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기쁨
며칠 전, 우리 동네 까르푸에서 돼지다리를 보았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꼭 족발을 해 먹어 봐야겠다고!
(배부른 1인분)
돼지 허벅다리 한 근 반(뼈 포함)
양파 반개, 파 한대, 마늘 8개, 생강 한 큰 술, 된장 한 큰 술, 후추 1작은술, 계핏가루 1작은술, 요리술 2큰술
간장 250ml, 설탕 세 큰 술
꿀 두 바퀴
족발은 사 먹기는 쉬워도 집에서 해 먹기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아니다. 그래도 기다린 만큼 기쁨을 주기에 해 먹어 봄직한 음식이다.
먼저, 돼지다리를 씻고 냄비에 담아 찬물로 피를 빼준다. 나는 3시간에서 4시간마다 물을 갈아주었다. 전날부터 시작해서 15시간에서 16시간 정도 피를 뺏다. 어디서 본 바로는 최소 3시간이라고 하는데 15시간 동안 피를 빼도 아직 남아있는 피가 있었기에 적어도 전날 밤에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날 밤에 준비해 놓은 돼지고기를 한번 더 씻어주고 삶을 준비를 한다. 큰 냄비에 물을 충분히 받고 양파, 파, 마늘, 생강, 된장, 후추, 계피, 요리술을 넣는다. 커피와 월계수 잎을 넣어주면 냄새가 더 잘 잡힌다. 하지만 나는 깜빡했다. 그래도 돼지의 냄새는 잘 잡혔다. 재료를 모두 넣고 30분 동안 삶아준다.
30분이 흐른 뒤 간장과 설탕을 넣고 한 시간 반쯤 더 삶는다. 이때는 설탕이 들어가기에 고기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는다. 그러니 좋은 냄비를 사용하던가 자주 살피며 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약에 탔다고 해도 탄 부분만 가위로 잘라내 버리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가 되면 마음이 가장 조급해진다. 거진 20시간가량의 준비시간이 곧 끝나가니까! 그래서 시간이 더디게 가는데 이때 다른 할 거리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냄비 근처에서 해야 하니 뜨개질이나 자수 같은 소일거리가 좋을 것이다. 그리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각종 향신료에 돼지 냄새까지 진득하게 집안에 퍼져 요리가 끝나고 냄새를 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요리 도중에 바로바로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다 삶아졌으면 고기를 따로 담아 놓고 육수를 채에 받혀 걸러준다. 다시 냄비에 고기와 육수를 1/3 정도 담고 꿀을 두 바퀴 두른 뒤 섞어준다. 고기에 윤기와 단맛을 더해준다. 10분간 졸인 뒤 고기는 따로 담아 한 김 식혀준다.
더 쫄깃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남겨놓은 육수는 얼려놓았다가 다음에 족발을 삶을 때 종 육수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완성이다! 상추와 쌈장 따뜻하고 쫄깃한 족발을 먹기만 하면 된다. 내가 말한 대로 한다면 정말 정말 맛있는 족발이 완성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 한국에서 사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만약 족발이 저녁에 만들어졌다면 나는 바로 마트로 달려가 보드카와 콜라를 사 왔을 것 같다. 그리고 그날의 하루는 행복하게 잠들었을 것이다. 물론 낮이라고 술을 안 마셨다는 것은 아니다. 와인을 조금 마셨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 요리를 하면서 기쁨을 느꼈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소꿉장난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힘든 줄 모르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