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주머니(4)

by 완소준

오후 다섯 시만 되어도 하루가 어둑해지며 끝나가는 12월 겨울이 벌써 돌아왔다. 시간이 유독 빨리 지나가는 정신없는 한 해였다.


회사 사무실 이동으로 평소 타고 다니던 셔틀버스를 타지 못한 채 새벽 다섯 시 반에 구시렁대면서 출근하던 게 지난겨울이자 올해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출퇴근 길은 답이 없고, 일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나, 이직은 시간 낭비니 아예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라는 생각과 마음고생을 깊게 하던 중 부서를 옮길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사 갈 수 있는 기회도 주여 졌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만 하기엔 나름의 노력을 하긴 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그대로의 하기엔 결과가 더 좋았기에 결국엔 운이 함께한 게 맞다.

이 만큼 노력했으니까 이 정도의 결과는 당연한 거야 나는 건 거만해 보일 수 있지만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운이 따랐어라는 말도 기만이자 건방진건 매한가지 같다.
내 나름 노력했고 운도 함께 따라줘서 노력 대비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다만 다음번에는 더 애쓰고 노력해야겠다.라고 하는 게 낫겠다.

더 할 때도, 덜 할 때도 있었지만 운이 항상 함께 했다.
집 밖에서 방황하던 고등학생 시절 나름대로 정신 잡고 생활하고 학업에 나름 노력했지만 솔직히 공부에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운 좋게 좋은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나 야자도 하고, 학교도 포기 않고 다니다 보니 4년제 대학을 간 것만으로도 기적이지만 사회에서 봤을 땐 애매한 대학이긴 하다.

수능 전 날 긴장 풀겠다고 피시방만 안 갔어도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직도 가끔 후회한다.

취업할 때도 시험 준비, 자격증, 면접 준비 모든 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처럼 열정을 불태우거나 체계적으로 하진 않았다.
이직할 때도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한두 시까지 자기소개서와 투탁이긴 했지만, 면접 준비는 개떡같이 해서 지원한 사업부와 전혀 다른 제품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입사 포부로 면접을 보기도 했다.

아무튼 내년엔 제대로 노력해서 더 큰 운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해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항상 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과연 그 이상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민이는 나와 다르다.
내가 못하는 것(혹은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받기보단,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항상 말한다. 누가 옳고 틀린 건 아니라는 것도 이젠 너무 잘 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그룹장님과 커피 마시면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머리속에 박혀서 적는다.

1+1=2라는 걸 주장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다 보면 필요에 따라 1+1=3이라고도 할 줄 아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해가 안 돼서 왜요? 그건 거짓말 같아요.라고 여쭤봤다.

예를 들면 '가'라는 일은 A 부서에서 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A라는 부서에서 못할 때도 있고, 일의 목적과 환경에 따라 B라는 부서에서 하는 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

1+1=2인지 3인지는 가끔 중요하지 않고 문제와 상황에 맞게 우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려면 인문학적으로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내 마음을 강하게 스친 무언가가 잘 공유될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생각이 넓어질 수 있는 대화였다.


내년엔 스스로 떳떳할 만큼 노력하며 기술적으로도 인문학적으로도 더 성장한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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