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지키는 커뮤니티

21.12.22

by greenish

1.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처음 만나는 선배는 중요하다. 직장생활의 전반적인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물론 직업관이나 인생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운 좋게도 훌륭한 선배(M선배)를 만났다. 교사로서 아이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부터 인생관까지 M선배에게 배운 부분이 참 많다.


2. M선배는 1인 가구고,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뒀다. ‘가족’이라 하면 으레 나처럼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곤 했다. 적어도 작년에 선배를 만나러 선배가 사는 곳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달리’에 다녀오기 전까지 말이다.

‘여성 안심 공동체 주택’이란 콘셉트인 달리는 여성 1인 가구만 산다. 1층에 있는 공동 공간에서 요리도 하고 함께 음식을 먹는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달리 식구가 냉이 미소된장국과 두부 유부초밥을 만들어 주셨다. 얼마 전 한 번 더 M선배를 보러 달리에 갔는데 달리 식구들은 처음 봤을 때보다도 더 끈끈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3. 황선우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의 한 꼭지 '할머니, 더 뉴 제러네이션'을 읽고는 선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려면 우선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기에 사람이 필요하다. 자녀나 손자녀 같은 수직적 혈연 대신 수평적 관계의 친구가, 문을 열고 나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하나의 완성된 선택지로서 독신자들이 늘어나고 공존할 때, 마을이나 커뮤니티나 느슨한 가족의 모습을 이룰 때 비혼 노년이 반드시 고독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170쪽)

미래의 1인 가구들, 할머니(Grandmother)가 아닌 할머니(Old lady)들에게 필요한 건 결핍을 채워주는 가족이 아니라 결핍을 가진 채로 서로의 안녕을 지켜봐 주는 커뮤니티다.(171쪽)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황선우


선배가 달리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내게 말했던 내용이 이 문장에 나온 내용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지 문을 두드려 깨우고 아침을 함께 먹으며 하루의 안부를 전하는 일.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이런 모습이 있기에 가족이 될 수 있다. 혈연이 아닌 사람끼리도 ‘함께’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직장에서 어깨너머로 일을 가르쳐줬던 것 외에 M선배의 삶 자체가 내게 또 다른 삶에 대한 가르침을 줬다.




4. M선배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선배가 생활 공동체를 이루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몇 년 뒤에 달리란 곳을 찾아서 거기에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달리라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선배는 문화기획자 역할을 맡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있었다. 또 마침 그런 선배의 모습이 최근 한겨레 기사로도 나오니 가슴이 뭉클하다.


https://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9041.html



5. 공동주택을 주제로 한 '행복둥지 공모전'에 응모해 달리의 이야기가 대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선배가 수술을 받는 날은 12월 27일인데, 대상으로 선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수술을 받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2022년에도 달리를 방문해 1인 가구의 연대를 계속 보고 싶다. (글 읽으시는 분은 투표해주세요!)


"한겨레와 SH가 공동 주최하는 ‘제4회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에서 대상 후보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현재 1차 심사를 통해 일반 마을 공동체 부문과 SH 공동체 부문에서 각각 3곳이 대상 후보자로 선정된 상태입니다. 투표 사이트는 http://naver.me/GeF2RihX입니다.

투표 기간은 17일 0시부터 26일 밤 12시까지입니다. 그럼,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서울& 취재팀 드림"


** 일반 마을 공동체에 1표, 행복둥지 공모전에 1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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