하던 도중, 나나는 자신만 안전띠를 매고 일부러 다른 차와 부딪혀 사고를 내고 유야는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사고 난 상대 차량의 주인을 죽인다. 여기서 나나는 차 문을 세게 닫는 것을 반복함으로서 유야를 죽이며 욕을 한다. 그리고 자신은 구출되고 난 뒤, 피해자인 척을 하면서 영화 속 역할은 끝난다. 사람은 누구나 분노가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폭력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영화를 보며 배우 '이와세 료'를 닮은 배우가 나오나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리뷰를 쓰며 찾아보니 실제로 이와세 료 배우가 출연했던 것을 알게 됐다. 최근에 이와세 료와 단독 인터뷰도 진행했던 필자로서는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이 난무한 이 영화에서 타이라는 자신의 분노를 다른 사람들을 폭행하는 수준이라면, 유야는 그런 폭력을 즐기고 재미로 이용한다. 나나의 분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살인이라는 것으로 공개된다. 누구에게나 분노는 있지만, 미친놈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허나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디스트럭션 베이비>는 보여준다.  


영화 '디스트럭션 베이비' 포스터.



작가의 이전글 '언덕길의 아폴론' 고마츠 나나 출연작 TOP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