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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Jan 10. 2022

씨앗

22.01.10

1. 글이 씨가 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아이가 감기에 걸려 당분간 가정보육을 해야된다. 아이가 있는 날은 아무래도 읽기가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읽어야지.


2. 아이를 재우고 포스트잇 플래그가 붙어 있는 책을 필사했다. 나는 마음에 드는 문장 앞글자에 택을 붙여두고 책을 다 읽은 후 택을 하나씩 떼가며 에버노트에 타이핑한다. 오늘은 오래전에 읽은 <탱자>라는 한국 산문선 모음집을 정리했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우리나라 유명 작가들의 짧은 산문을 모아둔 것인데, 한 편의 시를 읽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글도 있었고 오랫동안 곱씹어 보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았다.


3. 유소림 작가의 <발자국> 이란 산문에서 발췌한 글.

눈은 비와는 달리 쌓여서 '흔적'을 만든다. 눈은 누군가가 떠나고 나서도 차마 다 가지 못하고 뒤에 남기는 가냘픈 눈짓을 간직할 줄 안다. 흔적은 '족적'과는 다르다. 시멘트 콘크리드 위에 쾅 눌러 찍은 것이 족적이라면, 조금씩 사라지다 영영 가버리는 눈 위에 소리 없이 남겨진 발자국은 흔적이다. 흔적은 애달프면서도 평화롭다. 조금씩 사라져 가기에 애달프고 족적처럼 악착스레 매달리지 아니하기에 평화롭다.

세심한 관찰을 비롯해서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제대로 살려 글을 썼다. 이유미 작가의 <카피 쓰는 법>에서 글을 쓰려면 종이로 된 국어사전 한 권을 옆에 둘 것을 권했던 글이 떠올랐다. 잘 쓴 글은 단어도 제대로 골라 쓴다고하는데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때 단어를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안다면 풍부한 글이 될 것 같다. 단어도 열심히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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