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동생을 졸랐다. 일요일이면 물고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가끔 꿈속에선 맑은 물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며 돌아다니는 물고기 떼들이 보이는데, 전생에 물고기였을까 싶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물을 보면 신비로움과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다. 혼자라도 다녀올 마음에 사발무지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한 말씀하신다.
「많이 잡아와 매운탕 거리 안 되면 그냥 놔주고,」
「싫어. 기를 거야」
「얼마 안 가 죽일 거면서.」
「이번엔 물 자주 갈아 줄 거야.」
아직은 냇가는 맨발로 물에 들어가기엔 좀 이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가 사발무지 놓는 일이다. 고기를 잡는다 보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
사발무지 주위로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장면과, 건져 올렸을 사발 안에서 물고기가 정신없이 허둥대는 장면, 그리고 손을 넣었을 때 그 간지러움이 좋다.
솔직히 버들치는 물이 너무 자주 더러워진다. 어찌나 자주 똥을 싸는지 이틀만 그냥 두면 모래반 이물질 반이다. 산소가 없어 그렇다지만, 너무 심하다 싶다. 집에는 마땅한 어항도 없었다. 여러 가지 바꿔가며 시도도 많이 했었다.
엄마가 고추장을 넣어두던 A4만 한 크기에 플라스틱 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투명하던 것이 이끼가 껴 잘 보이지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유리가 좋을 것 같아 꿀을 넣어 두었던 병은 작아서 문제였다.
이래저래 나에 시도로 많은 버들치가 죽어나갔다. 불쌍하다 생각되지만, 당시 나에게는 그저 놀이에 불가했다.
냇가에 나가면 보이는 것이 물 반 고기반이니..
그러다 잡아온 버들치가 통 속에서 죽어 있는 것을 볼 때면, 언제 건져서 버리나 하는 귀찮은 생각뿐이었다.
이번엔 엄마가 이불 빨래 할 때 쓰는 고무 통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빨간색이 좀 어두울 것 같지만 크기는 내가 들어가 목욕할 만큼이니 헤엄치기는 좋을 것이다.
아무튼 고무 통까지 마련해 놨으니, 이제 사냥도구를 챙겨야겠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어항 속에 다슬기를 함께 놓아두면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이건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는 옛말이, 다슬기 몇 마리에 뼈저리게 느껴졌다.
사발무지에 필요한 것은 된장과 못쓰게 된 냄비, 투명한 비닐종이, 고무줄, 가위다. 한번 잡고 나면 거의 잃어버려 매번 새로 준비하는 수고를 하지만, 그 조차도 즐겁다.
「된장 조금만 퍼가, 물 들어가면 알아서 해래이.」
「알았써.」
검정 비닐봉지와 숟가락 하나 들고 된장독으로 갔다. 뭐 된장에 빛깔이나 맛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위쪽으로 검으스름한 부분을 조심스레 숟가락으로 건져 비닐봉지에 넣었다.
다음은 냄비 차례다. 평소 쓰던 것이 너무 작아 조금 큰 것을 찾아볼 생각에 온 마당을 휘저으며 다녔다. 창고엔 농기구만이 가득하다. 마당 한켠의 사과나무 밑 오토바이 창고엔 여러 잡동사니가 많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것저것을 들쳐봤지만, 마땅한 것이 없다.
“할 수 없다. 부엌으로 가 보자”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먼저 웃음을 날린다.
「엄마~ 나 이 냄비 고기 잡고 갔다 놓으면 안 되나?」
「웃기는 소리 하지도마.」
「잠깐 쓰고 갖다 놓을게..엄마~~」
「또 무슨 홈잡질 하려고, 온 사방 저지래이는 다하고 다니재.」
「버들치 많이 잡아올게.」
30분을 엄마 꽁무니만 졸래졸래 쫓아다녔다.
「흠집만 내봐 가만 안 둬.」
「그럼 당연하지.」
간신히 허락을 받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큰 고기가 많이 들어와도 될 만한 크기에 냄비를 얻었으니 그리 아까운 시간은 아니다. 다음은 투명 비닐종이 차례, 이건 고추 심을 때 씌우는 비닐종이가 최고 좋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고 일반 비닐봉지와 다르게 두껍다. 창고에 쌓인 것이니 가위로 냄비 입구를 덮을 정도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잘라냈다. 그런 다음 냄비 모양에 맞게 둥글게 잘라낸다. 잘린 비닐종이는 가운데를 잘 잡아 엄지 크기보다 조금 크게 구멍을 내는데, 너무 크면 고기가 빠져나올 수 있고, 너무 작으면 큰 고기가 들어가지 못하니 적당한 크기로 둥글게 잘~ 구멍을 내야 한다.
내가 사발무지 준비하는 과장에서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끈 후에 그 불씨로 비닐에 구멍을 내도 그만이고, 가위로 잘라도 그만이다.
이제 비닐종이를 냄비에 씌울 수 있는 고무줄을 준비한다. 이거야 뭐, 평소에 고무줄놀이를 자주 하니 냄비 크기만큼 잘라낸다. 다음에 고무줄놀이 할 때 간격이 좀 좁아지겠지만 할 수 없다. 사발무지가 우선이니, 가끔 고무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장독대 덮개로 덮어 두었던 고무줄을 엄마 몰래 살짝 잘라 쓴 적도 있다. 물론 들키는 날에는 빗자루로 몇 대 맞고, 잔소리 몇 십분 듣기는 하지만 말이다.
준비가 끝났으니 출발할 일만 남았다. 아직은 크기가 작은 버들치가 많이 나올 때지만 오늘은 상관없다. 집에 가져와 기를 거니까. 이런,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냇가야 집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러 곳이 있지만, 사발무지로 잡을 때는 조금 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반도(족대,반두) 이용해 돌들을 뒤집으며 잡아야 할 때는 물이 얇은 곳을 골라 가야 한다.
「어디로 갈 거야」
「갯소는 얘들이 많아서 안 되고, 우리 오랜만에 물반소 가자 그 밑에 괜찮은데 봐뒀어.」
「멀잖아.」
「우리 도시락 싸가자 도랑에서 먹고 오면 되잖아.」
「그래.」
그제야 웃는다.
양푼 도시락에 김치와 아침에 먹던 오이반찬으로 점심까지 준비한 우리는 기분 좋게 물반소를 향해 걸었다. 사발무지를 놓으려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얇고 짧은 옷을 골라 입었다.
센달(센들)까지 챙겨 신고 가는 길이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다. 가는 길에 동네 친구들을 몇 만났지만, 유혹을 떨쳐버리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물반소에 도착했다. 물반소의 장점은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물고기 IQ가 몇 초라고 하지만, 들킬세라 조심스럽다. 입구 쪽 제일 큰 바위 위에서 먼저 물고기들에 동태를 파악한 후, 아래로 내려가 모래 위에서 준비해 온 냄비부터 꺼냈다. 물속에 잘 가라앉게 하기 위해 냄비 속에 작은 돌멩이들을 넣고 모래를 살짝 뿌렸다.
엄마에게 빌려온 냄비엔 어쩔 수 없이 흠집이 생기게 됐지만, 눈앞에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니 엄마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제 가져온 된장을 냄비 속에 넣어 물과 잘 썩어준다. 된장에 맛보다는 물고기들은 된장에 강한 냄새에 모여들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넣어 준다. 다음은 냄비에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넣고, 그 위에 투명비닐종이를 덮어씌운 후 뚫은 구멍이 가운데 오도록 하고 고무줄로 냄비 테두리를 따라 비닐종이를 밀착시킨다.
물속에 냄새를 더 퍼뜨리기 위해 비닐종이 위에도 살짝 된장을 바른다. 너무 많이 바를 경우 물고기가 구멍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겉돌기 때문에 적당량을 발라준다.
사발무지 놓을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큰 바위로 다시 올라갔다. 물고기가 많이 헤엄쳐 다니는 길과 내가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에 깊이를 파악해야 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건져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위치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져 올리다 놓친 경험이 있어 더 조심스럽다.
「근데 아직 물고기가 많이 없다.」
「그러게 아무튼 저 쪽이 좋겠다. 들어갔다 올게.」
바지와 소매를 더 걷어 올리고 한 손의 냄비를 잡고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 고운 모래가 발끝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고 차가운 물은 몸을 한순간 떨게 만들었지만, 기분만은 최고다.
사발무지를 물 위에 띄워 냄비에 물을 채우며 안에 있는 기포를 없애준다. 팔을 뻗어 사발무지를 목표한 자리에 살짝 떨어뜨리고, 움직이지 않도록 바닥의 모래와 돌로 고정시킨다.
조심스레 물속에서 나와 몸을 말리며, 다시 한번 자리확인을 한다. 내가 빠져나온 물속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으며 한 두 마리에 버들치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리를 피해 물고기들이 안심하고 냄비 안에 있는 된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됐다, 저쪽 바위 위에서 밥 먹자.」
「별루 없을 것 같은데.」
「괜찮아, 너무 많아도 키우기 힘들어.」
「근데, 된장 많이 먹은 물고기는 빨리 죽는데.」
「며칠 밥 굶겨야지.」
그렇지 않은가! 배불리 먹었으니 좀 굶어도 상관없다 싶다. 이기적인 생각인가? 아무튼 점심을 먹으며 덫에 걸리기를 기다릴 뿐이다.
역시 밥맛이 좋다. 기다리는 시간 또한 즐겁다. 학교생활만 즐겁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공부는 취미가 없는 건지, 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는 수업시간이 나는 아깝다 생각된다.
중학교가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기본기가 부족하구나였다.
어쨌든 지금 놀이가 이렇게 많은데 공부가 생각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싶다.
「공책 가져왔나?」
「어 가위, 바위, 보해서 정하자.」
「그냥 니가 적어.」
「그럼 1에서 100까지 적는다.」
「여기저기 작게 적어라, 그리고 외우기 없기.」
「알았어.」
사발무지를 건지려면 적어도 2~3시간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너무 늦게 건져도 구멍 안에 있는 물고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2~3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동생과 나는 그동안 숫자 찾기 놀이를 하려고 한다. 연필과 노트만 있으면 되니 별로 어렵지 않다. 우선 숫자에 범위를 정하고 노트 여기저기에 정한 숫자를 적는다.
보통 1에서 100까지가 적당한 것 같다. 숫자에 범위가 작으면 노트에 공백이 많아 게임이 금세 끝나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범위가 크면 찾는데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걸리는 시간만큼 지겨움도 빨리 찾아와 재미가 떨어진다. 상대방과 다른 색에 펜을 잡고, 1부터 숫자를 찾아가면 된다. 먼저 찾는 사람이 숫자에 ○하면서 찾은 숫자를 큰소리로 말한다. 마지막에 ○을 많이 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놀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놀이다. 하지만 혼자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걸 왜 찾고 있나 싶을 것 같다. 빨리 찾아야 된다는 스릴감도 떨어지니 재미도 없을 것이다.
동생이 노트에 100까지 숫자를 다 적었다. 바위 위 노트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시작을 준비한다.
「10분 있다가 시작해.」
「니가 유리하잖아, 니가 적었으니까.」
「알았어. 기억도 못하는데.」
「그래도 그게 아니다.」
「알았어 이제 시작한다.」
「시작은 내가 먼저.」
「일.」
「이.」
우리는 몸싸움까지 하며 게임을 끝냈다. 승리는 나의 것, 하지만 너무 일찍 끝나 버렸다.
「얼마나 됐어?」
「1시간 반 정도 된 것 같은데.」
「조용히 가서 볼까?」
「발소리도 내지 말고 따라와.」
단단히 주의를 주고 사발무지 근처로 발길을 돌렸다. 바위 위에서 소리 죽여 고개를 내밀고 사발무지 주위를 살폈다. 생각보다 고기가 많이 모여들었다. 다 들어가지는 않지만, 주위에 모여든 고기를 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기까지 한다.
그렇게 나는 바위 위에서 엎드려 숨죽인 체 냄비 주위를 맵 돌고 있는 고기들을 보며 이 시간을 즐겼다.
「꽤 많다.」
「금방 건져 올릴까?」
「조금 더 있다가, 기다려.」
끝끝내 30분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나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갔다 올게.」
차가운 물속에 발이 닿는 순간 근처에 모여들었던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냄비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들은 밖으로 나오려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쳐 보지만 나오는 구멍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매를 한껏 걷어올리고, 천천히 손을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비닐이 벗겨지지 않도록 천천히 사발무지를 건져 올렸다. 돌과 물, 고기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 순간이 정말 좋다.
수확에 기쁨보다는 말 그대로 순간을 즐긴다. 라고 할까?
어림잡아 20마리는 되는 듯했다.
바깥으로 나와 모래 위에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해 본다.
고무줄로 고정됐던 비닐을 벗기고 냄비 속에 돌들을 하나씩 꺼낸다.
손에 닿는 미끄러운 버들치들이 도망치려 애를 쓴다. 가져온 통에 냇가의 깨끗한 물을 조금 넣고 냄비 속 버들치들을 한 마리씩 옮겨 담았다. 전부 24마리다. 키우기엔 좀 많은 숫자라, 기형으로 꼬리가 굽은 것과 제일 큰 물고기는 다시 물속에 놓아주었다.
「빨리 집으로 가자. 늦으면 죽는단 말이야.」
집까지 잘 모시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둔, 빨간색 고무 통에 주워온 돌들을 채우고, 물을 가득 부었다. 서비스로 모래도 깨끗이 씻어 바닥에 뿌렸다. 빛이 통하지 않아 어두운 것 빼고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다.
잡아온 버들치 한 마리, 한 마리를 정성스레 통 속으로 넣으며 마음속으로 오래 살아주길 기도했다.
“녀석들,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음에 들려나?”
다들 돌 밑으로 숨기 바쁘다.
“귀여운 것들…”
지금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된장의 염분과 발효산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빨리 죽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