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앞 내선전화기와 벤치

by 해림

드디어 교무실 문 앞에 전화기 두 대가 나란히 놓였다.


외부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교무실 안 선생님들의 자리로 곧장 연결되는 ‘전용 내선 전화’다. 벽면에는 선생님들의 성함과 내선 번호를 큼지막하게 붙여두었고, 각 교실에도 친절한 ‘사용 설명서’를 배부하며 공식 개통을 알렸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이 새로운 통신 수단은 꽤 흥미로운 놀잇감이 된 모양이다. 쉬는 시간만 되면 교무실 앞은 수화기를 든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선생님, 저 1반 누군데요. 잠깐 나오실 수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선생님을 호출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묘한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이 묻어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무실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였다. 학생들이 격식 없이 밀고 들어와 떠드는 통에 선생님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업 준비는커녕 개인 업무조차 사치였고, 시험 출제 기간에는 보안 문제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특히 인기 많은 젊은 선생님들 자리는 늘 구름 떼 같은 학생들로 도떼기시장이 되기 일쑤였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가라”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 많은 분위기였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도 좋지만, 교사의 최소한의 집무 공간은 보호받아야 했다. 나는 이전 학교에서의 경험을 살려 교무실 출입을 제한하되, 그 대안으로 ‘내선 전화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부장님들은 “세상에, 그런 방법이 있었느냐”며 손뼉을 쳤고,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선생님이 보고 싶어 찾아온 아이들의 발길을 매몰차게 돌려세울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낡은 사물함들을 치우고 불필요한 집기들을 과감히 처분해 공간을 확보했다.


그 자리에 아늑한 벤치형 의자를 놓아 전화를 받고 나온 선생님과 아이가 나란히 앉아 상담을 하거나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 수 있는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제 아이들은 차가운 복도에 서서 기다리는 대신,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선생님을 마중한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시장통 같았던 교무실은 이제야 본래의 정적을 되찾았고, 밖에서 선생님을 호출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한결 질서정연해 졌다.


“교장 선생님, 이제 교무실이 조용하니 정말 살 것 같아요!”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는다. 1학기 동안 해온 수많은 일 중 가장 실속 있고 필요한 일을 해낸 것 같아 마음이 참 뿌듯하다.


거창한 교육 철학도 좋지만, 때로는 전화기 한 대와 의자 하나가 학교의 공기를 바꾼다.


교무실 문을 사이에 둔 선생님과 제자, 이제 두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만큼이나 깊은 존중이 싹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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