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직원에게 제안서 작성을 지시하였는데 그는 조용한 경우를 보게 된다.
열심히 문서를 작성하면 키보드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조용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두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실제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열심히 문헌 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무의 진척은 키보드가 되어야 한다.
설령 문헌 조사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키보드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 경영법’에는 다산 정약용이 메모를 강조한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메모하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처럼 기록하라.”
마우스의 움직임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키보드를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문헌조사를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정리하고 키보드로 문서를 가공해 놓아야 한다. 그저 눈으로 보고 흘려버리는 그러한 업무는 성과 없이 시간만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상사의 업무 지시가 내려 지거나 자신이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지속적으로 작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적으로 고민만 하다가는 하나도 남는 게 없는 것이다.
회사에서 김대리와 함께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 기회가 있었다.
제안서는 그 문서의 특성상 납기 내에 작성이 완료되어야 하는 문서이다. 그리고 정확성과 설득 성이 겸비되어야 한다.
필자는 김대리의 작성 내용을 중간중간 검토해 주어야 했다.
그래서 작업 시작 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 중간 리뷰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겸연쩍게 웃는 김대리가 내놓은 문서에는 아무것도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작성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럼 그동안 어떤 것을 고민했느냐고 물어도 그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조용히 술을 한잔 하면서 그의 고뇌를 들을 수 있었다.
작성할 내용을 받고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유사한 자료를 찾았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신이 노트에 이것저것을 고민하면서 낙서도 해 보았는데 뭘 써야 할지를 모르겠더란다.
그저 고민만 하고, 걱정만 쌓이면서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았노라고 말했다.
필자 옆자리에 있는 김대리는 항상 뭔가를 열심히 찾을 뿐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던 모습을 상기하면서 그의 고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문서 작업을 할 때에는 무조건 일단 써야 한다.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작성 내용을 고민하겠노라며 계속 마우스 질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일단은 키보드를 두드려야 한다.
우리는 완벽한 것을 처음부터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조각을 할 때에도 처음에는 대략적인 윤곽을 만든 다음에 세부적으로 조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일다는 이것저것을 모아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봐야 한다. 이를 Mock-Up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초안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수정하고 자료를 보강해 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이 내용을 관련자들과 리뷰를 통해서 다듬어 가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을 만들지 말고, 일단은 목차와 글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라.
그 다음 자료를 모아서 하나의 틀을 만들고 하나씩 하나씩 다듬어 가는 것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