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읽기 결산

22.01.06

by greenish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지나간 것의 의미를 새기는 일은 처음인 것 같다. "어떤 것이 좋았다"고는 말하고 다녔지만 그것이 몇 년도의 일이고, 왜 이게 좋았는지 글로 풀어보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기록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고 기록이 의미가 되려면 정리와 복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완독하고 나면 리더스 앱을 켜서 기록해둔다. 달력에 책 표지가 들어가도록 설정되어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사용 중이다. 통계도 내주는데, 2021년에는 128권의 책을 읽었다.


1월의 책 - <어린이라는 세계> (2020) | 김소영

파주에 있는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을 읽고 김소영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이야기를 쓰신 <어린이책 읽는 법>을 읽고 도서관에서 동화책, 그림책을 다 빌려 보았다. 그때 읽은 책들이 교직 생활에 밑거름이 되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예약판매를 통해 출간하자마자 읽었는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배울 수 있었다. 읽다가 눈물도 흘렸고, 나는 어떤 선생님이었는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2월의 책 - <아침 5시의 기적> (2017) | 제프 샌더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라클 모닝이 당시의 화제였는데, 관련된 책을 대부분 찾아 읽어봤을 때 <아침 5시의 기적>이 나에게 가장 잘 맞았다. 물론 미라클 모닝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 달 정도는 새벽 기상을 해보려고 남편이랑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다. 아침 기상에 의미를 둔다기보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만드는 법,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3월의 책 -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2020) | 한수희

9월에 책이 나오자마자 서점에 가서 샀다. 한수희 작가님이 쓰는 글은 모두 찾아 읽는다. 작가님이 책 몇 권과 영화를 묶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가 쓰는 글을 닮고 싶다.


4월의 책 - <생각의 쓰임> (2021) |생각노트

인스타에서 생각노트 님의 피드를 눈여겨봤다. 그러던 생각노트님이 책을 내서 바로 찾아 읽어봤다.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진 일상을 감각의 눈을 떠서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일에 관심이 깊다. 그런 의미에서 마케터가 쓴 책을 찾아 읽는다. 나에게 감각적인 눈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책을 읽을 때만큼은 작가님과 같은 눈을 가지게 된 기분이 드는데 그것을 잊지 않고 싶다.


5월의 책 -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2020) | 장수연

도서관 서가에 서서 읽다가 아주 많이 울었다. 김연수 작가와의 에피소드가 있는 부분이었는데 나는 사람의 인연과 우연을 믿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보이지 않는 힘이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장수연 피디의 이야기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도 닮아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의 책을 좋은 책으로 뽑게 된다.


6월의 책 - <너는 나의 그림책>(2021) | 황유진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그림책이라는 걸 알았다. 같은 학년 내에서도 문해력 차이는 크다.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는/못하는 아이로 나뉜다. 고학년일수록 책을 고르는 수준이 다르다. 초등학교에서 '독서' 습관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반의 모든 아이들을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건 그림책이다. 단순히 글밥이 작아서만은 아니다. 그림도 읽어낼 수 있고 이야기를 제각각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에 관한 정보를 빠지지 않고 담으려 노력한다. 그런 내가 육아를 하게 되었는데 <너는 나의 그림책>은 그림책과 육아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담은 책이었다.


7월의 책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009) | 무라카미 하루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달리기라는 소재로 삶에 대해 말해주는 책.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스승님이라 여기고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설명.


8월의 책-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2020) | 이유미

많이 읽다 보니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읽기와 쓰기 욕구는 서로 붙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작법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은데 이유미 작가의 책은 특히 챙겨 읽는다.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와 글 방향의 전환점을 정확히 해소해줄 수 있는 책이다. 노트에 쓰는 짧은 글이 완성된 글로 바뀌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


9월의 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2020) | 김주영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건 정말 재밌다. 곳곳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우리 집에도 책이 넘쳐나는데,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소장하고 싶은 책을 사고 있는 나. 짧게 소개될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 글의 힘을 느껴본다.


10월의 책-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2021) |이종필

과학 분야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앙일보 책 소개 코너에서 찾아 읽은 책이다. 너무 재밌다. 과학은 어렵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준 책. 역시 잘 쓴 글의 역량이겠지.


11월의 책- <열두 발자국>(2018) | 정재승

정재승 과학자는 대중적으로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믿고 읽어본 책. 과학책인데 왜 인문학처럼 느껴질까? 과학분야의 책이라 하면 두껍고 어려운 전공 서적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가장 글감을 많이 얻어낸 책. 노트에 빼곡히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써놨다.


12월의 책 -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2020) | 김동조

트레이더 김동조의 일기이다. 짧은 글에서 엄청난 통찰을 봤다. 브런치의 읽기 일기는 이 책 때문에 쓸 수 있었다. 마지막 달의 책이라 그런 게 아니라, 글쓰기 시작을 불러준 책이라 2021년의 책으로 당첨.


덧. 에세이만 많이 읽었는데 2022년에는 사회 과학 서적 포함 다양한 영역을 읽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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