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면서 어려운 깨달음
군인인 범이가 용인으로 발령을 받았다. 차에 꾸깃꾸깃 살림살이를 가득 채워 움직였다. 잠시가 될지 한참이 될지 모르는 ‘임시’ 주택을 받은 그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임시라지만 생각보다 너무 안 좋다. 새롭게 지내야 하는 곳이 이래서야.’
입구엔 담배꽁초가 나뒹굴고 앞에는 ‘개인 사유지 출입 금지’라고 적혀있는, 암울한 긴 철장 사이 30년도 훌쩍 넘어 보이는 아파트가 서 있었다. 지팡이를 든 노인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곤 세월처럼 주름이 쫙쫙 파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
‘임시’가 된 이유가 있겠지. 임시 보호소처럼. 거쳐 가는 공간, 보호받는 공간.
유난히 작고 낮아 보이는 아파트는 볼 것도 없었고, 길을 잃은 시야는 허허벌판 위로 아득하게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게도 하늘엔 서울에서 보지 못한 하얀 백로가 민속화의 한 장면처럼 날고 있었다.
“방금 하늘 봤어? 여기 백로가 살고 있어.”
“그래?”
“방금 저 산 너머로 지나갔어. 여기 백로가 살고 있나 봐.”
짐을 옮기던 그도 잠깐 하늘을 쳐다봤다. 어느새 컴컴해진 하늘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평소에 참새 한 마리 찾지 않던 눈이 핑글핑글 돌아갔다.
“진짜야, 저 산 너머로 날아갔어.”
그는 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주박아 또 이상한 상상한 건 아니지?”
“상상이 아니었는데. 자기도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백로가 뭐라고, 참
낡고 허름한 임시 아파트가 그나마 나아 보인다.
그도 백로 덕에 조금은 버티며 지내겠지.
“공기 좋고 산새가 좋은 곳이네. 조금만 버텨봐. 백로도 날고, 멋지다.”
그는 피식 거리며 짐을 옮겼다.
*용인엔 진짜 백로 서식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