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일상 - 26년 미국 여행(3)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야하는데 자꾸 딴 길로

by 완소준

평일엔 꾹 참고 출퇴근 말곤 아무 것도 못하고, 약에 헤메서일까 3월부터 다시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져서 주말엔 요양한다고 글을 쓰지 못했다. 결과가 오늘 나왔지만 원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쉬어야하지 않나 싶다.

글의 맨 뒤에만 사진들을 넣는 구성을 좀 바꿔보라는 민이의 따가운 조언도 있어서 조금 수정해봤다.


전날보다 두 시간쯤 일찍 일어났다.

어제 일정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민이와 다음 날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민이는 인터넷에서 본 Hollywood 사인이 잘 보이는 사진 명소에 가보고 싶다고 했고, 나는 천문대에서 멀리서라도 봤으니 충분하지 않겠냐는 ‘찍먹파’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별다른 토론 없이 결국 Hollywood 사인을 보러 다시 가기로 했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어렵게 온 여행이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일단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고맙게도 민이는 내가 어디를 가자고 하든 대부분 항상 “오케이”다. 남들은 거길 왜 가냐고 할 만한 곳까지도 말이다. 가끔은 나를 조금 말려줬으면 좋겠다는, 배부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LA 첫 숙소, 떠나는 날 처음 사진 찍었다.

첫 목적지는 Hollywood 사인 사진 명소인 Lake Hollywood Park, 그리고 최종 목적지는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캠핑장으로 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홉 시쯤 체크아웃을 했다.

갈 길도 멀었고, 하룻밤 노숙을 해야 했다. 게다가 LA에서는 강도들이 자동차 창문을 깨고 짐을 훔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캐리어와 가방들을 트렁크 안에 보이지 않게 숨기듯 넣어야 했다. 요리저리 테트리스를 하듯 짐을 맞춰 넣었다.

낑낑대며 몇 번이나 짐을 실었다가 다시 빼기를 반복했지만, 여기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나 싶기도 했다. 전날보다 컨디션도 훨씬 좋아서 구시렁대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이젠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차를 타고 동네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요가 학원과 카페들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15분 정도 운전해 가니 언덕 골목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곳에는 LA의 푸른 하늘과 날씨와 잘 어울리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펼쳐지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주택가를 지나자 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연 속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러닝을 하고 있었다. 무슨 대회나 행사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평소에도 러너들이 많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국의 러닝 크루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러너들이 인상 깊었다.


공원 근처에는 평행 주차할 수 있는 주차 자리가 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바로 빈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사실 어떤 외국인이 본인 차를 움직여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입구로 들어가니 청량하면서도 넓은 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도 보였고, 큰 개들은 주인이 던져주는 공을 쫓아 열심히 뛰어다녔다.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공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Hollywood 사인이 가장 잘 보이고 사진을 찍기 좋아 보이는 명소에는 역시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인도 세 팀은 넘게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인의 인물 사진 실력과 완벽한 날씨 덕분에 민이와 계속 감탄하면서 공원을 나왔다.

LA는 1년 내내 맑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야외 촬영에 유리한 기후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 스튜디오들이 이곳에 모여 자리 잡기 시작했고, 도시도 그와 함께 성장했다고 들었다. 미국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만큼, 언젠가는 할리우드 거리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Lake Park로 가는 길의 동네, 이런데 살고 싶다. 부촌일까 중산층일까
LA 스러운 하늘과 LA의 랜드마크

민이와 나는 계속 동쪽으로 향해야 했다. 민이의 미국에 사는 친구가 추천해 준 커피가 있다며 한 번 마셔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동쪽으로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곳이라 잠시 들르기로 했다.

Philz Coffee라는 곳인데 민트 모히또 커피가 유명하다고 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하고,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패서디나(Pasadena)**라는 동네에 있길래 그곳으로 향했다.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패서디나에 대해 조금 찾아보니 66번 국도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고, 미드 빅뱅이론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고 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도 많다고 했다.

도착해 보니 LA에서 보던 동네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여유가 있었다면 이곳저곳 천천히 둘러봤을 텐데, 아직 마음이 바빴는지 커피만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차에 올랐다. 커피는 분명 맛있었지만, “한 번 경험해 봤다”는 데 더 의미를 두게 되는 맛이었다.

패서디나 역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유명하다는 플리마켓이나 구도심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둘러보고 싶다.


열한 시쯤, 패서디나를 떠나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슬슬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도 해서 지도를 다시 찾아보니 가는 길에 Ontario Mills라는 대형 아울렛이 있었다. 쇼핑몰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기 좋을 것 같아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약 50분쯤 달려 광활한 아울렛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마트나 아울렛에도 굳이 지하나 건물형 주차장이 필요 없어 보였다.

넓은 땅 위에 지어진 건물에는 2층 같은 건 없었다. 모든 매장이 1층에 넓게 펼쳐져 있는 구조였다. 나이키, 반스 같은 좋아하는 브랜드에 눈이 돌아갔지만, 점심을 먼저 먹어야 했고 무엇보다 굉장히 불합리한 환율 덕분에 쇼핑 욕구를 간신히 눌러둘 수 있었다.


쇼핑몰 중앙으로 가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다. 그릴, 일식, 중식, 햄버거, 치킨 등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와 가격대였다. 주문해서 포장한 뒤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먹는 방식이라 따로 팁을 낼 필요도 없었다.

둘이 한참 고민하다 나는 부리또를, 민이는 닭고기와 볶음면 메뉴를 각각 시켰다. 미국 음식은 크고 양이 많다는 사실을 또 잊고 있었다. 이런 곳이라면 하나만 시켜 나눠 먹고 디저트를 먹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때는 배고픔에 지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음식과 결국 마지막에는 싸우듯 먹게 됐다.


한숨 돌린 뒤 종선이의 스포츠 가방을 보러 잠깐 돌아다녔다. 마지막 쇼핑이 될 것 같아 괜히 마음이 급해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언더아머,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해도 대부분 한국에서도 똑같이 파는 제품들이었다.

결국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한국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해외 배송으로만 살 수 있는 가방 하나를 급하게 골라 계산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동쪽으로 향하기 위해 차로 돌아갔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파티 문화가 발달해서인지 꽤 큰 드레스 매장도 보였고, 민이와 잠깐 구경도 했다. 케이팝 매장도 하나 있었는데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고, 바로 옆 디즈니 매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한류의 인기를 의심해보기도 했다.

패서디나의 건물
그리고 라임 모히또 커피
너무 넓은 온타리오 밀스의 아울렛
절반 정도까진 맛있으나 그 이후는 전투
하루 종일 먹어도 될 것 같은 부리또

민이와 주차장에 앉아 잠시 다음 일정을 고민했다.

원래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들어가 공원을 둘러본 뒤 캠핑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착 시간이 세네 시쯤 될 것 같았고, 해는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진다고 하니 공원을 제대로 구경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부족해 보였다. 괜히 초조하게 움직이게 될 것 같기도 했다.

결국 공원 구경은 다음 날로 미루고, 오늘은 캠핑을 위한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른 뒤 공원 근처 캠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맥도날드 1호점 겸 박물관이 있다는 걸 보고, 한 번 들러볼까 하고 물어봤다. 민이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솔직히 아주 매력적인 관광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초코첵스 다음으로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게 맥도날드라는 걸 민이가 알고 있어서, 나를 배려해 준 것 같았다.


맥도날드 1호점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작은 박물관 형태로만 남아 있었다. 샌버너디노라는 동네에 위치해 있었는데, 구글 후기를 찾아보니 치안이 꽤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많아 긴장을 한 채로 도착했다.

확실히 동네 분위기는 오전에 들렀던 Lake Park 근처 LA나 패서디나와는 많이 달랐다. 쇠창살이 설치된 건물이 훨씬 더 많았고, 3층 이상의 건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박물관 정도는 치안이 괜찮겠지 싶어 최대한 주차장 안쪽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건물 바깥에는 여러 장식물과 캐릭터 동상들이 있었는데, 밤에 보면 조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맥도날드 로고 옆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맥도날드 매장 정도 크기의 박물관이 나온다. 주인아저씨가 입구에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이후에는 자유롭게 둘러보면 된다.


이곳에서는 맥도날드의 역사와 세계 각국의 관련 기념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연도와 국가별로 정리된 해피밀 장난감 컬렉션이 인상적이었는데, 흥미롭기도 하고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저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관련 전시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다. 다만 전시된 물건이 많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뭔가 하나쯤 챙겨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는 따로 없었고, 화장실도 이용했으며 무엇보다 아저씨가 너무 친절해서 기부를 조금 했다. (기부 안내가 따로 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기념 맥도날드 주화를 민이와 각각 하나씩 뽑고 나왔다.

아주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고,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둘러볼 수 있지만, 오지 않았으면 분명 아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보면 너무 무서울 것 같은 샌 버너디노의 맥도날드
각국의 맥도날드 굿즈들, South Korea 대표로 좀 들고 올걸
맥도날드 삐에로가 이렇게 기괴하게 생겼었나,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다른 데에 쓰면 안 됐다. 우리는 국립공원 바로 옆, Yucca Valley에 있는 조슈아 트리 캠핑장을 향해 부지런히 이동했다.

기름을 넣기 위해 가는 길에 있는 모롱고 밸리라는 곳으로 잠깐 빠졌는데, 그 지점부터 점점 내가 상상하던 서부의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주유를 마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건물은 보이지 않고, 나무도 드문 황량한 산들만 이어지는 풍경이 나타났다. 내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서부 사막과 완전히 일치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이었고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길게 일자로 뻗은 도로를 달릴 때 괜히 엑셀을 더 밟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는데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의 시작이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캠핑장은 대부분 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단 하나의 캠핑장만 공원 밖에 있는데, 우리가 예약한 Black Rock Campground가 바로 그곳이다. 공원 내부 캠핑장은 이미 매진이었고, 이곳만 자리가 조금 남아 있었다. Yucca Valley에 위치해 있었고, 국립공원 바로 옆이었다.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사야 해서 마을의 월마트에 잠시 들렀다. 오후 다섯 시가 가까워지면서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캠핑장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마트는 너무 컸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장작, 불을 피울 도구, 고기, 간식거리, 물과 음료, 맥주, 그리고 민이가 계속 이야기하던 마시멜로, 일회용 수저와 접시, 휴지까지. 나는 점점 조급해졌고, 민이는 끝까지 꼼꼼하게 챙기려 했다.


결과적으로는 민이가 맞았다. 이미 늦을 만큼 늦어지고 있었고, 어차피 해야 할 준비라면 제대로 하는 게 나았다.

봉지째로 불을 붙일 수 있는 초보자용 장작을 살 수 있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양을 넉넉히 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고기 역시 종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채 골랐다. 그래도 나머지는 나름대로 잘 준비한 것 같았다.

점점 서부 느낌이 조금씩 난다. 그냥 밟고 싶지만 과속이 무서워 정속으로, 다들 정속을 지킨다
캠핑장 근처의 월마트

마트에서 나오니 이미 해는 졌고, 마을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서둘러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니 캠핑장 입구에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Visitor Center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안내판을 보고 우리가 예약한 캠핑 사이트로 이동하면 되는 구조였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이었지만 천천히 길을 찾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푯말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니 우리가 예약한 자리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차를 어디에 세우면 되는지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불을 피울 수 있는 솥 같은 시설도 하나 있었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서둘러 불을 피우고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초보자용 장작과 1달러짜리 토치 덕분에 불은 생각보다 쉽게 붙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일회용 용기를 올려 소고기를 구워보려 했는데, 불이 너무 셌던 건지 고기를 잘못 고른 건지, 구워진 고기는 도저히 먹기 힘들 만큼 질겼다.

민이는 마트에 다시 가서 고기와 장작을 더 사 오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도 늦었고, 돈을 더 쓴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나는 그냥 포기하자고 했다.

그때 민이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본인이 운전해서 다시 다녀올 테니 나는 자리를 지키며 고기를 좀 더 구워보라고 했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곳이라 연락이 안 될까 걱정되긴 했지만, 결국 다녀오라고 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혼자 남아 고기를 이리저리 더 구워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먹기 힘들었다.


40~50분쯤 지났을까. 마치 날아서 다녀온 것처럼 민이가 장작과 돼지고기를 사서 돌아왔다. 소금을 뿌리고 새로 산 고기를 다시 구웠다. 불이 워낙 세서 금방 익었고, 한입 베어 물자 정말 맛있었다. 질기지도 않았고, 불향이 입혀져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졌다.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진 건지, 아니면 그 순간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이의 탁월한 선택으로 더 사 온 장작에 불을 피우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으며 여유를 되찾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에는 단체로 온 친척인지, 모임인지 모를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도 함께 온 듯했는데 테이블에 모여 보드게임이나 카드를 하기도 하고, 어른들과 아이들이 둥글게 캠핑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요란하거나 시끄럽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바로 옆 사이트에는 아저씨 한 분이 혼자 온 것 같았다. 승용차 안에 계속 앉아 있었는데, 별을 보고 있는 건지 라디오를 듣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역시 조용했다.


그렇게 고요한 캠핑장 위로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은하수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많은 별은 양구 산골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을 해도 즐거운 민이와, 적당히 쌀쌀한 공기, 맡기 좋은 장작 냄새, 가릴 것 없이 펼쳐진 별빛, 그리고 형체만 어렴풋이 드러나는 이색적인 조슈아 트리들 사이에 서 있으니, 평온함이 온몸과 마음을 천천히 감싸는 느낌이었다.


별을 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아홉 시가 가까워졌다.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즈음이 되자 다들 하나둘 텐트로 들어가 잠자리에 드는 분위기였다. 캠핑장은 한층 더 고요해졌다. 우리도 남은 불을 정리하고 잘 준비를 했다.

외국에서는 화장실에서 양치를 잘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이를 닦고 싶었다. 몰래 눈치를 보며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캠핑장은 예외인지 양치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덕분에 마음 놓고 양치를 하고, 생각보다 깨끗한 시설 덕분에 간단히 씻을 수 있는 것도 마무리했다.

영하까진 아니었지만 LA보다 확실히 추웠다. 잘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운전석과 조수석을 최대한 뒤로 젖히고 한국에서 챙겨 온 침낭을 펼쳤다. 패딩을 입은 채 침낭 속으로 들어가 민이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잠깐 이야기하다 보니, 적당한 아늑함과 안도감 그리고 피로가 겹쳐 금세 잠이 들었다.

“추워서 자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 그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소금 뿌린 고기와 불 그리고 맥주와 마시멜로
화로와 불판은 캠핑장에 준비되어 있다
민이가 추가로 공수해 온 장작으로 구워 먹는 마시멜로
민이와 열심히 찍은 사진, 평화롭고 고요한 캠핑장에 조슈아 트리들과 우리 위로 별들이 쏟아졌다
이 순간이 좋았다. 핸드폰도 잘 안 터지고, 터질 것 같던 머릿속도 비운 채 모든 걸 잊었다. 피곤하기도 했다.
깨끗한 화장실 앞 쓰레기통
차박 이렇게 하는 게 맞나?


● Seoul ——— ● Incheon Airport ——— ● Seattle-Tacoma Airport ——— ● LAX Airport ———

● El Royale Hotel Near Universal Studios ——— ● The Getty ——— ● The Original Farmers Market(The Grove) ——— ● Griffith Observatory——— ● Lake Hollywood Park——— ● Pasadena——— ● San Bernardino——— ● Yucca Valley(BlackRock Camp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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