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자냐

면이 아닌 가지와 호박이 잔뜩 들어간 속임수 요리

by 현정식탁

라자냐, 시골에 계신 우리 할머니가 들으면 음식 이름인 줄도 모를 괴상한 이름을 가진 음식이다.


오늘 만들었던 요리는 유튜브의 국가비 님의 레시피를 이용했다. 혼자 먹기보다는 친구를 초대해 술과 함께 먹는 편이 더 즐거울 요리이다.


(배부른 2인분)

다진 쇠고기 250g, 양파 반개, 다진 마늘 한티 스푼, 올리브유, 토마토소스 10큰술, 소금, 후추, 가지 반개, 호박 반개, 화이트 와인 한 큰 술, 파슬리, 치즈 많이


먼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는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세계인과 함께 식사한다면 이때 페페론치노를 함께 볶는 것도 좋다. 요즘 들어 매운맛은 한국인의 전유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의 대부분은 고춧가루 한 숟갈만 들어가도 맵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종종 보이니 세계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양파 반개를 다져서 볶은 양파에 넣고 함께 볶는다. 양파를 볶을 때는 달큼한 냄새가 올라와서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약간의 버터만 추가하면 내가 미슐랭 쓰리스타의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면대신 라자냐의 층을 쌓아줄 가지와 호박을 준비한다. 가늘고 길게 썰어본다. 자신의 손을 썰지 않도록 주의한다. 썰어놓은 가지와 호박에 소금 약간을 쳐준다. 땀을 빼주기 위해서. 땀을 뺀다니 정말 귀여운 표현이다.


양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다진 소고기를 넣어준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다진 돼지고기와 소고기 사이에서 고민했다. 1유로의 차이 정도지만 소고기가 나의 허영을 채워주니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1유로에 허영이 채워지다니! 얼마나 값싼 사치인가 싶다.


소고기에 핏기가 가실 때쯤 소주 혹은 화이트 와인 혹은 마시고 있는 레드와인을 넣어준다. 고기의 누린내를 날려주고 풍미를 살려준다. 물론 요리하면서 마시는 술은 나의 기분을 올려주는 역할도 한다.


파슬리 혹은 건 오레가노를 넣어주고 토마토소스를 넣어준다. 나에게 라자냐는 토마토소스 범벅인 요리이기 때문에 150그람 정도 넣었다. 약간 토마토소스에 대해 생각하자면 모든 요리를 감싸 안으면서 똑같은 요리로 만들어버리는 마성의 재료다. 어떤 재료를 넣든 똑같은 맛이 날 수 있으니 토마토소스를 넣을 때는 조심하도록 하자. 물론 (나에게는) 토마토소스를 넣은 어떤 요리든 맛있다. 지금까지는.


마지막으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도록 하자. 이때 너무 과하게 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치즈에도 어느 정도 간이 되어있고 가지와 호박에 땀을 빼기 위해 소금을 쳐두었으니 그것까지 생각하도록 하자. 나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아 좀 짰다.


땀을 빼준 가지와 호박을 키친타월을 이용해 땀을 닦아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귀여운 표현이다.


오븐 팬에 고기를 담고 가지와 호박을 올린다. 그 위를 치즈로 덮는다. 가지와 호박을 숨기기라도 할 것처럼. 그리고 또다시 고기를 담고 가지와 호박을 올린다. 다시 한번 치즈로 덮는다. 역시 가지와 호박을 숨기듯이.


오븐에 포일을 덮고 오븐 팬을 넣어준다. 이제 기다릴 시간은 170도에 30분 정도가 남았다. 나는 이 시간이 가장 느리지만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다. 집안은 고소하고 진득한 치즈와 토마토소스의 냄새로 가득 찬다. 약간의 와인으로 기분은 좋아져 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다가 잘 익고 있나 오븐을 확인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타지는 않을까 확인한다. 기다림의 행복이다.


치즈가 어느 정도 녹았으면 포일을 벗겨 색을 내준다. 지글지글한 치즈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으니까. 그러니 치즈는 많이 넣어야 한다.


이제 완성이다. 바로 구워져 나온 라자냐는 매우 뜨거우니 행주를 양손에 들고 라자냐를 옮긴다. 그릇에 라자냐를 담아 먹는다. 만약 덜 익었다면 포일을 덮고 다시 구워준다.


그리고 행복해지면 이 요리는 완성이다.


가장 마지막 단계가 중요하다. 행복해지지 않거나 위로가 되질 않으면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혼자 먹는다면 친구와 함께 왁자지껄하게, 친구와 먹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한잔의 와인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