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시작은 스물아홉이였다. 회사 직원이 가을에 일본여행을 간다고 하였다. 그는 스물여덟이었고 첫 해외여행이라고 했다. 해외여행이 좀 늦네 라고 생각하다 나는 그 보다 일년뒤쯤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전엔 교통이 멀지않은 지역이나 다른사람의 차에 동승하여 떠난 국내여행 몇번이 다였다. 해외로 나가고 싶다라는 막연함은 있었지만, 간절하지는 않았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세계였기때문이다. 여행의 맛, 을 전혀 모르니 아득바득 돈을 모아 해외로 떠나는 주변사람들이 신기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좋은거야.
적금을 따박따박 넣으며, 취미생활에 돈을 쓰며 여행은 늘 먼곳에 있었다. 그러다, 어떠한 계기로 일본 도쿄를 가게 되었다. 첫여행지는 도쿄였다. 1박2일. 아주 짧고 강렬했던 여행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추운 겨울 백팩을 메고 급하게 다녀온 목적이 뚜렷한 그런 여행. 기내식을 먹고 배탈이나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오렌지 쥬스 하나를 겨우 먹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토하고 약을 먹고 힘없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여행. 어쩌면 이것이 나의 진정한 첫번째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다 불현듯 그 장소가 가고 싶어 졌다. '오키나와'의 근사한 절벽과 거대한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수족관에 나는 매료되었다. 회사에서 주는 여름휴가의 목적지를 오키나와로 정한 나는 '홀로'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시원한 원피스를 사고, 동료가 빌려준 예쁜 모자와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조사하고 준비하며 설레임이 가득했다. 3박4일, 시작도 전에 마지막 날이 다가올 것 같아 아쉬웠다.
오키나와는 무덥고 습했다. 첫날은 비가 왔고 그 다음날 부터는 파란 하늘이 혼자보기 아까웠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할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그 후로 일년에 한두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 해외여행이 주는 그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한달에 한번 가고 싶지만 언젠가 그런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여행. 모두의 꿈일까.
나는 계획형 인간이다.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책임지는 여행은 몇달전부터 모두 계획되어 있다. 함께 가는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면, 순탄한 여행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목에 들어선 여행도 좋아한다. 그건 그것데로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답답하고 무료해질때면 입버릇 처럼 중얼거린다. '여행가고 싶다.'
비행기 티켓을 찾아본다. 가고 싶은 나라의 날씨를 검색해보고, 환율을 검색해 보고, 호텔도 검색해 본다. 여행 브이로그를 보며 참고사항을 메모장에 적어둔다. 쇼핑리스트는 뭐가있지. 교통편은 이렇게 되는 구나. 관광지를 찾아본다. 맛집을 기록해둔다. 상상의 시뮬레이션을 가동시킨다. 점점 완성되어 가는 여행계획을 한켠에 저장해둔다.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지만, 기한은 없다. 이 디테일한 계획이 주는 즐거움에 잠시 머물렀으니 일단 그걸로 만족해 본다.
언젠가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