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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06. 2023

국내여행의 새로운 발견

(5060 여행카페에서의 여행)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여행을 많이 했다. 전에는 제주도, 강릉 등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곳 위주로 다녔으나 이번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국내 구석구석을 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여행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지도를 뒤져 괜찮아 보이는 장소를 골라 주말에 자차로 다녀왔다. 가까운 곳은 오가는데 서너 시간이면 되었으나 먼 곳은 가는데만 서너 시간이 걸려 당일 여행으로는 무리였다. 젊었을 때야 하루에 10시간 넘게 운전하고도 멀쩡 했지만 60 넘으니 장거리 운전은 힘에 부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도시인근 관광지는 대중교통이 가능하나 외곽에 위치한 명소는 직통 편이 없어 불편하다. 직통 편으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더니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여행카페가 많이 있었다. 특히 5060을 위한 여행카페가 많았다. 허긴 단체로 국내여행을 하려는 사람이 5060 말고 누가 있겠는가? 5060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고 다양한 여행을 감당할 건강이 된다. 그러나 3040은 시간이 안되고 7080은 건강이 안된다.(80대에도 5060보다 건강한 어르신이 있긴 하다) 


짜임새 있어 보이는 5060 카페 몇 군데에 가입했다. 카페마다 여행 스케줄에 특색이 있다. 등산, 둘레길 트래킹, 자연경관 감상 등 여행목적이 다양하고 무박 또는 숙박으로 기간이 다르며 리무진 버스와 일반버스 운영 등 여행비용에서도 차이가 난다. 카페끼리 경쟁이 되어 각 카페운영자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지를 개발하고 인근의 맛집까지 연결한 차별화된 여행루트를 선정한다. 


시기별 최상의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봄에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 튤립 등 꽃이 만개한 곳으로, 여름은 시원한 계곡이나 휴양림으로, 가을은 단풍명소로, 겨울은 설경이 좋은 곳으로 그리고 계절에 무관하게 각 지역의 축제현장과 새로 개발된 명소들을 찾는다. 봄에는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섬진강을 거쳐 경포대로 벚꽃을 찾아다니고 가을에는 설악산, 월악산, 대둔산, 내장산을 거쳐 제주도 한라산까지 단풍명소를 찾아다닌다.


어떤 곳은 특정 계절에만 그리고 어떤 곳은 4계절 모두 찾는다. 쌍계사는 벚꽃철에, 내장사는 단풍철에 가지만 선운사는 봄에는 봄꽃을 찾아, 한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으로, 늦여름에는 꽃무릇을, 가을에는 단풍을 보러 여러 번 가게 된다. 섬지역은 개인적으로 가기 힘들지만 카페에서는 배를 대절하여 남, 서해 구석구석에 떠있는 외딴섬들도 쉽게 여행한다. 카페회원은 다양한 여행 스케줄 중 본인이 선호하는 여행을 선택하면 된다.


여행카페의 스케줄을 따라 1년간 여행하게 되면 우리나라 방방곡곡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으며 계절별로 차별화되는 아름다움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는 전국에서 행락객이 모여 자가차로 가기 힘들지만 카페에서 함께 가면 버스전용차선으로 이동하여 시간이 절약되고 베테랑 기사님들의 순발력 있는 코스 선택으로 별로 밀리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여행에도 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지치지도 않는다.


나는 2022년 봄부터 5060 여행카페에서 여행을 다녔다. 10개월 정도 여행 하면서 많은 곳을 여행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았고 몇 번 가본 곳이지만 특별한 시기에 가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과거에 고창 선운사를 여러 번 갔으나 지난 9월 꽃무릇이 절정일 때 가본 선운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잎이 없이 꽃만 피어있는 꽃무릇이 축구장보다 넓은 지역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꽃무릇은 벚꽃처럼 1주일 정도 만개하다가 시들어 버리므로 그 시기를 놓치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여수가 고향이지만 여수 앞바다의 수많은 섬들을 다 가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카페를 따라 남해안에 있는 거의 모든 섬을 다녀올 수 있었다. 거문도, 백도, 초도, 손죽도, 평도, 추자도, 만재도, 가거도, 상조도, 하조도, 관매도 등 혼자서는 가기 힘든 많은 섬들을 둘러봤다. 


10개월여 카페여행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산야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금수강산”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산천이다. 모든 산이 무성한 숲으로 우거져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는 온통 털북숭이 강아지 등처럼 올록볼록 아름답다. 제법 다녀본 해외여행 중 우리나라 산야만큼 아름다운 곳을 보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환상적인 아름다운 산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알프스 돌로미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보다는 설악산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몇 년 전 베트남의 하롱베이 섬들을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감탄했는데 이번에 남해안의 수많은 섬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나니 하롱베이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놀라운 것은 방방곡곡 경치가 좋은 곳에는 산책할 수 있는 나무데크를 만들고 협곡 사이에는 출렁다리를 만들어 아름다움과 함께 스릴을 즐기도록 했다. 몇 사람이나 걸을까 의아할 정도의 시골에도 데크가 깔리고 다리가 놓여 있다. 주민이 별로 없는 섬에도 해안을 따라 둘레길을 조성하여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절경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한탄강과 단양강에는 절벽에 잔도를 만들었고 섬진강변 용궐산에는 바위산에 잔도를 만들어서 스릴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방방곡곡 경치 좋은 곳에 설치된 나무데크와 등산로에 깔린 야자메트를 유지보수 하는 데만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텐데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이다. 


지자체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새로운 명소를 만들었다. 폐광, 폐선로, 폐터널 등을 활용하여 독특한 볼거리를 만들고 평범한 정원에 야간조명을 설치하여 관광명소로 만들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 폐탄광을 이용한 체험시설이 있고 폐금광을 활용한 정선의 화암동굴과 최근 개방한 충주의 활옥동굴은 지역의 대표관광지가 되었다. 단양에서는 폐터널에 각종 조명을 설치한 수양개빛터널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고 전국곳곳에는 폐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만들어 연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산과 해안을 연결하는 둘레길을 조성해서 금수강산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고 남해안과 서해안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섬과 바다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수많은 박물관, 농장, 수목원, 미술관 등도 좋은 볼거리이다. 방방곡곡이 10년 전 5년 전에 갔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상전벽해였다. 허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 상전벽해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앞으로 해외여행과 해외살이를 하면서 글을 쓸 계획이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5060 카페 여행을 계속하려 한다.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세상을 관조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여럿이 함께 가는 카페여행이 부산스럽겠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인생을 다양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적의 여행이다. 


5060들은 여행카페에 가입하여 사시사철 변하는 금수강산 방방곡곡의 아름다움을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여행지에서 동년배들끼리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은 덤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너도나도 유람하세”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 모두 젊었을 때 금수강산 구경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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