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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혁 Sep 26. 2021

SNS에 관한 사색

팬데믹 시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을 고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2단계로 격상되기 전, 작은 강연장에 다녀왔더랬습니다. 강연을 참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제 경우 코로나 시즌 때문은 아닙니다. 해서 좀 억울한 것이, 학업 문제로 1월 부터 강연을 잡지 않았는데, 2월부터 코로나가 처음 기승을 부리면서 프리랜서 보상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탓으로 강연이 취소되었음을 증빙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증빙자료도 없었고 운도 없었지만 그동안 받고 산 운이 많은 탓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연 질의응답시간에 SNS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SNS를 즐겨 사용하는 강사라면 한번쯤 받아볼 법한 질문인데, 저는 전부터도 종종 들었던 질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SNS는 그냥 써 있는 방송국 이름이 아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불특정 타인들과의 관계망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서비스입니다.


세계적인 축구감독 퍼거슨이 "SNS는 시간 낭비다."라는 말을 해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SNS전문가도 아닌 분이 SNS에 관해서 언급한 게 무슨 의미가 있어서 널리 알려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미식가가 아닌 저도 삼겹살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는 있는데ㅎㅎ) 당시 SNS는 트위터를 지칭했던 말이고, 퍼거슨 감독이 인류에 엄청난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말이 아니라 그냥 운동선수들에 한해 했던 말입니다. 추측컨대 그분은 불특정타인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별 관심이 없는 분인 것 같습니다. 일단 퍼거슨 아저씨는 SNS를 안 써도 자기 말이 잘 퍼지는 공인이기도 하니(공공연히 언플의 달달인이라는 말을 듣는 분이니 만큼) 불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퍼거슨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만약 비난이라 쳐도 "황 아무개 작가, 퍼거슨 감독 맹비난" 같은 기사가 쓰일 일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누구나 SNS 아이디를 가지고 있을 법한 시대, SNS를 안 하는 사람은 조롱 받지 않는데, 쓰라고 만들어 놓은 SNS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관종"이라고 희화화 되는 것은 좀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인터넷에 댓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도 남에게 공감 받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을 쓰는 사람이 있고, SNS를 쓰는 여성들 중 자신의 몸매가 드러난 비키니 사진이 남의 눈요기거리나 되라고 게시하는 게 아니듯이, SNS를 쓰는 사람들 중에도 남이 좋아요 누르는 것에는 상관 없이 그냥 자기 생각 쓰는 사람도 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SNS에 글 쓰는 사람들이 동네 친구들만 만나면 '관종'이라는 말을 듣고 산다는데, 아주 가끔은 저도 듣습니다.('아주 가끔'이라는 표현에 의외라고 생각하셨다면 유감이지만ㅎㅎㅎ) 자주 쓰다보니 듣는 것 같은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너무 SNS를 안 써서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이 불필요하게 자주 쓰이면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잘 안꺼내게 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다소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슷한 예로 요즘 동세대가 어른들에게 '꼰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걸 보면 이 역시 사용 범위가 너무 분별력 없이 과하다 싶습니다. 이러다보니 요즘 어른들이 말을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청춘들에게 자기 답게 살라고 충고하던 그 기성세대가 자기 답지 못하게 망가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들지만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경험을 배우기 어려워진 감도 있습니다.


관종이나 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신조어도 생겼지만 뭐든 좀 적당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퍼거슨 아저씨 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황 작가 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지구촌이라는 공간 속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세상 속으로 던져지면서 적당하게 융화되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잘 거쳐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는데, 다들 sns란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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