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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Aug 18. 2022

달리기로 달라진 것들 1

100km 달리며 되찾은 자신감

어릴 적 저는 단거리 선수였습니다. 학교 운동회 계주 경기에서 주로 초반 스타터로 활약했죠. 그래서 100m를 빠르게 뛰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면, 1km를 쉬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건 왜 그렇게 힘든지. 1분만 뛰어도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철 맛(?)이 너무 싫었어요.


게다가 마른 체형이라 유산소 운동하면 '살이 더 빠져 얼굴이 핼쑥해질 거다', '안 좋은 관절이 더 나빠질 거다' 온갖 핑계를 대며 달리기를 안 할 이유를 찾아왔고, 결국 지난 10년간 1분 이상 달린 건 손에 꼽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최근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이젠 20분 이상 무리 없이 달리며, 푸른 녹음과 맑은 시냇물 소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느낄 여유까지 생겼어요. 달릴수록 차오르는 자신감과 무겁던 몸과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 또한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올해 7월 중순부터 한 유명 달리기 어플을 통해 8주간 주 3회씩 달리기 프로그램에 도전했습니다. 보이스 가이드에 따라 처음엔 1분 연속 달리기부터 시작해 5분, 7분, 10분...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체계적으로 훈련했습니다.


런데이 앱


그리고 드디어 오늘! 24번째 마지막 달리기에서 목표했던 30분 연속 달리기를 달성했어요! (자축)


8주 전의 나에게 30분 연속 달리기는 불가능한 넘사벽이었으나, 지금은 해볼 만한 것이 되었습니다. 매 세션마다 늘어가는 목표 시간이 항상 부담되었지만, 옆에서 같이 뛰며 응원해주는 내 인생 동반자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달리기의 참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달리기는 7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회사에서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지쳐갔고 사실상 번아웃 상태에 이르렀죠. 1년 전 좋은 기회를 만나 급격히 커리어를 전환한 탓인지 기본기가 부족한 채로 혼자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업무 범위와 난이도에 압도되어갔습니다.


처음 반년은 좋은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며 좋은 평판을 얻었으나, 갈수록 방향성과 의미를 잃게 되며 무기력해졌습니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이라 체계적으로 정립된 디자인 프로세스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진행한 기획들은 중간 과정에서 무너지며 이전 단계로 되돌아갈 때가 잦아졌고요.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니 자감도 서서히 떨어졌습니다. 체력과 면역력도 떨어지며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도 항상 무겁고 뜨거워 쉬운 일도 집중하기 어려워졌어요. 저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힘겹게 보내던 어느 날, 더 이상 무너지거나 되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쭉 달려 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때, 그토록 싫어하던 달리기가 갑자기 하고 싶어 졌죠. 달리기는 내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혼자서 시작할 자신은 없어서 가이드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런데이'라는 어플을 거의 1년 만에 다시 켰죠. 초보자를 위한 8주 코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1분 연속 달리기 성공하고 나서 스탬프를 하나를 찍어보니 다음 스탬프도 찍어보고 싶어 졌어요. 


딱 8주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자라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에 실패했지만 이것만이라도 끝까지 해낸다면 떨어졌던 체력자존감도 채워지며 그동안 시달렸던 불안, 우울, 무기력도 모두 해소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달리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8주간의 달리기 여정과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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