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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10. 2023

자전거 라이딩의 특별함

자전거로 금수강산 유람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버렸다. 사람 많은 곳은 위험지역이 되었다.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새벽에 운동하던 100명이나 되는 우리 배드민턴 동호회는 2020년 초 학교로부터 체육관 사용금지를 통보받았다. 상황이 엄중한지라 학교에 항의 한번 하지 못했고 동호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5년째 배드민턴에 빠져 있었다. 50대 후반 들어 시작한 배드민턴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고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새벽 운동 후 흠뻑 젖은 몸을 씻고 시작하는 하루는 상쾌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운동을 한날과 안 한 날의 행복지수가 다를 정도로 배드민턴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코로나로 배드민턴을 못하게 되자 멘붕이 왔다. 모든 실내체육관이 폐쇄되는 상황이라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없었다. 매일 아침 땀 흘리며 쏟아붓던 에너지를 몸 안에 가두고 있으려니 답답하고 활력이 떨어지며 슬슬 뱃살까지 나왔다. 땀과 에너지를 쏟을 다른 것이 필요했다.


실내운동이 금지되는 상황이라서 등산, 골프, 자전거 등 야외 운동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는 배드민턴에 쏟던 에너지를 자전거 라이딩으로 옮기기로 했다. 대학시절 2박 3일간 서울에서 여수까지 자전거로 내려갔던 추억이 있어서 늘 라이딩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라이딩을 즐기는 친구로부터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물려받아 라이딩을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몇 번 라이딩하면서 감각을 익힌 다음 아내를 데리고 나가 둘이 조심스럽게 라이딩을 시작했다. 이후 모든 라이딩은 아내와 둘이 했으며 아내는 라이딩 동료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단축근무로 시간이 많아져서 매주 두세 번씩 라이딩했다. 한강과 10여 개의 지천에는 수백 킬로 거리의 자전거 도로가 있다. 두세 달간 한강과 창릉천, 안양천, 도림천, 불광천, 홍제천, 양재천, 중랑천, 청계천, 우이천, 탄천, 왕숙천 등 십여 개의 지천을 모두 라이딩한 후 서울 외곽으로 범위를 넓혔다.


한강과 지천을 라이딩하면서 몇십 년간 서울에 살면서도 보지 못했던 활기차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다. 모든 천변이 잘 정비되어 있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정원을 꾸며 놓았다. 지차체 마다 경쟁적으로 천변을 가꿔서 천변 자체가 거대한 공원이자 정원이다. 봄, 여름철 천변은 각종 꽃이 만발한 꽃길로 변한다. 그중 최고는 중랑천이다. 중랑천은 옥수역에서 의정부까지 30킬로 거리에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노원구, 도봉구 등 6개의 구를 지나간다. 구마다 특색 있게 정원을 조성하여 봄이 되면 30킬로 중랑천은 거대한 꽃길로 변한다. 그중에서도 중랑구의 장미정원과 도봉구의 튤립 정원은 압권이다.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집이 자전거 도로와 멀리 떨어져서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려웠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한강변 주차장에 주차한 후 하루 50~100킬로를 라이딩했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니 서울외곽에서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미사리에 주차 후 북한강을 따라 춘천을 다녀오거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을 다녀왔다. 난지 한강공원에 주차하고 북쪽으로는 송추를, 서쪽으로는 아라뱃길을 따라 인천여객선 터미널을 다녀왔다. 


좀 더 멀리 가고 싶을 때는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하여 라이딩했다. 여주에 숙박하면서 남한강을, 공주와 부여에 숙박하면서 금강을, 남원에 숙박하면서 섬진강을 라이딩했다. 강릉과 청간정에 숙박하면서 동해안을, 제주도에 자전거를 가져가서 제주 일주 라이딩을 했다. 


2020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2년 반 동안 주말과 휴가를 활용하여 전국을 다니며 라이딩했다. 여행을 갈 때면 자전거길과 인접한 호텔에서 묵었다. 강릉과 여주는 열 번 이상 숙박하며 동해안과 남한강을 라이딩했다. 라이딩 목적이 아닐 경우라도 차에 자전거 두대를 싣고 다니다가 좋은 장소가 있으면 라이딩했다. 2년 반 동안 라이딩에 푹 빠져 지냈다.


우리의 산과 하천 그리고 바닷가는 금수강산이라는 말처럼 비단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답다. 자전거 길은 대부분 하천과 바다에 연하여 조성되어 있고 하천은 산과 들판과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다. 해안가는 푸른 바다와 파도 그리고 파도에 부딪치는 바위들로 항상 역동적이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이런 아름다운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하는 자체가 금수강산 유람이다. 봄가을 꽃과 단풍이 곁들이기라도 하면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아무리 긴 거리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다. 


섬진강 상류에서 구례까지, 금강 세종시부터 부여까지, 동해안 강릉에서 화진포까지, 북한강 팔당에서 서종대교까지, 남한강 양평에서 비내섬까지의 구간은 특별히 아름답다. 이 구간은 산 사이로 하천이 흐르며 천변에 자전거길이 있는 구간이다. 산과 하천이 어우러져 동양화를 펼친 듯 아름다우며 경치를 음미하며 라이딩하다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처럼 좋은 곳이지만 자동차로는 접근하기 어렵고 걷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직 자전거 라이딩으로만 그림 같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금수강산 유람이지만 라이딩은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젊었을 때야 넘어져서 깨지더라도 금방 회복이 되지만 60넘은 나이에 부상은 치명적일 수 있다. 헬멧,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안전한 속도로 라이딩해야 한다. 젊은이는 시속 30킬로 이상으로 다니지만 60대는 시속 20킬로 이하가 적절하다. 그 속도면 우발적인 상황에도 처치가 용이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주변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도 있다. 속도를 즐기고 싶으면 자전거가 아닌 차를 운전하면 된다.


2년여 기간 동안 부부가 차에 자전거를 싣고 라이딩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자전거를 가져가지 않은 여행은 무미건조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난 후 할 일이 없다.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산길을 걸어봐도 지루할 뿐이다. 등산과 둘레길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에서는 라이딩이 최고이다. 


50대 중반까지는 테니스, 골프를 즐겼고 50대 후반 배드민턴에 푹 빠졌다. 코로나 이후에는 자전거에 푹 빠져버렸다. 뭐든지 빠지면 그게 최고이고 삶을 활기차게 해 준다. 작년까지는 자전거에 빠졌지만 곧 자전거를 대신한 뭔가에 빠져서 행복해할지 모르겠다. 1월부터 시작한 에어로빅에서 그런 조짐이 보인다. 



최근 내 글을 읽은 독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돌로미티를 트래킹 하고, 여행카페를 따라 매주 여행한다더니 또 웬 자전거 여행을 매주 다녔다고 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기간 동안 단축근무와 재택근무를 했다. 매년 주말제외하고 70~80일, 주말 포함하면 170일 이상 쉴 수 있었고 쉬는 날이면 매번 라이딩, 트래킹, 여행을 했다. 재택근무 할 때 일이 생기면 폰이나 노트북으로 해결이 가능해서 자유로이 여행 다닐 수 있었다. 직장 말년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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