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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an 29. 2024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을 가진다.

https://youtu.be/ba15LD8WqPg

[풀피리 소리] 작곡 오희섭, 작사 김현정


선생님곡을 하나 썼는데노랫말을 입혀줄 수 있을까요?”

작곡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흔쾌히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다


작곡가가 곡을 먼저 만들어주면 노랫말 쓰기가 수월하기도 했고내가 존경하는 작곡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작곡가는 곡을 쓸 때풀피리 소리를 떠올리며 썼다고 했다나는 최대한 작곡가의 감성을 살려서 동요 노랫말을 쓰고 싶었다.


풀피리라

요즘 아이들이 풀피리를 알기나 할까?”


라는 생각으로 고심했다생각을 거듭해도 서정적인 멜로디에 풀피리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풀피리라는 낯선 단어와 풀피리가 주는 감성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두고 계속 생각을 했다.


고심을 너무 한 것일까그날 밤 나는 꿈에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읽었다꿈속이었지만나는 바로 힌트를 찾았다


선녀라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옥황상제)과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 풀피리를 불 것 같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선녀의 그리움에는 공감할 것이다그렇게 동요 [풀피리 소리]는 만들어졌다.     


[선녀와 나무꾼]

이 전래동화 속 주요 캐릭터는 선녀나무꾼 그리고 사슴이다.


나무꾼은 위기에 처한 사슴을 도와주고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된다. 

친절한? 사슴은 선녀를 아내로 삼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어렸을 땐, 이 이야기의 방점은 '선함이 복을 가져온다'였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철저하게 나무꾼 처지에서 본 시각이다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면서특히 결혼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바라본 나무꾼은 [선녀 납치범]이었다.


하늘에서 목욕 한 번 하러 내려왔다가아무 이유도 없이사랑하지도 않는 인간이랑 아이 낳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을 볼 수 없게 되다니!


나는 누구여기는 어디?’


그녀는 나무꾼과 사는 내내 이 생각과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나는 [풀피리 소리]의 노랫말을 썼다.     

나는 초등학교에 가서 이 [풀피리 소리]를 들려주고,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과 나는 노래와 이야기를 통해 사랑 그리고 그리움에 대해 함께 소통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도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누가 누구를 구제하거나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맙게도나의 감성과 아이들의 감성은 연결되어 있었다내가 어릴 때 선녀와 나무꾼을 읽고 느꼈던아니 배웠던 그런 감성이 아니었다

바로 이런 순간이 내가 동요 작사가로서 가장 기쁜 때였다.     


그 후로도, 나는

왜 사슴은 나무꾼에게 선녀가 목욕하는 장소를 알려주었을까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줄 수 있는 수많은 선물이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질문해 본다.    

 

그건 아마도사슴이 나무꾼의 가장 [절실한 바람]을 읽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생각한다

나무꾼으로서는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해서 아들딸 놓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도 상대를 불행하게 만들면서까지 행하면결국 파국으로 끝이 난다는 것을 이야기는 전하고 있다.     


나는 지금의 아이들이 건강한 바람을 가졌으면 좋겠다그러한 건강한 바람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사랑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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