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7
줌으로 쌍방향 연수를 3일 동안 들었다. 일정표도 안 보고 들었는데 9시부터 4시까지 수업한다고 해 제일 먼저 걱정한 건 읽고 쓸 시간이 없겠구나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듣는 줌 수업이다. 몰아치는 일정으로 듣다 느낀 점을 간단히 기록한다.
연수 1일 차에 느낀 점
1. 핸드폰으로 줌을 켰다. 연수시간을 안내받고 폰으로 봐서 될 일이 아니구나 싶어 세컨드폰을 가져왔다. 아이폰 6s으로 듣고 있는데 배경화면 블러 처리가 안 돼 우리 집의 민낯이 보여 민망했다. 찾아보니 사양이 낮아서 블러 기능이 없다고 한다. 초반에 사람들은 마이크를 끄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 아이 기침소리, 말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다음날에는 그런 실수가 아예 없었다.
2. 분명 도움이 되는 내용이 나오는 연수임에도 불구하고 세컨드폰으로 틀어두고 비디오는 정수리가 나오게 설정해두니 손과 눈은 핸드폰을 향하고 단톡방에 괜히 온갖 말을 다 던져본다. 집중이 어렵다. 도처에 놀 수 있는 것들이 널려있다. 카메라가 잡을 수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3. 9시 15분부터 줌에 들어와 있었다. 조금 서둘러서 아이를 9시에 등원시키고 올라와 줌에 접속한 뒤 다른 안내가 나올 때까지 환기시키고, 빨래 돌리고, 아침 먹은 것을 정리했다. 342명이 동시접속 한 연수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화면으로 수업을 듣고 있나 살펴보니 아이를 업고 서서 듣는 사람, 아이가 옆에 앉아서 함께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집합연수였다면 어디든 도움을 요청해 아이를 맡기고 불편한 마음을 가진 자유의 몸으로 강의실에 와서 쉬었을 텐데, 육아를 병행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강의가 시작되기 1초 전까지 어질러진 집을 정돈하고, 쉬는 시간 틈틈이 집안일을 해가며 연수를 들었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연수 2일 차.
1. 1일 차에 342명이 함께 들은 연수에선 딴짓을 많이 했다. 줌으로 수업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2일 차부터는 분임을 나눠 15명씩 수업을 들었다. 확 줄어든 인원에 과제를 주고 확인차 마이크를 켜서 과제를 어떻게 완성했는지 말하라고 하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2. 원격수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설명해주는 수업은 나도 함께 마우스를 움직이고 글을 써야 하는 작업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딴짓할 새가 없이 지나갔다.
3. 구글 스프레드시트, 구글 슬라이드, 구글 드라이브, 구글 클래스룸, 구글 닥스는 원격 수업에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내가 느낀 첫째 날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원격수업의 장점도 충분히 있겠구나 생각했다. 직관적이고 심플해서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 이런 도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지, 알기만 하면 금방 배울 수 있다. 안 배우려고 하는 것도 문제고, 학교 문화가 느린 것도 문제겠지만.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4. 구글이 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세계적 기업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5. 비대면 수업을 할 땐 한 명 한 명 이름을 꼭 불러주자. 그것만으로도 참여도는 높아진다. 음소거의 세계에서 내 이름이 불려진다는 건 중요한 요소같다.
1. 복직하면 내 시간은 사라지겠구나. 서둘러 등원시키고, 일하고 끝나자마자 하원하고 아이와의 시간이 시작되니 말이다. 어쩐담.
2. 수많은 자료들을 정리하는 체계를 갖춰두고 들어가자. 매일 하루살이처럼 과제를 해내고 수업한 기억이 떠오른다. 폴더에 와장창 집어넣은 자료들은 지금 꺼내보면 알아볼 수도, 다시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3.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들이 꽤 많은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게 있을 것 같다.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