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깡통이 된 것 같아. 빈 깡통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지칠 때 있잖아. 구겨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무언가 수용하지 못할 것처럼 차가워진 것 같기도 해. 왜 깡통은 재활용이 된다고 하지만, 난 무엇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쓰레기를 비워야 해. 매일 해야 하는 일인데 마음은 잘 비우지 못해. 무언가 비워야 한다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인가 봐. 마음먹기는 쉬운데 그 마저도 잘 안돼. 쓰레기랑 마음이랑 뭐가 더 어려울까.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지.
접시가 되고 싶다. 담을 수 있을 만큼만 담고, 누군가 뽀득하게 씻겨줘서 물방울들만 탈탈탈 털어주면 깨끗해지는 것처럼, 가만히 건조대에 기대 있으면 매끈해질 텐데.
상자가 된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종이들을 치워야 하는데 구석에 먼지 먹어 갑자기 나타난 상자에 잔뜩 구겨 넣었어. 생각이 많아지면, 버리지도 못하면서, 언제가 필요할까 봐 쑤셔 넣을 때, 그런 상자 있잖아. 다시 꺼내 볼 것도 아닌데.
바람이 부는데 걱정보다 상쾌함이 들면 이상한 걸까? 앞뒤가 안 맞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아침이 밤이었으면 좋겠고, 밤이 아침이었으면 할 때, 길을 건너는 상상을 할 때, 식물로 태어나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이상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