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1
1. 주말은 아기와 남편과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 읽기를 할 수가 없다. 일기를 쓰기도 힘들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홀로 서울행 기차를 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독서지. 그렇다면 오늘도 읽기 일기를 쓸 수 있겠구나.
2. 한국산문을 엮은 <탱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작가들의 산문 모음집이다. 오랜만에 비유 가득한 문장들을 읽으니 아찔하다. 글을 쓸 때 단어 하나하나를 그냥 고른 게 아니다.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탱자가 태양이 되고 햇빛 한 자락이 아름다운 띠가 된다. 메모 서랍 속에 넣어두고 싶은 부분이 많다. 독서를 하다 보면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메모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다시 찾아볼 수 있게 서랍의 분류가 중요하겠지만.
3. 가장 믿고 의지했던 동료 선배가 연말에 수술을 받으신다.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 후 3년 반이 안 돼 뇌암 전이 판정을 받으셨다. 감마나이프 시술로는 크기가 줄어들지 않아 개두술을 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몸에 칼을 대지 않은 채 보는 마지막 모습일 것 같아 건강한 모습을 담아두려고 만나 뵈러 다녀왔다. 최악의 경우 스위스에 가고 싶단 이야기를 하셨다. 이 과정을 기록해서 책이나 다큐로 남기고 싶다고 하시는데 마지막 준비를 생각을 하신다는 게 슬프기도 하고 용감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