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희정 Apr 28. 2023

몸이 아프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요.

세신사 아주머니들의 무례한 다정함이 너무 좋다.

나는 언제부턴가 몸살기가 있거나 몸이 무겁고 근육통이 올 때면 병원이나 마사지샵이 아닌 동네 목욕탕에 간다. 가서 세신사분께 몸을 맡기는데 6만 원짜리 미니마사지를 받는다. 


세신사 아주머니는 가장 먼저 내 온몸 구석구석 때를 밀어주고, 머리통이 눌려 들어가 버릴 정도의 지압으로 샴푸를 해주고, 정체불명의 오일을 전신에 바른 후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수건으로 몸 전체를 덮어 마사지를 해주신다. 종아리를 두 번 툭툭 치면 옆으로 돌아 누으라는 뜻이고, 박수를 두 번 치면 뒤집으란 뜻이다.


“내가 샴푸는 해줘도 세수는 안 해줘.” 하며 또 알 수 없는 클렌징폼을 손바닥에 짜주며 세수는 직접 하라고 하신다. 세신을 받다 보면 물컹한 느낌이 자주 드는데 세신사 아주머니의 뱃살이다. 서로의 살이 마구잡이로 맞닿아도, 엉덩이와 가슴을 툭툭 쳐도 누구도 이상하다 느끼지 않는다. 이 무례한 다정함 너무 좋다.  

   

무엇보다 나는 세신사 아주머니께 꼭 한마디를 건네고야 마는데 “어린애 키우며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요.”라는 고백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이고. 힘들지 힘들어! 제일 힘들 때야.”라는 말이 돌아오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을 들으러 목욕탕에 간다. 그러면 눈물이 나버리는데 나는 누워있고, 여기는 온몸이 젖어있는 수분 가득한 목욕탕이므로 티가 하나도 안 난다. 그래서 좋다.      


“애 엄만 줄 몰랐네? 이 쪼끄만 몸으로 어찌 애를 낳았대? 힘들지! 다음에 또 와!” 


마지막으로 온몸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주며 아주머니는 말씀하신다. 그럼 내 몸(마음)은 어김없이 나아버린다. 나는 목욕탕에서 세신사와 마사지사와 엄마와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동시에 만난 기분이다. 뜨거운 물에 몸 더 지지다 가라며. 밥 많이 먹으라고.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가라고 하신다. 


그럼 나는 몸을 지지며 조금 울다 온다. 그러면 낫는다. 마음이 힘든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어김없이 나아 버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