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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혁 Dec 21. 2021

공연장 200%즐기는 꿀팁 소개

더 재미있고 더 경제적인 공연장 즐기기




아주 즐거운 연말이었다. 낮이고 밤이고 글을 써 갈기느라 여름 휴가를 떠나지 못한 올해가 못내 서러웠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여러 공연을 즐기고 올 수 있었던 이번 한 달이.

다녀온 횟수를 돌아보니 강연장 방문 포함 한 주에 두 번은 공연을 보고 온 꼴이다. 그렇게 공연장을 가면 한 달 나가는 비용이 크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한 달에 쓴 비용보다 훨씬 적게 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 수도 있는데, 문화예술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청중들의 부담없는 공연장 접근을 이끌고, 보다 경제적이고 보다 재미있게 즐기는 법 몇 가지를 공유해볼까 한다.



첫 번째. 공연 당일에 하는 전시회가 있는지 찾아볼 것.

많은 공연이 세워지는 문화예술회관 같은 곳이 꼭 공연만 보는 곳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문화예술회관에 공연만 올려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회관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회관이다. 문화공간으로서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미술작품들을 전시하는 전시관도 함께 마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공연 티켓 예약을 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당일에 전시되는 작품전이 있는지 알아본 후 공연 전에 전시를 즐기는 것도 좋다. 특히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전은 회원전이 대다수여서 무료로 전시되는 경우가 많고, 유료 전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작 전시가 많기 때문에 관람료가 만원을 넘는 법이 별로 없다. 이만하면 공연 보러 간 김에 함께 즐기기에 괜찮지 않을까.



두 번째. ‘명성장사’에 속지 말자.

예를 들어 수십 년 전통의 뮤지컬 하나가 초연 뮤지컬단의 연주로 올려진다고 하자. 그러면 티켓값이 엄청 비쌀 텐데, 그 공연이 자신에게 티켓값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생각해봐야 한다.

일단 초연 뮤지컬단 소속의 초연 멤버들이 하는 공연이라면 시간이 많이 지났을수록 연주자의 기량이 처음과 같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세월이 지나서도 멤버들의 연주 자체가 감동인 경우는 티켓값만한 가치가 있을 테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초연 뮤지컬단이라도 뮤지컬단에도 세대교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초연 뮤지컬단이 하는 공연이지만 초연 멤버들의 공연은 아닌 공연이 된다. 이 역시 초연 멤버의 공연은 아니라도 뮤지컬단의 인지도를 믿고 기량 있는 단원의 공연을 기대할 수 있다면 비싼 티켓의 값어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초연 멤버들의 공연을 기대한 청중이라면 이럴 때 비싼 티켓은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없을 테니 마찬가지로 생각해볼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 좌석 업그레이드, 가능할까?

호텔 객실이나 비행기 좌석이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듯 공연장도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공연을 감상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아 ‘큰맘 먹고’ 제일 저렴한 공연 티켓을 예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비싼 티켓을 예약하고 싶어도 해당 좌석이 다 차서 그보다 못한 좌석을 예약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 공연 당일 시간이 임박할 때 주최단체에 전화해 당일에 취소 좌석이 있으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 물어볼 수 있다. 주최측도 공연 시간이 임박한 경우엔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체가 많다. 운이 좋으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좌석을 배정받을 수도 있으니 기대해볼 법도 하다.



네 번째. 매진된 공연의 티켓을 예약하고 싶다면?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이 단 한 좌석도 남지 않아 매진 된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건, 오전 00시에 예약창을 열어보는 것이다. 미리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 티켓값도 미리 지불하게 되어있는데, 일정한 날짜까지 티켓값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의 티켓은 다음날 오전 00시가 되면 자동 취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티켓 예약 창을 열어보면 예약 가능한 좌석 몇 개가 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티켓이 취소된 사람들 중에는 공연 보러 가길 주저하느라 티켓값 지불기한을 놓친 사람도 있고, 일상이 바빠서 지불기한을 놓친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이때를 잘 활용하면 꼭 보고 싶은 공연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공연 당일 주최측에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다. 공연 당일에도 티켓이 취소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미리 약속 잡은 동행자가 없더라도 꼭 보러 가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당일 주최측에 전화를 걸어 자리가 나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배고프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듯 그렇게 공연이 보고 싶은데 방법이 1%도 없으랴. 꼭 보고 싶은 공연 중 놓칠 것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이 같은 방법들을 참고해두자.



다섯 번째. 의외로 무료공연이나 저렴한 공연이 많다.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공연이나 작은 음악단체의 공연, 지역예술가의 공연들 중에는 의외로 무료공연이거나 티켓값이 저렴한 공연들이 많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 티켓값보다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공연은 기관에 따라 영리 목적의 행사를 열기 어려울 수가 있어 이 경우 유료 공연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행사이니만큼 양질의 공연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런 공연 소식이 있으면 놓치지 말아야하겠다.

지역의 음악단체가 여는 공연도 청중을 모으는 게 관건이므로 무료공연이 많다. 작은 음악단체가 여는 공연에는 질 낮은 공연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길거리 인디밴드의 공연이 다 프로가수들보다 못한 것은 아니듯 장인정신을 고수하는 단체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의외로 알기 쉬운 곡 연주도 작은 단체가 더 많이 연주한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단체일수록 청중 모으는 게 관건인데, 사람들이 모르는 어려운 곡만 하는 작은 단체라고 해봐라. 그런 공연을 보러 올 청중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역예술가들의 공연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여기서 양질의 공연이 많다. 독창회나 독주회가 열리는 경우, 유학을 다녀와서 귀국 음악회를 열거나 한창 공부 중인 곡들이 준비되었을 때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연주자의 기량이 상당한 순간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때는 깊이 있는 곡들도 감상해볼 기회가 생긴다. 문화공간의 공연일정을 찾아볼 때 이상의 공연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청중들에게 힐링을 베풀고 싶은 예술가들이 많다.



여섯 번째. 공연, 생각하는 것보다는 안 어렵다.

어떤 클래식 아티스트나 국악 아티스트가 공연을 한다고 해서 누가 들으러 가자 그러면 “잘 모르는 분야”라며 자신이 가도 되는지 싶어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공연들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들은 청중 욕심이 많다. 때문에 음악을 잘 모르는 청중들까지도 염두해두고 공연을 준비한다. 그러므로 어디서 들어봐서 알 것 같은 곡 몇 개는 꼭 프로그램에 넣어둔다. 그런 반가운 곡들이 있어야 잘 몰랐던 좋은 곡을 알아가는 묘미에도 젖을 수 있다는 것을 아티스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도 날 때부터 음악을 잘 알고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공연장에서는 영화관과 달리 아티스트와 만날 수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고 배우들을 만날 수 있지는 않다.(물론 시사회 제외) 하지만 공연장은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이점이 영화관보다 좋은 공연장의 매리트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이 로비로 나와 싸인회를 갖거나 청중들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이더라도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는 청중들과는 꼭 소통한다. 이럴 때 인증샷을 찍어준 아티스트는 청중에게 의미있는 추억이 되고, 만나기 위해 기다려준 청중은 아티스트에게 보람된 시간을 선물해준다. 꽃을 들고 가면 더 좋다. 어떤 경우에 SNS를 맞팔해주는 아티스트도 있는데, 이럴 때 청중은 그 아티스트의 완벽한 팬이 되고 다음 공연을 재방문하게 된다.


여덟 번째. 공연 전후에 즐길 맛집과 카페, 야경 코스를 찾아보자.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러가는 사람이라면 센스가 여기까지만 미쳐도 게임 끝이다. 공연 저녁식사시간 전에 열리는 공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저녁식사 시간 후에 공연이 열린다. 이 공연시간과 장소를 기점으로 그 고장의 맛집과 카페, 야경 코스를 알아둔다면 데이트 코스를 더 짤 것도 없고, 심지어 혼자 즐긴 공연이었더라도 운치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공연 전에 맛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해서 잠깐의 전시를 즐기고, 공연을 본 뒤 차를 테이크 아웃 해서 야경을 보고 오는 것이다. 물론 카페 자체가 야경 명소면 다른 곳을 들를 필요도 없다.


맺으며,

만날 때마다 하는 영화관 데이트가 지겹다면 가끔씩 큰돈 들이지 않아도 이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데이트 또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중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만 특히나 요즘 같은 때일수록 공연 예술계에도 큰 힘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무료공연을 가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그냥 봐도 되냐는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SNS나 블로그에 공연인증샷이나 감상평이라도 남겨주시라. 좋은 공연을 한 아티스트들에게 힘나는 보답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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