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21.01.08

by greenish

1. 어제 쓰지 못한 읽기일기를 쓰기 위해 아이를 재워놓고 짬을 냈다. 매일을 성실하게 쓰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구나. 육아를 하면서부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매일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같은 루틴으로 지내는 것이 전혀 지겹지 않고, 읽고 쓸 수 있는 여유가 정확한 시간에 찾아온다는 게 중요하다.


2. 이번 주는 내 취향을 모으는 작업을 했다. 최고요 공간 디자이너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책에 나온 팁대로 마음 가는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면 '왜' 마음에 드는지를 고민해보고 '어떤 디테일'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취향을 모으는 작업과 이를 분석해서 글로 써보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읽기에 들이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주로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 오늘의 집을 보면서 아카이빙 했는데 여러 집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가진 한 집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그 사람의 집에 대한 생각과 보는 눈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 아닐까. 통일된 그만의 안목이 탐이 나는 것이겠지.


3. 최근에 많이 찾아 읽게 되는 책은 마케터가 쓴 책이다. 인스타그램에서 kimtoomong으로 피드를 올리시는 분이 있는데 그가 관찰하고 이를 해석하는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다. 단단한 내공 있는 안목을 가진 분이시구나 하고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그의 직업은 마케터라고 한다. 그가 쓴 책 <마케터의 투자법>을 읽고 사소한 것이라도 관찰하는 법, 해석하는 능력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나는 재미로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는 책이 쌓이자 거기서 의미를 찾고 싶다. 책들에 써져있는 이야기들을 나만의 필터로 해석한다면 의미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언가를 해석하는 필터를 하나 더 갖는 일은 그만큼 일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마케터의 투자법> 김현석


4. 인테리어 자료를 모으는 것도 나만의 필터를 갖게 되는 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모르던 분야에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하고 몇 달을 끌어안고 지낸 생각들, 그저 좋아하는 것을 떠나 이것이 왜 좋은지 찾아 내 언어로 다듬고 갈아낸 것들은 결국 나의 필터를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과정이니까. 시간을 들여 완성한 것은 나의 일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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