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일상 - 26년 미국 여행(0)

적당히 준비해서 떠나자!

by 완소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제목의 여행을 민이와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 준비의 시작부터 든든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시작된 시기는 4~5달 전쯤이었다.

첫 이사를 마친 직후라 우리 둘 다 녹초가 되어 있었기에 좀 쉬고 싶었다.

게다가 저축으로 묶여 있던 돈이 이사로 인해 잠시 풀려 있었다. 다시 예금을 묶기 전까지, 소비를 할 수 있는 짧은 틈이 생긴 셈이었다.
나는 종종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며 매력 있어 보이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고, 가끔 비행기 티켓을 찾아보며 그런 망상들에 조금씩 살을 붙여갔다.

당시에는 터키 여행에 빠져 있었기에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 날짜를 바꿔가며 이스탄불행 항공편을 검색해 봤다. 그러다 별다른 생각 없이 목적 도시를 지정하지 않은 채 '미국'행을 검색해 봤는데 LA행 티켓이 60만원대인 게 눈에 들어왔다.


미국 왕복이 60만원이라니, 눈이 뒤집어졌다. 민이를 꼬셨고 둘이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달력을 보며 일정이 겹치지 않는지만 대충 확인한 뒤 그날 밤 바로 질러버렸다.

국적기가 아닌, 이름조차 생소한 하와이안 항공이라는 외항사였고, LA 직항이 아닌 시애틀 경유 일정이었다.
'승무원이 외국인인 것만 다르겠지'라는 생각에 별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경유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시애틀 공항 구경도 하고 잠깐 쉬었다 가면 되지 않겠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항공권 결제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여행을 갈지 말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막상 갈 때쯤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우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ESTA 비자 발급 비용을 인상하겠다는 뉴스를 보고, 두 배로 오르기 전에 ESTA 신청 정도만 서둘러해 뒀다.

머릿속으로는 대충 큰 그림은 그리고 있었고, 숙소나 일정 같이 세세한 것들을 정하려니 괜히 귀찮아져서 계속 미루게 되었다.

미리 다 정해버리면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핑계도 있었다. 그래서 예약이나 준비는 자꾸 뒤로 미뤘다.


그러던 중 11월 말이 되어서야 첫 일정을 정하게 되었다.

이번 우리 여행의 큰 컨셉정도는 있었다. 화려하고 시끌벅쩍한 관광지 위주보다는 한적한 곳을 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고 위대한 자연을 보며 나 자신과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들은 먼지 같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LA에서 많이들 가는 라스베이거스보단 따뜻하게 쉴 수 있는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하며 틈틈이 지도를 살펴봤다.


눈에 띈 건 LA에서 가까운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었다.

민이에게 국립공원에서의 멋진 일몰과 별 사진을 보여주자 바로 넘어갔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별을 보고 싶다고 해서 캠핑장을 찾아보니 웬만한 곳은 이미 거의 매진되었다. 이유가 궁금해 이리저리 찾아보니, 마침 그즈음이 달이 없는 날이라 별이 특히 잘 보이는 시기였다.
급하게 30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남아있는 캠핑장을 예약을 했다. 달이 없으니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겠다. 생각하며 나름 괜찮은 선택을 했다며 민이와 흡족해했다. 정작 어떻게 캠핑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그래도 목적지가 하나 정해지고 나니, 그 이후의 상상들은 비교적 쉽게 현실의 준비로 옮길 수 있었다. 차가 필요할 것 같아 렌터카를 예약했고, 캠핑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동선과 일정을 그려보며 일정의 절반 정도는 대충 적절해 보이는 위치와 금액의 숙소를 찾아 예약했다.

그렇게 준비를 조금 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나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 일했고, 민이 역시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지내며 개인 연주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그 연주가 끝난 날이 출국 전 날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직 예약하지 못한 호텔들과 생각하지 않은 계획들이 남아 있었고 짐도 싸야 했다.

미국의 치안 문제나 이민자들에 대한 뉴스 속 이슈들, 국경을 넘어가 보고 싶다는 욕심, 캠핑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머릿속에는 불안한 생각들과 걱정이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건 어떻게든 되겠지, 어쨌든 떠나서 놀고 쉬기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민이는 불안해하긴 했지만 나만 믿으라고 애써 달래 놓았다. 물론 나를 믿진 않았으나 민이는 워낙 바빠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출국 당일 아침에도 민이는 레슨을 나갔고, 나는 혼자 집에 남아 짐을 쌌다.
점심 무렵에 민이는 일을 마치고 귀가했고, 긴 비행을 대비해 씻은 뒤 얼큰하게 떡볶이 한 그릇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 여권, 비자, 이스타, 면허증 등을 한번 더 점검했다.

뭐가 빠진 지는 모르겠으나 빠진 채로도 괜찮다고 믿는, 빈틈 투성이인 둘이서 드디어 인천 공항으로 떠났다. 물론 민이는 본인이 빈틈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 Seoul ——— ● Incheon Airport




https://www.recreation.gov/ 사이트에서 국립공원을 검색하면 아래처럼 캠핑사이트를 예약할 수 있다.

Joshua Tree 국립공원 내에도 캠핑사이트가 여럿 있다.

캠핑장을 선택하면 캠핑 사이트를 선택할 수 있다. 겨울철 주말이 성수기인지 자리가 몇 개 없어서 고민의 여지없이 바로 예약했다.

캠핑사이트 각각 제약사항들이 있고, 사진과 함께 참고해서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선택하면 된다.

외국인은 예약이 불가하거나 결제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문제없이 예약이 가능했다.

아래 환불 규정도 친절히 기재되어 있다. 취소가 가능하니 우선 지르고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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