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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08. 2023

65세 기념 돌로미티 트래킹

(청년이자 새내기 노인인 65세들의 기념여행)

2022.5월 만 65세가 되었다. 시간이 가면 저절로 늘어가는 게 나이라서 한 살 더 먹었다고 특별히 기념할 것은 없지만 19세, 60세, 65세는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기념할 만하다. 


19세는 미성년에서 법적으로 성년이 되는 나이이다. 미성년 시절에는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법적인 행위를 할 수 없지만 19세가 되면 부모님과 동등한 성인이 되어 모든 법적 행위가 가능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19세 성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한 이벤트를 가지며 나 역시 성년이 된 기념으로 술파티를 벌였던 추억이 있다. 


60세는 법적인 변화보다는 동양사상인 60 갑자에서 새로운 갑자가 시작되는 환갑이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환갑이 되면 온 동네 사람을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지금이야 환갑잔치를 하지는 않지만 환갑을 기념하여 가족, 친지들과 식사를 하고 해외여행을 가곤 한다. 나는 5년 전 환갑을 기념하여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오고 60년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썼다.


65세는 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나이이다. 내가 노인으로 규정되는 게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법적 노인이 되면 현실적인 이익이 쏠쏠하다. 어르신으로 불리며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지하철, 예방주사, 국립공원이 무료이고 항공기, 철도, 선박요금을 할인해 주는 등 그 혜택이 50가지가 넘는다. 국가 유공자가 누리는 혜택 수준이어서 65세가 되는 순간 국가 유공자 급이 된다. 이처럼 중요한 65세는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다.


2021년 말 친구 몇 명과 법적 노인이 된 기념으로 해외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법적으로는 노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엔기준에 의거한 팔팔한 청년(유엔기준 청년나이 18~65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든 코스를 잡기로 했다. 영국 횡단, 록키산맥, 알프스산맥 등 여러 곳을 두고 검토한 끝에 가장 아름답다는 이태리 돌로미티 트래킹으로 결정했으며 눈이 녹고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는 6월 중순부터 2주간으로 계획했다. 2021년 말만 하더라도 코로나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6월에 이태리 여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나 일단 6월 중순으로 계획했다.


멤버는 차량 한 대로 탑승 가능한 새내기 노인 6명에 배우자 2명 등 8명으로 결정했다. 여행을 결정한 후 당면 문제는 10일 동안 험준한 돌로미티 지역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번 출발하면 도착지점까지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루트여서, 트래킹 중 한 명이라도 낙오가 되면 일정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모두 강한 체력이 요구되었다. 일행 대부분은 평소 둘레길 걷기, 자전거 라이딩, 골프 등으로 기본 체력은 되었으나 하루 6~7 시간 씩 10일간 줄곧 걷기만 하는 트래킹을 위해서는 체력향상을 위한 훈련이 필요했다. 


단계별 계획을 세워 처음에는 가벼운 배낭을 메고 서울둘레길을 걷고 두 번째는 배낭에 2리터짜리 생수 몇 병을 넣고 무겁게 해서 걸었다. 이후 북한산 험한 코스를 골라 함께 걸었고 마지막으로는 경기도 유명산 산장에서 1박 하면서 트래킹 훈련과 개인별 준비물을 점검하고 개인별 할당된 업무를 연습했다. 몇 번의 훈련으로 체력이 좋아질 리는 없지만 본인이 스스로 문제점을 느껴 헬스를 하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개인훈련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개인들의 노력으로 65세 여성 두 명은 두 번째 훈련까지는 힘들어했지만 개인훈련을 열심히 하여 돌로미티 트래킹 마칠 때까지 잘 따라다녔다.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혼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여행계획은 유튜브와 인터넷에서의 경험담을 참조하여 최적의 경로를 선정하고 숙소와 산장을 예약했다. 돌로미티 지역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오르티세이에서 4박 하면서 주변에 있는 세체다, 알펜시디우스, 사쏘롱고, 파쏘포르도이 를 트래킹 하고, 코르티나 담페죠로 이동하여 2박 하면서 드래치매를 트래킹 하고 이후 3박 4일간 산장을 이동하면서 알타비아 1코스를 돌고 마지막날은 베니스로 와서 하루 쉬었다 귀국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트래킹 중 아침은 빵, 야채, 과일 등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지참하거나 경로상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며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이태리 와인을 곁들인 멋진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8인승 밴을 렌트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강릉에 4박 하면서 오대산, 태백산, 가리왕산, 방태산을 하루씩 트래킹 하고 속초로 이동하여 2박 하면서 울산바위와 토왕성폭포를 다녀온 다음 3박 4일간 설악산을 내설악 외설악 넓게 한 바퀴 돌고 서울로 와서 하룻밤 자고 귀국하는 것과 유사하다. 열흘간 강원도 핵심 산악지역을 트래킹 한 것처럼 돌로미티의 핵심지역을 트래킹 하는 계획이다. 


10일간 걸은 돌로미티의 풍광은 아름답고 이국적이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지질이어서 많은 것이 처음 보는 형상이다. 한반도는 고생대 지질이어서 오랜 기간 산이 침식되어 산세가 부드러우나 알프스 산맥은 지금도 산이 형성되고 있어서 산이 크고, 높고, 형태가 다양하고, 침식에 의한 절묘한 풍광을 보인다. 어떤 곳은 화성에 와있는 듯한 황량한 풍광이고 어떤 곳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아름다운 야생화 벌판이며 어떤 곳은 풀 한 포기 없는 거대한 돌산이 병풍처럼 펼쳐있다.


일행 모두가 와인을 좋아했고 한 명은 와인 마니아였다. 식사 때마다 마니아가 고른 가성비 좋은 와인을 맘껏 마셨다. 트래킹을 온 것인지 와인 여행을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마셨다. 식사는 구글지도 맛집을 찾아가거나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 와서 숙소에서 요리했다. 입안이 느끼해지면 들고 간 라면과 누룽지로 해결했다. 예산은 개인별 350만 원 정도 들었는데 항공사와 보험사로부터 항공기 결항에 따른 보상금 100만 원을 받아서 결과적으로 250만 원에 11박 13일간 와인을 맘껏 마시면서 돌로미티 트래킹을 할 수 있었다. 


65세 기념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언어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한다. 또한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어 운명을 결정한다고도 한다. 65세는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는 나이이지만 유엔기준으로는 청년의 마지막 나이이다. 본인이 청년이라고 생각하면 청년처럼 살게 되고 노인이라고 생각하면 노인처럼 살게 된다. 


우리 일행 8명은 65세를 기념하여 청년들처럼 돌로미티 험한 길을 힘차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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