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삶의 기준을 논하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STONER]를 읽고

by 청가젤

훌륭한 삶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대학교수인 존 윌리엄스가 지은 소설 '스토너'에는 미주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윌리엄 스토너라는 조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수강생 중에 선명히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196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동진, 홍진경 등이 추천한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역주행하여 서점의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스토너를 슬프고 불행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 존 윌리엄스(John Edward Williams)

'스토너'라는 의미를 4월 독서모임의 선정도서로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바로 소설의 주인공인 '윌리엄 스토너'에서 따온 제목이다. 가상의 인물인 그는 1965년 출간된 소설에서 미주리 대학교 영문과 조교수로 나온다. 작가인 존 윌리엄스는 1922년 생으로 1954년에 미주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다. 미국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55년에 덴버대학교로 돌아와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1985년에 은퇴하였으며 1994년 숨을 거뒀다.


작가인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라는 주인공을 진짜 영웅이라고 말하면서 아주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는 인터뷰 내용이 흥미로웠다.


영웅이라고 하면 위대하고 크나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떠올리는 나에게 의아한 표현이었다. 왜 영웅이라고 생각했는지 곱씹으며 윌리엄 스토너에게서 영감을 받은 서평을 남긴다.


나는 서평을 쓸 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수 있는 내용을 상세하게 적지 않는 편이었다. 내가 읽은 기록을 정리하고 싶지만, 우연히 내 글을 읽게 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서평에서는 스토너의 영웅적 면모 3가지를 뽑았기 때문에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책 [스토너]를 읽은 계획이 있는 분은 아래의 내용을 보지 않길 권한다.



영웅적인 면모 첫 번째, 누군가의 계시를 받는다.

"모르겠나, 스토너 군?"슬론이 물었다.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 책 <스토너> 초판본 29p

농촌 출신으로 부모님의 권유로 농과대학에 입학한 '윌리엄 스토너'는 2학년 때 50대 초반의 중년남자인 영문학과 교수인 '아처 슬론'의 영문학 개론 수업을 듣는다. 그 과목에서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도 잘 못하고 학점을 잘 받지 못했지만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며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 이후 영문학 강의를 계속 들으며 모두 A학점을 받았다. 4학년 거의 중반에 슬론 교수는 스토너를 불러 그가 영문학에 대한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하며 교육자의 길을 걸으라고 방향을 제시한다.


윌리엄 스토너는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신입생들을 위한 기초영어 두 강좌를 맡을 수 있도록 아처 슬론 교수님께서 마련해 주셨다. 그는 자신처럼 강의를 맡고 있는 박사과정을 밟던 동료인 '데이비드 매스터스', '고든 핀치' 두 명과 친하게 지냈다.



영웅적인 면모 두 번째, 혼란한 시대에 나타난다.


소설에 1915년 5월 7일 실제로 일어났던 '루시타니아호 침몰 사건'이 현재시점으로 등장한다. 독일 잠수함이 미국인 승객 100명 넘게 태운 영국여객선 루시타니아 호를 침몰시켰다. 그 사건 이후 미국의 전쟁 개입이 본격화되어 '데이비드 매스터스', '고든 핀치'는 입대를 결심했다. 윌리엄 스토너는 동료의 갑작스러운 입대 소식을 듣고 슬론 교수님의 연구실로 찾아가 의논했다. 슬론 교수님은 대화에서 본인은 1860년 생으로 남북전쟁 첫 해에 샤일로 전투에서 아버지께서 전사하셨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쟁으로 인해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짐승 같은 성질만 남는다고 했다. 오랫동안 없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슬론 교수가 말했다.


학자에게 평생 구축하고자 했던 것을 파괴하라고 해서는 안 되네.
- 책 <스토너> 초판본 51p

스토너는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독일군과 싸우러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1918년 봄에 박사학위 필수과정을 모두 마치고 그해 6월에 학위를 받았다. 그보다 한 달 전, 장교 훈련학교를 거쳐 뉴욕 외곽의 훈련소에 배치된 고든 핀치에게서 온 편지에는 그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또한 데이브 매스터스가 프랑스로 파견되었으며, 입대한 지 거의 1년 만에 미국의 첫 작전에 참가했다가 샤토 티에리에서 전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때는 1차 세계대전 시기이다.


그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으로 박사졸업 후 미주리대학교의 전임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책 출간이 예정되자 교수임용까지 받았다. 그에게는 자녀로 딸 한 명이 있었고 이름은 '그레이스'이다. 그녀의 결혼식은 1941년 12월 12일로 결혼식 닷새 전에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했다. 남편은 결혼 두 달 후 입대하여 태평양의 작은 선 바닷가에서 사망한다. 1942년 6월에 그레이스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레이스는 아들의 이름을 아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지었다. 딸은 아이를 키우며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이때는 따져보면 2차 세계대전 시기이다.


스토너 자신이 입대하지 않았고 학자로 평생을 살아간다. 전쟁으로 인한 시대적 상황이 지금도 공감되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영웅적인 면모 세 번째, 유명하다. 당대이든 혹은 후대이든 말이다.


스토너는 논문심사에서 같은 과 주임교수와 갈등이 시작되어 기초수업 위주로 수업이 배정되게 되었다. 계속해서 1학년 수업에 배정되자 기초적인 작문수업에 1200년대부터 1500년대 사이의 작품들을 공부하는 내용을 담는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포이 개념에 관한 에세이를 과제로 내주고 말이다. 이러한 실험 이후 스토너에게 상급 과목이 다시 개설되게 된다.


"37학번 학생들이 3학년이 돼서 영어시험을 쳤을 때, 어느 반 점수가 제일 높았는지 아세요? 마지못해 1학년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젊은 강사가 물었다. "물론, 스토너 영감의 중세영어를 들은 반이죠.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연습문제랑 안내서 같은 것만 수업에 쓰고 있다고요!"
- 책 <스토너> 초판본 322p


이처럼 스토너에게는 영문학에 관한 실력이 있었다. 신입생에게 어려운 수업을 진행하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제일 높이는 능력을 보였다. 그 또한 어려운 농가에서 자라다 슬론교수의 '영문학개론' 수업을 듣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성실하게 공부하며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본인의 결정을 확고하게 고수하는 면모에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겠다.


이렇게 서평의 분량이 어느 정도 채워가는데 스토너식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다루지 못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님이 "이 소설에 대해선 할 말이 너무 많아 제대로 시작할 수조차 없다."라고 표현한 내용이 와닿는다. 여기에서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이 내용을 알고 스토너 책을 보더라도 다른 새로운 내용이 충분히 당신을 즐겁게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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