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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Feb 21. 2024

역시, 사랑이구나!

짧은 소설

여보훈이가 1월 1일 해맞이하러 간다는데요친구랑.”

아내가 말했다.

기특하긴 한데그 녀석이 웬일이래?”

남편이 말했다.

여자 친구가 생긴 게 틀림없어요지가 언제부터 해맞이했다고요?”

남편은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부부는 아들의 일상이 변한 이유를 추측하긴 하지만 진짜 이유가 궁금해졌다.     


며칠 후 아들이 집에 놀러 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회가 정말 맛있어요.”

아들은 수산시장에 가서 갓 잡아 온 싱싱한 방어를 맛나게 음미하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너희 동네에는 회가 안 파니?”

엄마가 웃으면서 농담을 던졌다.

요즘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요그 친구가 채식주의자예요.”

아들이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그 친구가 채식주의자라서 지금껏 맛보지 못한 다양한 채식 요리를 맛보고 있긴 하지만, 역시 사람은 회나 고기를 먹어야 한다며 폭풍 흡입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랑 놀지 마걔 때문에 내 아들이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참아야 하는 거 싫네.”

엄마는 아들이 말한 친구의 성별이 여자라는 것을 직감했다그래서 아들에게 훅을 날리고 반응을 살폈다.

저는 이 세상에서 나의 이기적인 면을 인정하고 견뎌내 줄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들은 회에 쌈장을 버무려 상추에 올리더니 야무지게 한 입 먹는다우걱우걱 회 쌈을 씹으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을 찾은 거 같아요.” 

 부부는 아들의 대답을 듣고 눈이 동그래진 채 아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드디어 비밀의 말문이 터졌다고 생각하면서.

여자 친구 생겼구나!”

아빠가 웃으며 물었다.

그 친구 때문에아니 덕분에 

맥도널드도 못 가고,

평생 안 가던 해맞이를 가야 하는 고충? 이 있었지만그리고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온갖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지만

어쩌겠어요여자 친구를 사귀려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지요.”

아들은 세상없이 쿨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 친구 없는 다른 친구나 선배들은,

'데이트 비용을 온전히 더치페이하는 친구를 만나게 해 주세요. 

착하고 예쁜 여자 친구를 만나게 해 주세요. 

나랑 스타일이 딱 맞는 여자 친구를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언젠가 그런 자신의 반쪽을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지만

그런 바람은 다분히 허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을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내 존재가 가지는 불완전성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한다


그래서 자신도 지금 그 한 명을 위해 자신과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어휴기특한데그런데 그런 생각을 엄마한테도 조금 나눠주었으면 업고 다녔을 텐데.”

엄마는 놀리듯 말하면서 아들의 밥 위에 두툼한 방어 한 점을 올려준다그리고 문득 버거킹에서 보았던 그 젊은 부부가 떠올랐다.     


부부는 얼마 전 주말에 버거킹에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주차하다가 탑차에서 내리는 젊은 부부와 딸을 보았다얼핏 봐도 부부는 이십 대였다요즘은 다들 자리를 잡고 결혼한다고 30대를 훌쩍 넘기고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래서일까?

엄마의 눈에 비친 그 가족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였다그리고 자꾸만 자기 아들 또래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눈이 갔다

딸에게 주스를 먹이면서 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그때는 그의 얼굴이 왜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지 몰랐는데아들의 말을 듣고 나니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그런 인간이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이구나’ 싶었다또 그런 사랑이 사람을 철들게 만드는구나!’ 싶으면서얼굴도 모르는 아들의 여자 친구가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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