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Jul 29. 2023

추억의 돌을 내려놓으며

생각하는 베짱이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좀 돌아보면 안 되나!’


류시화 작가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돌아본다는 의미는 추억을 회상한다는 말일 테다. 하늘을 나는 새 그리고 땅에 발붙이고 사는 내게도 좋았던 일 그리고 나빴던 일들이 추억이라는 형태로 녹아 있다. ‘추억을 돌아보는 것도 제법 의미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 새는 왜 추억을 기념할 돌이 필요했을까?'


그런데 하늘을 나는 새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기념할 만한 돌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고, 결국 모인 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땅에서 생을 마감하는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의문이 생겼다.

그 새는 왜 추억을 기념할 돌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 돌들 때문에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리고, 땅에서 생을 마감할 것을 알면서도 굳이 지니고 다닌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집안 곳곳에 걸려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은 아들과 내가 함께 만든 ‘추억의 돌’이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거실 벽에는 어린 아들의 사진이 걸려있고, 그가 읽었던 동화책부터 빛바랜 상장들이 책장을 메우고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그것들은 짐이 된다. 하지만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아들과 내가 함께 만든 ‘추억의 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추억의 돌을 매달고 다니던 새가 돌의 무게 때문에 땅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리고 그 새와 내가 닮았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들과의 추억 때문에 이미 짐이 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버릴 수 없었기에 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이나 시도를 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을 몽땅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까지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해야 하는 일들에 떠밀려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조차도 잊고 살아왔다. 아들은 이제 자신의 인생길을 훨훨 비행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나도 아들과 함께 공유한 추억의 돌을 내려놓고, 나만의 하늘을 향해 비행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막상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려니, 어떻게 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을 몽땅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다.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의 하늘을 향해 비행하는 아들을 보며 용기를 낸다.


'자유를 잃고 죽음의 문턱에 섰던 새는 후회를 했을까?'


자유를 잃고 죽음의 문턱에 섰던 새는 후회를 했을까? 나는 그 새가 아니기에 답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의 답은 알고 있다. 나는 지나간 나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이미 나만의 푸른 하늘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는 날갯짓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