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신사 아주머니들의 무례한 다정함이 너무 좋다.
나는 언제부턴가 몸살기가 있거나 몸이 무겁고 근육통이 올 때면 병원이나 마사지샵이 아닌 동네 목욕탕에 간다. 가서 세신사분께 몸을 맡기는데 6만 원짜리 미니마사지를 받는다.
세신사 아주머니는 가장 먼저 내 온몸 구석구석 때를 밀어주고, 머리통이 눌려 들어가 버릴 정도의 지압으로 샴푸를 해주고, 정체불명의 오일을 전신에 바른 후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수건으로 몸 전체를 덮어 마사지를 해주신다. 종아리를 두 번 툭툭 치면 옆으로 돌아 누으라는 뜻이고, 박수를 두 번 치면 뒤집으란 뜻이다.
“내가 샴푸는 해줘도 세수는 안 해줘.” 하며 또 알 수 없는 클렌징폼을 손바닥에 짜주며 세수는 직접 하라고 하신다. 세신을 받다 보면 물컹한 느낌이 자주 드는데 세신사 아주머니의 뱃살이다. 서로의 살이 마구잡이로 맞닿아도, 엉덩이와 가슴을 툭툭 쳐도 누구도 이상하다 느끼지 않는다. 이 무례한 다정함 너무 좋다.
무엇보다 나는 세신사 아주머니께 꼭 한마디를 건네고야 마는데 “어린애 키우며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요.”라는 고백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이고. 힘들지 힘들어! 제일 힘들 때야.”라는 말이 돌아오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을 들으러 목욕탕에 간다. 그러면 눈물이 나버리는데 나는 누워있고, 여기는 온몸이 젖어있는 수분 가득한 목욕탕이므로 티가 하나도 안 난다. 그래서 좋다.
“애 엄만 줄 몰랐네? 이 쪼끄만 몸으로 어찌 애를 낳았대? 힘들지! 다음에 또 와!”
마지막으로 온몸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주며 아주머니는 말씀하신다. 그럼 내 몸(마음)은 어김없이 나아버린다. 나는 목욕탕에서 세신사와 마사지사와 엄마와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동시에 만난 기분이다. 뜨거운 물에 몸 더 지지다 가라며. 밥 많이 먹으라고.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가라고 하신다.
그럼 나는 몸을 지지며 조금 울다 온다. 그러면 낫는다. 마음이 힘든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어김없이 나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