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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12. 2023

노인 연령기준

사진 속 돌로미티 트래킹 중인 노인들


65세는 재미있는 나이이다. 유엔 기준으로는 청년이며 한국에서는 노인이 시작되는 나이이다(유엔 기준: 청년 18~65세, 장년 66~79세, 노년 80~99세). 노인은 백발에 꾸부정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집고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며, 병약하고 보호받아야 되는 약자로 인식된다. 


65세인 나는 국제적으로는 청년이고 국내에서는 노인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3세이고 세계평균은 66세이다. 우리 평균수명이 세계평균보다 훨씬 높으므로 65세는 유엔기준으로 노인이고 우리 기준으로는 청년이라고 하는 게 합리적 일 텐데 거꾸로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명연장에 따라 노인 기준을 바꿔야 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60세가 노인기준이었는데 1984년부터 65세가 법적 노인기준이 되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기준이 변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60년대 내내 우리 평균 수명은 60세 이하였고 1975년에도 63세에 불과했다. 그래서 평균수명 보다 약간 낮은 60세가 노인기준이었다. 1984년 평균수명이 67세로 늘어나게 되어 그 2~3년 전인 65세를 노인기준으로 상향조정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노인에 대한 복지가 미미 했고 서슬 시퍼런 5공 시절이었으므로 정부의 결정으로 쉽게 노인기준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평균수명이 계속 증가하여 2008년 80세를 넘어서게 되었으나 지금까지 노인기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22년은 평균수명 83세이다. 평균수명 2~3년 전인 80세를 노인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며 이는 유엔의 노인 기준인 80세와 동일하게 되어 세계적인 기준과도 부합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지하철 적자문제로 노인 연령을 올리려고 시도했었다. 70세 혹은 75세로 올리려 하였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번번이 주저앉았다. 올해에도 서울시와 대구시에서 노인연령을 올리려고 추진하고 있지만 노인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주춤하고 있다. 노인연령을 70~75세로 올린다면 당장 지하철 무료가 없어지는 65세 이상과 지하철 무료탑승이 임박한 60~64세가 반발할 텐데 그 숫자가 유권자의 15%를 넘으며 높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선거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니 어떤 정치인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겠는가? 


만 나이와 세는나이가 달랐던 나이 셈법도 올해부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어 만 나이로만 적용하게 된다. 노인연령 기준도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 UN기준으로는 청년이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는 이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65세에 백발에 꾸부정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집고 걸어가는 노인이 어디 있는가? 작년에 65세 친구들 8명이 알프스 돌로미티 트래킹을 다녀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험한 산길을 며칠씩 걸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 유명한 산마다 퇴직 후 100대 명산을 오르겠다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65세 이상이 부지기수이며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7080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데도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울시장과 대구시장이 제기한 노인연령 상향문제가 노인회의 저항으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전에 비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2024.4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본격추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958년생 개띠들은 100만 명 이상 태어나서 베이비 부머 중에서도 인원수가 가장 많다. 이 거대한 인원이 이동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58년 개띠들이 고등학교 들어갈 때 무시험 입학이 처음 시행되었고 이후에도 중요한 시기마다 개띠들로 인해 소란스러웠다. 금년에 58년 개띠가 만 65세 노인이 된다. 갑자기 노인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노인복지 예산이 문제가 될 것이다. 아마 내년쯤 노인나이가 상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작년에 65세가 되어 10개월간 지하철 무료 혜택을 누렸다. 65세가 되기 전에는, 내가 비록 무료 혜택을 못 받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노인연령을 올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0개월간 무료 카드 쓰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생각이 싹 바뀌었다. 가끔 무료카드를 잊고 일반카드를 사용할 때면 1300원이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는지 놀라웠다. 한번 혜택을 받고 나면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는 일종의 중독에 빠진다. 공짜 중독.


공짜 지하철이 중단되면 마음이야 허전하겠지만 노인연령을 UN기준인 80세로 상향해야 한다. UN 기준처럼 66~79세는 장년, 80세 이상이 노인으로 불려야 한다. 언어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 노인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 내가 노인인 것으로 느껴지고 행동 역시 노인처럼 될 것이다. 노령화로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넘게 될 텐데 이 많은 인원이 활력과 자신감을 잃게 되고 남에게 대접이나 받으려 하면서 뒷방 노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 저출산 노령화와 빈곤으로 70대에도 일해야 할 사람이 있을 텐데,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면 비참해질 것이다. 그러나 70대에도 노인이 아닌 기운이 왕성하고 활발한 장년이라고 불리면 더 활력 있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퇴직하고 나면 수입이 없어지는데 하루빨리 지하철이라도 혜택을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부여하면 된다. 노인이 아닌 장년 저소득증으로 분류해서 복지지원을 하면 될 것이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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