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잘하고 싶으세요?

by 운해

2025년 4월의 첫날이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4월 1일은 만우절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들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전날부터 어떤 장난을 칠까 고민하며 잠들었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새 훌쩍 자란 나는, 만우절에 대한 기대보다는 고단했던 겨울을 견디고 따뜻한 봄날을 맞는 4월이 반가운 어른이 되었다. 어제까지 싸늘했던 봄바람이 오늘은 제법 따뜻한 기운을 담고 불어온다. 집안을 가득 채우는 봄기운에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늘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3월은 아이들도 나도 적응하느라 이리저리 뒤엉킨 날들이었다. 처음 하는 늘봄 프로그램은 기존의 강의들과 다르게 강사가 챙겨야 할 것들이 제법 많았다. 처음 3월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요인들은 점검해야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한 달을 지내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 뭐든 첫 시작은 어려운 법이다. 그 시기만 잘 견디면 별거 아닌 일을 왜 이토록 가슴앓이를 하는지...


찐한~ 햇살을 맞으며 학교로 향했다. 오늘 수업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살펴보며 아이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영차~ 작은 몸에 커다란 가방을 이고 두 손으로 교실문을 여는 아이. "OO아 어서 와~~" 라며 두 팔을 벌리니 아이는 나에게 안겨온다. 오늘 하루,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눈을 비비며 어려운 수업도 견뎌냈을 기특한 아이. 그런 아이를 품에 꼭 안으며 아이의 하루를 그려본다.


1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책놀이 수업. 오늘의 도서는 '슈퍼 거북'이다.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 함께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수업에서 나의 장점을 찾는 활동은 많이 해봐서 그런지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잘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게임을 잘하고 싶고, 달리기를 잘하고 싶고, 공부를 잘하고 싶고, 공기놀이를 잘하고 싶고, 축구를 잘하고 싶고, 춤을 잘 추고 싶고, 뭐든 다 잘하고 싶고... 등등 아이들은 각자의 숨은 이야기들은 열심히 쏟아냈다. 모두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한 친구가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선생님은 무엇을 잘하고 싶으세요?"


처음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지만, 언제나 그들이 궁금한 것을 나에게 질문했을 뿐, 나의 생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제 막 1학년 생활 한 달을 지낸 아이에게 질문을 받았다는 일이 나에게는 매우 신선한 일이었다. 아이의 질문에 모든 사고는 온전히 나에게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정작 나에게는 던져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난 무엇을 잘하고 싶을까?


“선생님은 '다정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이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던 중, 늘 내가 되고 싶고, 하고 싶고, 추앙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정한 사람'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정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몸도 마음도 어려운 날들이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이 어지러운 날들이다. 날 선 말들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이내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그렇게 모진 말들을 쏟아내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나아지는 것일까?


순간순간 거친 마음이 들고 외면하고 싶은 시간이 있다. 그렇지만 어지럽게 뒤엉킨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왜 서글픈 생각이 드는지... 내가 나의 마음을 다독이고 나면 상대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나와 타인을 공감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내면의 어린 나를 다독이며 하루를 견뎌본다. 이런 날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다정하기'를 잘하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내면의 나와 마주하며 탐구하는 시간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나는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일까.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하고 싶은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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