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은 어쩌다가 검사가 되었나?

by 해림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이후 세상은 연일 시끄럽다.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셈법이나 집단 간의 이해관계로 비치겠지만, 의사인 큰딸과 사위가 둘 다 의사인 내게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시간이다.


대학병원이 적자로 휘청이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내 자식의 일인 양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는 검찰 출신 대통령과 의료계의 대립 구도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그 대결의 두 주역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고 있다.


큰딸은 의사이고, 둘째 딸은 검사다. 평소 시국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남편도 둘째 딸 앞에서는 슬며시 말을 아낀다. 혹여나 딸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마음을 다칠까 싶어 내가 내린 ‘금언령(禁言令)’ 때문이다.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검사가 된 둘째는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밖에서는 ‘검사님’ 소리를 듣는 공직자라지만, 내 눈엔 늘 업무에 치여 피곤에 절어 있는 안쓰러운 딸일 뿐이다.


딸은 검찰청 안의 일이나 사건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는다. 가족이 들어봐야 유쾌할 리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원래의 성격상 신중함이 몸에 밴 탓으로 짐작된다.


둘째가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출중한 성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다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겠다며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공부를 거듭하며 현실적인 벽을 느꼈고, 그런 딸에게 로스쿨을 권유한 것은 사업 실패를 겪으며 전문 자격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남편이었다.


딸은 결심과 동시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남들은 졸업 후에도 꼬박 1년을 준비한다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재학 중에 끝냈고, 1학년 한 학기 휴학을 했지만 남은 7학기 만에 대학 과정을 마친 뒤 로스쿨로 직행했다.


법학 비전공자로서 쟁쟁한 동기들 사이에서 마음 고생도 많이 해서 의기소침해질 법도 했지만, 딸은 휴학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학년을 거듭할수록 성적은 수직으로 상승했고, 마침내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검사 임용의 관문을 모두 뚫어냈다.


합격 소식을 전하며 울먹이던 딸의 목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때 나는 세상을 떠도는 모든 신에게 감사를 보냈다.


자신의 성취를 뽐내지도 않고, 주변의 지나친 관심에는 오히려 몸을 사리는 아이. 사회적 명성에 비해 책임은 막중하고 일상은 고된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딸을 보며, 나는 이 아이가 공직자라는 직책에 참으로 적합한 성정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의사와 검사. 남들은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우리 집을 바라보지만, 엄마인 내 마음은 늘 무겁고 안쓰럽다.


한 아이는 거센 풍랑이 이는 의료 현장에서, 또 한 아이는 차가운 법의 현장에서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 광풍이 지나가기를, 그래서 두 딸이 각자의 소명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입이 무거운 둘째 딸의 침묵 속에 담긴 고뇌를, 나는 오늘도 말 없는 응원으로 보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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