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진혁 Aug 30. 2022

함께 몇십 번의 봄을 더 만나야 하니까.

몸져 누운 아버지를 보면서

며칠간 아버지가 몸져누우셨다. 상황을 파악한 주말에야 응급실을 권해봤지만 가지 않으셨고, 월요일에야 병원을 가기로 하셨다. 지금껏 이렇게 끙끙거리시는 모습을 본 일이 없으니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녔다.


원인도 의심해볼 기운도 없이 끙끙대시던 당신의 모습이나 그런 남편을 보면서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워낙 안쓰러워 동행하고 싶었지만 나도 내 일정이 있어 갈 수 없었고, 아시는 병원을 찾아간다기에 증상을 제대로 말씀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며칠간 지켜본 의견을 선생님께 부치기로 했다.



격한 운동으로 인한 코로나 후유증이나 장염, 심하면 뇌경색까지 의심했지만 일단 장염이라고 했고, 다소 심한 편이라고 한다. 응당 입원해 계실 줄 알았더니 돌아오니 또 집에 계셨고, 급성 장염으로 생고생을 해본 유경험자로서 아버지께 입원을 권했다. 하루간 집에서 끙끙 앓던 아버지는 입원을 하기로 했고, 병원으로 가셨다. 나도 자주 진료받았던 선생님께서 담당을 맡은 모양이다.


평소 의자에 앉아 키보드에 매달려 있듯 오랜 시간 컴퓨터를 하는 게 일인 나는 업무 시간과 여가를 잘 나누지 못해 건강을 못 챙기는 편이지만 그에 비해 아버지는 꼬박 운동을 챙기는 덕택에 다른 또래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다. 다만 연세에 맞지 않게 운동이 격한 편이었던 게 늘 걱정이었다. 아버지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운동신경을 좀 나눌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운동으로 인해 병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아서 집에 있는 아빠의 자전거 처분을 벼르는 아들이 처리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고령의 부모님이 마음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빠, 어여 쾌차하세요. 우리 가족은 함께 몇십 번의 봄을 더 만나야 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전진에 필요한 고민을 하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