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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an 01. 2021

얼떨결에 PM이 되었다.

디자이너가 PM이 되었다.

    2020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2020년 앱 트랜드 조사를 맡게 되어 다양한 앱과 서비스, 트랜드를 파악했다. 30장 정도되는 PDF 파일을 만들었고 대표님부터 팀장님, 개발자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발표했다.

열심히 준비했다는 칭찬도 듣고, 실제로 찾아간 서비스가 신기하다며 바로 앱 스토어에서 찾아본 분도 계셨다.


    그렇게 거기서 화기애애하게 끝나는가 싶더니,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얼떨결에 PM일도 하는 PD가 되었다.

    몇 차례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획도 하고, 디자인도 하다보니 이제 PD라고 불려도 되지않을까 싶어서 살짝 건의했더니, 얼떨 결에 이번 프로젝트는 PM과 PD의 직무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그랬다. 정말 얼떨결에 그렇게 됐다.




크게 달라진 점은 더 커진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기획에 대한 문서를 작성하고 앱 개발자, 알고리즘 개발자, 고객사와 이야기하는 건 무척 떨리고 밧줄 타는 기분이다. 원래 신규 서비스 기획도 하고 유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도 해보면서 다양한 단계의 서비스를 체험해보니 맡게 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낯설진 않았다. 하지만 아직 나보다 경력 많은 개발자들과 이야기하고 내 작업을 남에게 어필할 때는 떨린다. 이게 과연 맞는가? 근거는 확실한가? 수십번 묻고 나온 최선의 아이디어와 디자인, 진행인데도 PT를 하고 회의를 할 때면 떨린다.



외부와 주고받는 WBS, IA, 요구사항정의서, 화면구조도, 스토리보드, 디자인 시스템

    이전에 작성해본 적 있는 문서들이지만 모두 사내 팀원과 주고받았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는 외부 인력이 함게하는 프로젝트. 외부 인력과 소통할 때마다 괜히 인사마저 조심스럽다. 게다가 개발자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조심스럽게 개발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서로 사소한 부분이라도 질문하고 답변하며 오해없이,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통하기 위해 공부하는 머신러닝과 개발, 사소하게 할 일이 많아진 자리.

    사실 기획 업무와 별다른 게 없어보이기도 하는데 욕심은 자꾸 생겨서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게 개발자도 편하고 파일과 일정 관리도 편한지 알고 싶어서 계속 개발자에게 질문하고 혼자 찾아본다.

     서비스가 하이브리드인지, 네이티브인지 정하고, 그에 맞는 제작 사이즈도 개발자와 서로 최적의 작업을 위해 사전 논의한다. 그리고 트랜드도 계속 찾고, 어떻게 하면 개발이 편하고 디자인과 괴리가 느껴지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유지 보수 작업을 할 때 편한 스타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 물론 디자이너로 출발했으니 이런 건 기본 고민이라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여러 사람과 협업일 경우 자기 일만 하면 되지만 PM이 된 이상, 모든 진척률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작성할 필요가 있었다. 세세한 전달 사항도 모두 기록하고 개발자라도 기획 문서, 디자인을 볼 수 있도록 작업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방법이 좋은 점이라면 서로 어느정도의 속도와 진행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는 점이고, 부정적이라면 사소한 기록에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다. 물론 좋은 점이 부정적인 점을 압도한다.




디자이너가 PM이 되면 편한 점

    기획부터 디자이너가 한다. 기획부터 시각적인게 그려진다는게 장점 중 장점이다. 기획부터 의도한 시각적인 레퍼런스를 가지고 외부,내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면 다들 이해하기 쉽다. 화면구조도를 짜면서 UX,UI도 같이 생각한다. 물론 PM이라고 하지만 기획, 관리만 하고 끝나지 않고 PD가 되어 디자인까지 모두 하니 일이 많긴하지만 기획 의도를 그대로 담은 디자인을 쉽게 만들 수 있다. WBS를 작성할 때도 내 속도를 알고 있으니 전체 일정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시시때때로 드는 의문과 멘탈관리, 어려운 점.

    '괜히 PM의 직무를 준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 있게 일을 진행하려고 해도 종종 갓 1년 된 내가 더 경력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의견을 합하는게 맞나?, 이 진행이 맞나? 싶은 고민도 든다. 괜히 무섭고 하던 일도 진도가 안나간다. 내가 찾은 해결책으로는 '뻔뻔해지기' 실수하거나 빠트린게 있다면 마음 속으로 '아직 1년짜리 주니어가 그럴수도 있지.'라고 수십번 되뇌인다. 실수하면 고치면 된다. 사람이 실수 좀 할 수 있다. 나보다 잘 하면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 잘못했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수습을 빨리하는 게 답이다. 이미 저질러진 일, 다음에 안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 물론 실수 안하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완성도 있게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고 이론과 논문을 찾아보는 건 기본 자세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서로 오해없도록, 서비스는 계속 진행되도록 관리해야한다는 자체가 주는 부담감은 차라리 디자인을 하거나 개발, 기획 공부를 더 하는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다. 물론 정해진 일정에 딱 맞춰서 요구만 하면 별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내가 맡은 프로젝트(서비스)가 더, 더 욕심내서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질 않아 계속 확인하는 스불재(스스로불러온재앙) 타입이다.




앞으로

    9년 12월에 입사해서, 20년 12월에 PM의 일을 맡기까지 1년 걸렸다. 21년에는 UX 디자이너가 아니라 PM, PD로 더 많은 걸 공부하고 체험하면서 전체적인 기획과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역량 강화에 힘쓰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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