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점점 잃어가는 행위
어느 날 불현듯 생일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대하게 생일상을 치러본 기억도 없고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챙겨 받고 누군가를 챙겨주는 이 행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아마 거기엔 나이 듦을 인정하는 행위가 기쁘지만은 않은 서글픔도 있을 테지. 그래서 앞으로 생일선물을 받지도 챙겨주지도 않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엔 달력에 일일이 새해가 되면 생일을 기록해 두고 알림이 울리면 생일을 챙겨주곤 했다. 요즘은 카톡이 있어 그런 수고스러움을 덜어서 좋지만 모르고 싶은 생일까지 알게 되는 불편함이 생겼다. 선물함으로 들어가면 누가 나에게 선물을 줬는지 잊지 말라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주고받음이 확실한 세상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특별하게 보내면 기분이 좋다. 연락이 뜸하던 친구가 간지러운 문구와 함께 보기 좋은 선물을 보내오면 잠시동안 감동에 젖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각자 생활이 바빠져 연락을 못하더라도 이 날만은 핑계 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는 갖고 싶은 게 많고, 없는 것도 많았다. 그래서 선물의 가치가 크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장만할 수 있게 되니, 물욕에 큰 욕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선물이란 마음은 고맙지만, 어디에 써야 할지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이 종종 들어올 때가 많았다. 싫어하는 과일이나, 쓰지 못하는 화장품, 관심 없는 소품... 알고 있다. 분명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보낼 때처럼 이 선물을 보내는 사람도 오랜 고민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보내준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그저 무덤덤한 마음으로 받는다는 걸 인지한 후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방적인 나의 생각일 수 있다.)
그동안 생일을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 앞으로는 서로 생일을 챙기지 말자(실제 내용과 상이)
나는 일단 지금까지 해마다 내게 생일을 챙겨준 친구들에게 뜬금없는 메시지를 돌렸다. 친구들은 어느 정도 나이들이 있어서 그런지 내용을 수긍했다. 한 친구는 그래도 축하정도는 전하자고 했다. 사실 별일도 아닌데 거창한 느낌이 들어 다소 민망하긴 했지만,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생일이란 틀에서 자유로워진 느낌~
2026년, 또 다른 새해가 오면 이번엔 가족에게도 내 의사를 전달할 생각이다. 생일이 다가오면 뭘 사줘야 할까 늘 고민이고, 혹 챙김을 못 받으면 섭섭한 마음이 들고, 기껏 고민해서 줬더니 교환 요청이 들어올 때. 이런 때들을 없애기 위해 또 하나의 생일 그룹을 정리해야겠다.
1년에 한 번, 단 하루. 내가 태어난 날. 너무 소중한 날이고 특별한 날임은 틀림이 없다.
다만, 더 이상 이 주고받음을 없애고 스스로가 원하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날로 만들어봐야겠다.
(단,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에게는 더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