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쳐서 교장 된 게 아닙니다

by 해림

내가 부임한 첫날, 학교에는 제법 많은 봄비가 내렸다. 취임식을 위해 강당으로 이동하던 중, 건물 연결 통로 천장에서 물이 새 양동이를 받쳐둔 광경을 목격했다.


60년 역사의 전통도 좋지만, 호텔처럼 번듯하게 리모델링하는 요즘 학교들 사이에서 비가 새는 교정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며칠 후 행정실장으로부터 작년에 이미 지붕 방수 공사를 마쳤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강당 체육 준비실은 주말에 내린 비로 다시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수차례 독촉 끝에 나타난 방수 시공업체 책임자의 첫마디는 가관이었다. "옥상 방수 페인트는 제대로 칠했으니, 지금 물이 새는 건 지붕 공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해괴한 논리였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거금을 들여 방수 공사를 하는 목적이 건물의 누수를 잡기 위함이지, 지붕에 색칠 공부를 하기 위함인가. 진정한 전문가라면 지붕뿐만 아니라 물이 타고 흐르는 외벽의 균열까지 사전에 살피는 것이 상식이다.


수십 번을 불러야 겨우 얼굴을 비치면서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발을 빼는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가 일었다. 업체는 마지못해 외벽 금 간 곳 몇 군데를 때워보겠다며, "이렇게 해도 물이 새면 우린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들의 작업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두어 시간 후 일이 끝났다는 소식에 달려가 외벽을 꼼꼼히 훑었다. 위쪽은 땜질이 되었으나 아래쪽에는 여전히 깊은 틈새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책임자를 불러 미비한 지점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는 "누수 지점보다 훨씬 아래쪽이라 상관없다"며 얼버무리려 했다.


"그 틈새로 물이 타고 들어가 내부에서 다시 누수가 생기면, 그때 또다시 오실 겁니까?"


나의 서슬 퍼런 질문에 그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인부를 다시 벽 위로 올려 보냈다. 그제야 빠진 곳 없이 골고루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명확했다. 학교 시설 공사는 관리자가 철저히 따지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날림'이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교육청 입찰로 선정된 업체들은 관리자가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공사 완료 도장만 챙겨 사라지기 일쑤다.


그 부실의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의 불편으로 남고, 학교는 추가 보수비를 들여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요즘 학교 관리자와 행정실 직원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일부 업자들은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업자를 대할 때 일부러 더 깐깐하게 따져 묻는다.


관련 지식을 미리 공부하고, 현장을 수시로 확인하며 전후 사진을 반드시 남긴다. 준공 검사 때는 직접 현장에 동행해 애프터 서비스 기간과 범위를 낱낱이 확인한다. 내 사전에 '이 정도면 됐지'라는 적당한 타협은 없다.


미비한 지점을 지적하는 나를 보며 귀찮은 기색을 내비치는 업자의 뒷모습에 대고, 나는 속으로 차갑게 읊조린다.


‘내가 고스톱을 쳐서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이 아닙니다. 나라의 세금을 우습게 알고 날로 먹으려는 무책임은 절대 용서할 수 없으니, 부디 똑바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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