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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달과별 Sep 15. 2018

 '언덕길의 아폴론', 우리의 청춘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리뷰]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음악' 소재로 사랑과 청춘 표현한 '언덕길의 아폴론', 우리의 청춘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 주의! 본 글에는 영화의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애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 텐데. 좋아하는 애의 웃는 얼굴만 보고 싶을 텐데. 그런데 얼마 전에 좋아하는 소녀를 울려버렸어”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이 국내 개봉을 6일 남겨두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때부터 계속 기다려왔던 작품인 만큼 큰 기대를 안고 봤다. 고마츠 나나의 팬으로서 얼마나 영화가 보고 싶었는지, 기대감이 남달랐다.



영화는 좋기는 좋았다. 원작을 충실히 잘 재현해내기도 했고, 재즈와 청춘, 로맨스를 접목시켜 꽤 신선하고 찬란한 배경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허나 고마츠 나나의 전문 연기인 로맨스 영화인줄 알고 봤더니 재즈를 주로 한 음악 영화였고, 음악 영화인 줄 알았더니 청춘을 다룬 영화였다.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음악, 로맨스, 청춘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이 있어 좀 아쉬웠다. 120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에서 감독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으나,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이라면 과연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물론 <언덕길의 아폴론>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쉽기는 한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를 볼 때는 몰랐던 점이 영화를 보고 하나씩 새록새록 떠오르고, 영화의 맑고 밝은 장면들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는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카오루(치넨 유리), 리츠코(고마츠 나나), 센타로(나카가와 타이시)이다. 학교 최고의 불량아 ‘센타로’와 그의 소꿉친구 ‘리츠코’, 외톨이 전학생 ‘카오루’의 이야기가 담겼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학을 오게 된 카오루는 부모님이 안 계셔 큰어머니 댁에 사는 인물이다. 전학을 온 카오루에게 처음 말을 건 사람은 학급위원인 ‘리츠코’. 리츠코를 보고 카오루는 리츠코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으로 하게 되고, 음악을 좋아하는 카오루와 우연히 레코드 가게 딸인 리츠코는 이를 계기로 친해진다.


리츠코의 가게 지하에는 악기들이 있는 지하실이 있는데, 얼마나 예쁘게 꾸며놨는지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갖고 싶을 법한 연주실이었다. 그 곳에서 카오루와 센타로는 음악을 계기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카오루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센타로는 드럼을 연주하고, 리츠코는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셋은 친구가 된다.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스틸컷.

같이 공부하기로 하고 성당에서 만난 리츠코와 카오루는 센타로까지 데리고 바다로 놀러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쩜 풍경이 그리도 예쁘던지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없이 맑고 예쁜 영화 속으로 들어가 걱정 없이 캐릭터들과 어울리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말이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지금까지의 작품까지는 다르게 <언덕길의 아폴론>에는 삼각관계, 어쩌면 이중 삼각관계라 할 수 있는 것이 등장하는데,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단 중요한 점을 짚으면, 리츠코는 센타로를 좋아하고 카오루는 리츠코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비 오는 날, 카오루와 리츠코가 키스하는 장면은 화면 구도 상 캐릭터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카오루는 부모님 없이 큰어머니 댁에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센타로 또한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어렸을 적 성당에 묵주와 함께 버려져 있던 센타로는 혼혈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는 놀림을 당했다. 한 부모에게 입양되었지만, 어머니와 다르게 아버지는 친자식들이 태어나자 센타로를 없는 아이마냥 취급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두 명의 캐릭터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는지, 서로가 어떠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언덕길의 아폴론>은 나타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고마츠 나나가 맡은 리츠코 역할이 가장 고생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비중이 생각보다 작아 아쉬웠는데, 비중이 작게 느껴지는 이유는 분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이 아닌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이고, 카오루와 센타로가 우정을 쌓는 것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에 가깝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는데, 리츠코만 다쳐서 의식을 잃는다. 보면서 도대체 왜 리츠코는 빛을 못 보고 저렇게 고생만 하나 싶어 아쉽긴 했다. 영화 속 카오루와 센타로가 한 번 싸우고 화해한 뒤, 셋은 다시 연주하기로 하는데 리츠코가 여기서 보컬을 맡게 된다. 사실 음악 영화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리츠코가 직접적으로 둘과 함께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관객들이 바라던 일이었을 것이다.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스틸컷.


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매번 느끼는 것이 고마츠 나나의 연기 스타일은 한결같이 개성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남다른 외모가 작용을 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고마츠 나나의 연기 스타일은 매번 다르면서도 매번 자신의 느낌대로 연기의 색깔을 잘 드러낸다. 매번 고마츠 나나의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참 아름답게 영화 속에 녹아내렸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서 릿코와 센타로의 10년 후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언덕길의 아폴론>이 청춘 영화임을 알려주고 싶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정은 안 변한다던 센타로의 말. 그리고 여전히 똑같다는 열린 결말의 릿코의 고백. 릿코가 좋아하던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이 페이버릿 씽’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인물들이 연주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고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하는 남자 주인공의 말처럼 인생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므로 고마츠 나나같은 나의 이상형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지금 잡자.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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