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아무 변화 없을 것 같아요"
"괜찮아요 아무 변화 없는 거 마저도 동기부여입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주 5회 이상 운동을 한지 딱 3개월이 지났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는 딱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은 없었다. 다이어트라던지, 아니면 바디 프로필을 찍어야겠다던지 하는 대단한 동기가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스물일곱 직장인이 된 이후,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 무언가 몸을 움직여보고 싶어 처음 내 돈 들여 등록했던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회사 근처 필라테스 학원에서 1:1로 3회 정도, 그리고 1:6 그룹 필라테스로 내 생에 첫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했다. 예쁜 몸짓을 하며 운동하던 인스타그램의 언니들의 사진을 본 덕택에 어떤 로망 같은 게 서려 있던 운동, 필라테스.
그러나 현실은 뻣뻣한 내 몸뚱이를 움직이며, 호흡에 신경 쓰며 갈비뼈 닫으랴 척추를 쌓으랴 필라테스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몸보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운동이었다.
그래도 야근에 치이며 출석하고, 퇴근 후 정 시간이 없을 것 같으면 오전 수업에 참여하며 한 두어 달을 했을까? 변화는 1도 없는 내 인바디와 기계적인 듯 한 그룹수업에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그다음 시작한 운동은 실내 클라이밍이었다. 승부욕이 세고 지루한걸 못 견디는 내게 아주 딱 알맞은 운동이었지만, 워낙 근력도 없고 몸을 잘 쓸 줄 모르는 나는 악으로 깡으로 탑 홀드를 잡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그러다 보니, 다치기 일수였고 결국 발목을 접질려 3개월 간 꼼짝없이 한의원 신세였다. 부상 이후 다시 돌아간 암장에서는 겁이나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클라이밍을 할 수는 없었고 웨이트로 근력을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 간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었다.
1:1 pt를 받자니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어떤 트레이너와 운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 창 인스타 광고를 많이 하던 "슬릭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주말에 주 1회 그룹 pt를 받고, 주 중에는 평일 주 4회 이상 운동 인증을 하면 등록한 비용을 모두 환급해주는 프로그램이라 옳커니, 하고 시작했던 것이 두 깃수째다.
첫 번째 수업 때 점프 스쾃도 제대로 못해서 가르쳐 주던 코치의 웃음을 샀고, 나 스스로도 내 몸짓이 너무 우스웠다. 동작을 할 때마다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막 태어난 아기 기린 같다는 칭호도 가지게 되었다.
내 목표는 근육량을 증가하는 거였는데, 운동뿐 아니라 식단도 중요하다며 매끼 단백질을 챙겨 먹는 데에 신경 쓰라고 했다.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하루에 한 끼를 몰아먹던 습관 덕에 끼니 챙겨 먹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재택근무하며 귀차니즘으로 대충 간식거리로 떼우다 밤에 배달해서 야식을 먹던 습관을 고치려니 난감했다. 아침에 아침을 챙겨 먹고 나면 아직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은 더부룩한데, 점심시간이 금방 다가와서 세끼 챙겨 먹는 게 운동보다 더 큰 미션이었다.
운동과 식단을 시작한 지 2주쯤 흘렀을까, 담당 코치가 인바디를 한 번 재보자고 했다. 그전에 3개월 동안 필라테스 하며 인바디 숫자에 조금도 변화를 보지 못했던 나는 당연히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변화 없을 것 같아요"
"괜찮아요 아무 변화 없는 거 마저도 동기부여입니다."
2주 식단과 운동 후 별 기대없이 올라간 인바디 기계의 결과는 골격근량 +0.5kg , 체지방량 -0.5kg.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겼다는 자체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식단도 더 열심히 노력했고 주 중에 운동 인증을 위해, 클라이밍, 요가, 번지 핏, 발레핏, 서킷 트레이닝 등 온갖 운동들을 체험하며 운동과 식단에 재미를 붙였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골격근량은 2.8kg가 증가했고 체지방률은 처음보다 10% 가까이 떨어졌다. 인바디 수치만 달라진 게 아니다. 스스로 느껴질 만큼 체력이 좋아졌으며 건강에도 큰 변화가 있다. 불규칙하고 늦게 몰아서 한 끼를 먹었던 안 좋은 습관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 가슴 명치 위쪽이 뻐근한 통증을 항상 달고 살았었다. 그런데 운동하며 세 끼를 잘 챙겨 먹으려 노력한 덕에 어느 순간 기분 나쁜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소화 능력이 떨어져 라면 하나, 햄버거 하나도 못 먹을 만큼 입이 짧던 내가 한 끼에 김밥 한 줄, 닭가슴살 100g, 햄버거 하나를 전부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화기능도 엄청 좋아졌다. 예전에 식단 가이던스를 받아보며 이 많은걸 배불러서 어떻게 다 먹지? 하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로 지금은 먹고 싶은 게 한 가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생리통이 사라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생리통 때문에 학교도 결석해봤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너무 아파 출근길에 반차를 쓰고 링거를 맞으며 회사를 다녔는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다. 가끔 생리통이 없다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서 더더욱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
이밖에도 일주일에 무조건 5회 이상은 운동을 하게 되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고, 이제는 운동을 하러 가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워 못하게 되는 날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약간의 운동 강박이 생긴 것 같다. 이제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힙 으뜸, 짐 종국, 핏블리등 운동과 식단 관련 영상들을 추천해 준다.
예전에 모델 한혜진이 어느 방송에서 '세상에 어떤 것도 제 마음대로 안 돼요. 유일하게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몸만들기예요. 몸은 꾸준히 하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하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때는 방송을 보며 그냥 '아 그렇구나.' 이 정도로 흘려 들었었다.
그런데, 이 말은 정말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달라질 수 있는 순수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운동과 식단이다. 운동 습관을 서른 되기 전에 만들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운동의 재미를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깝다. 물론 운동하는 동안은 무거운 쇳덩이를 내려놓고 싶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 '내가 왜 스스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몸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많아질수록 개운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내가 되는 것에 중독되어 운동을 끊기 어려워진다.
커다란 목적의식은 없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달라지는 내 삶을 피부로 느끼다 보니 올해 시작한 것 중 가장 잘 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양성분표를 들여다보며 내가 먹는 것에 큰 관심을 들이기 시작했고, 내 몸에 변화를 느끼며 한 달 후, 두 달 후 더 변화될 내가 기대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운동을 하지 않는 누군가도 부디 이런 변화를 느껴보는 행복을 알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